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rcyun Sep 21. 2023

이직을 생각하다.

6년차 초등교사의 결심.

한 해도 아프지 않은 적이 없었다. 


6년간의 지난 교직생활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근육경직, 성대결절, 신경성 장염, 불면증, 간헐적 이명 그리고 중증 우울장애까지. 뭐 대단한 일을 하느라고 이렇게까지 아프고 힘이 들었나...


그래서, 그만두기로 했다.


대단한 일을 좀 해보려고. 교사로서의 삶이 나의 첫 사회생활 경험이었고 직업인으로서의 첫 번째 경험이었기 때문에 그만두자고 마음을 먹는 데까지 몹시 어려웠고 오래 걸렸다.


마음먹는 게 어렵지 막상 그만두고 나면 마냥 굶어 죽으란 법은 없다고 한다. 사실, 지금도 마음만 먹었지 진짜로 면직을 신청하고 이곳을 아주 떠나는 순간이 오면 쉽게 발을 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만큼 이렇게 이직을 강렬히 열망한 적이 없었다. 나는 반복되고 안정적인 삶에 굉장한 피로감을 느낀다. 나의 자기 효용감을 찾을 수 있고 끊임없이 성취해 나가는 일을 계속해서 찾는다. 이러한 나의 성향 때문에 가지게 된 다른 세상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이곳을 반드시 떠나야겠다는 열망이 가득하다. 그래서 지금, 그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 한다.




처음부터 아니라고 생각했다.


교육대학교에 입학하고 첫 학기만에 방황하였다. 고등학교처럼 전부 짜여 내려오는 커리큘럼, 한 학기에 10개 이상의 수강 과목, 너무나 많은 실기과제와 높은 요구 수준, 거기에다 난다 긴다 하는 범생이들만 모여있는 그곳은 마치 고등학교를 계속해서 다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뭘 해본 게 없는 갓 스무 살의 나는 역시나 뭘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학교를 계속 다녔다, 각종 아르바이트와 대외활동으로 현실을 벗어나보려 하며.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스며들었던 것 같다.


몇 차례 현장 교생실습을 다녀오며 생각보다 이 직업이 내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나만 바라보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예쁘고 나를 보람차게 한다고 느꼈다. 출근 전에 안 좋은 일이 있어도 힘내서 교실에 들어가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아이들과 웃고 떠들며 내 기분은 어느새 나아져있었다.


애들 때문에 그럭저럭 버텨왔던 것 같다.



안성시 죽산면.


약 1년간의 발령 대기로 고향에서 8개월여 기간제를 하다 2018년 3월 첫 발령을 받았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도시가 실제로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대도시에서 평생을 살아온 나에겐 정말 충격이었다. 나의 첫 학교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서 무려 20km를 더 가야 했다.


각종 대형 창고와 허름한 공장을 오고 가는 트럭들로 가득한 경기도의 시골은 봄철의 미세먼지 그리고 아침마다 세상을 뒤덮는 짙은 안개와 함께 나에게 아주 끔찍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한국지리를 정말 좋아했던 나였지만, 도대체 이런 곳에 사람이 왜 사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다.


개교 100년이 넘었다는 첫 학교. 첫 학급. 생생히 기억난다. 최근 대부분의 인구가 도시로 이동해 버린 바람에 많은 시골 학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의 첫 학교도 그랬다. 감히 말하자면, 교직생활을 하면서 겪을 법한 대부분의 일은 다 겪을 수 있는 곳이었다.


교사로서 나의 삶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