바 창업 도전기 (2) 북리뷰 시리즈 - 1
바 창업은 어떻게 하는 걸까? 바 창업에 관심이 생겼지만 막막했다. 나는 맨 처음에는 창업 아이템으로 와인바를 떠올렸기 때문에 밀리의 서재에 '와인바'라는 키워드로 했고 두 권의 책을 찾아 연달아 읽었다. 한 권은 오늘 소개할 <십분의 일을 냅니다>이고, 다른 한권은 <밤에 일하고 낮에 쉽니다>이다. 전자는 을지로에 있는 와인바, 십분의일의 창립 멤버이자 직접 운영 중이신 이현우대표님이 썼고, 후자는 연희동 책바를 창업, 운영하시는 정인성 대표님이 쓴 책이다. <밤에 일하고 낮에 쉽니다>는 다른 지면에서 다룰 예정이다.
<십분의 일을 냅니다>의 창업 스토리는 언론에도 여러번 다루어질만큼 독특하다. 먼저 여러명의 청년(인원수에는 변동이 있다)이 모여 '청년 아로파'라는 이름으로 대안적 경제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들은 "팍팍한 자본주의의 영향을 가능한 덜 받는 우리만의 마을"을 만들기로 했고 그것을 위해서는 돈을 벌어다 줄 캐시카우 매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드립 커피 전문점을 창업할 생각이었지만 어떤 계기로 와인바로 업종이 변경되었다.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전문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수익성이나 임장의 특성이 그 이유였던 것 같다.
이 책은 구상에 불과했던 점포 창업이 실제로 구현되는 과정을 간결한 호흡으로 적고 있다. 문체에서 대표님의 호쾌한 성격이 묻어나는 듯 하고 다양한 과정에 대해 짤막하지만 핵심적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내가 읽기에는 임장 찾기가 십분의일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시작 같았다. 당시 멤버들은 각자 임장에 대해 조사해와 비교 평가를 진행하고 발품을 팔아 장장 6개월 만에 계약에 성공한다. 책에는 계약 실패 스토리가 여럿 등장하는데 이게 정말 현실을 보여준다. 시설이나 집기도 갖춰진 꽤나 좋은 조건인데 알고보니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다던지, 화장실 수압 등 당연한 것을 체크하다가 건물주가 삔또(?)가 상한다던지 다양한 이유로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지금의 자리에 십분의일이 들어선다. 한번 가본 적이 있는 내 입장에서도 참 신기한 입지이긴 하다. 솔직히 찾기가 불편했지만 어디서 핫하다고 주워듣고 직접 찾아가게 되는 그런 곳이었다. 상권 및 입지 분석의 관점에서 보자면 을지로역에서는 나름 가깝지만 생활 동선과는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따라서 사실 '최종 목적지'가 될 수 있게 브랜딩을 하지 못한다면 망하기 십상인 곳이었다. 하지만 단점은 장점이 될 수 있는 법, 아마 무권리금에 월세가 매우 낮아 도박을 걸어볼 만 했을 것 같다.
이 책은 내가 가장 가려운 부분을 정확하게 긁어주었다. 이 책에는 임장부터 시공까지 구상이 구현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저자인 이현우대표님이 직접 "철거-목공-전기-조명-페인트, 바닥-수도-화장실, 가구-소품"의 A to Z을 손수 했다. 처음에는 건너건너 아는 어떤 '작은아버지'의 손을 빌려 착수에 돌입하고, 그분이 아는 시공업자들이 연결되어 진행되어 나간다(물론 중간에 작은아버지가 사라지긴 했지만). 이현우 대표님은 시공업자들을 감독하는 것을 넘어 직접 인력을 제공해서 제손으로 공간을 만들어나간다. 그 경험을 한 마디로 하자면 아마 '개고생'일 것이다. 하지만 이현우 대표님은 해냈고, 그때 참고한 책이 아래의 아파트멘터리 윤소연 대표님의 <인테리어 원 북>이라고 한다.
10년 전에 나온 책이기는 하지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나도 바 셀프 시공을 하게 되면(아마 그렇게 될 것 같다) 이 책을 참고하리라. 일단 이 책 북 리뷰부터 하고.
아무튼 임장, 시공 과정 이외에도 이 책에는 인상 깊은 지점이 많다. 지금 생각나는 것만 정리해보자면:
• 손님들이 공간에 정을 들일 수 있게 메모지 배치
• 가오픈 기간 중 지인들에게 연습 및 피드백
• 공사 시작 계약한 장소의 벽체, 시설 등 미리 체크
• 동업자가 있을 시 정관 마련하기
• 초반 십분의 일에 올인하는 사람은 없었다. 투잡러로 보험
• 소개받은 인테리어업자의 견적 4,500만원, 그 다음 2,000만원, 작은아버지(타일공) 1,300만원
• 원래 장소에 남아있던 소품이나 시설을 활용 (빈티지, 인더스트리얼)
• 오래된 건물에서 물청소할 때 조심할 것
• 오래된 건물에서 비가 샐지 체크할 것
• "인쇄소 골목에 숨어 있는 나만의 아지트"같은 캐치프레이즈
• 사장님이 된 지인에게 해줄 가장 좋은 일은 훈수보다 '많이 팔아주는 것'
• 간판 만들 돈이 없어 '간판 없는 가게'가 됨
• 짜파게티+계란치즈라는 대표 메뉴
• 외진 곳에 있으면 손님들이 길을 잃을 위험 (그래도 핫플이면 찾아옴)
이 책을 읽고 났을 때 마음이 설렜다. 이현우 대표님도 동업자들도 점포 창업과 와인바라는 세계에는 첫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었는데 시행착오 끝에 해냈으니까. 나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나에게 바 창업의 생생한 현실을 보여준 것뿐 아니라 '유토피아 건설'에 대한 큰 영감을 주었다. 십분의일을 만든 청년아로파는 '대안적 경제', '공동체' 그리고 '유토피아'를 지향한다. 많은 이들이 이상주의자라고, 뜬구름 잡는 소리한다고 나무랄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지향점을 향해 똘똘 뭉쳤고 정관 작성, 역할 분담, 민주주의 원칙, 복지 제도 등 작은 사회 체제를 만들어나갔다. 그 이상이 구현된 공간이 십분의일이다.
'바가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십분의일의 사례는 내게 힘을 준다. 나의 유토피아는 모두가 자신에게 몰입하는 안온한 시공간인데 그것을 실현하고픈 용기를 준다. 물론 지금의 나는 파트너쉽이 없기 때문에 외로운 싸움을 해야할 것다. 무엇보다도 돈이 문제다. 홀로 초기자본을 마련하는 게 결정적인 고비일 것이다. 하지만 인테리어 견적이 1,300만원이었던 십분의일의 사례처럼 나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발품을 팔면 어쩌면 제약 속에서 뭔가를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십분의일은 예외적인 성공 사례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간판도 없고 외진 골목에 있는 가게를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은 사실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와인을 좋아하지만 전문 소믈리에가 아닌 이들이 와인바를 성공시켰다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십분의일은 어떻게 성공한 것일까? 이 책에는 창업 스토리가 담겨 있지 성공의 비결이 담겨 있지는 않다. 그건 내가 분석해야 한다. 그 내용은 직접 십분의일을 답사한 뒤 올릴 케이스스터디 글로 올려 보겠다.
이상주의자가 이상을 구현하고 싶으면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주의자가 되어야만 한다. <십분의 일을 냅니다>는 이상을 공유하는 청년들이 그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낸 이야기이다. 하지만 청년아로파의 이상과 그들이 구현한 현실은 나 자신의 것과는 구체적으로 많이 다르다. 반면 다음에 다룰 책바 정인성 대표님의 <밤에 일하고 낮에 쉽니다>는 내 것과 많이 닮았다. 나 역시 책을 편히 읽을 수 있는 바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책바는 내게 어떤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까? 또 나는 책바와 어떤 차별점을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유념하게 다음 북 리뷰와 돌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