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아르카나의 다른 카드들

by 시애

앞의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메이저 아르카나의 카드 22장을 차례대로 놓고 보면 0번 카드의 주인공인 THE FOOL의 여행 이야기가 된다.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성공과 영적 성장을 거쳐 마침내 세계와 합일하게 되는 여행.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여행.



여기서는 메이저 아르카나 22장 중 앞에서 다루지 않은 11장의 카드가 가진 의미를 짧게 살펴보자. 타로카드, 특히 메이저 아르카나는 카드는 의미하는 바가 방대하므로 모든 뜻을 다 분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제 상담 상황에서는 카드에 대한 지식보다 내담자가 카드를 보고 어떻게 느끼는지가 더 중요하므로 의기소침해지지 않기로 하자. 예를 들어 동전의 왕이 그려진 카드를 보고 한없이 카드에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쳐다보기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상담자의 역할이다.





1. 메이저 2번 카드 – 고위 여사제


영어로 또박또박 ‘고위 여사제’라고 쓰인 2번 카드의 주인공은 흑백의 두 기둥 사이에 놓인 돌의자에 꼿꼿하게 앉아 있다. 여성성을 나타내는 석류와 그 너머의 물(타로에서 ‘물’은 감정의 상징이다)은 뒤에 감추었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달을 표현한 관을 썼고, 경전은 소매 안에 넣었다. 세상의 양면성과 이중성을 볼 줄 아는 그녀는 비밀스럽지만, 직관력과 통찰력이 뛰어난 인물이다.



그러나 인간관계에도 뛰어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굳이 뒤에 감춘 석류가 그녀 내면의 모습이다. 말하지 못하는 마음에 비밀만 쌓여 간다. 발밑에 놓인 달은 그녀의 순수를 의미한다. 순수하고 비밀이 많은 사람은 관계를 쌓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 보여주지 않은 매력이 더 많은 사람이니 조금 더 마음의 빗장을 풀고 다른 이들에게 다가가도 괜찮다.





2. 메이저 3번 카드 - 여황제


아름다운 여황제가 푹신한 자리에 편안하게 앉아 온화하고 자애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대지를 둘러보고 있다. 주위에는 그녀가 길러낸 나무와 곡식이 풍성하다. 메이저 2번 카드와 비교해 보면 고위 여사제가 애써 감추었던 석류 무늬를 여황제는 아예 옷 전체에 둘렀다. 석류는 여성성, 모성, 다산의 상징이다. 깊은 이해심으로 누구든 포근하게 감싸줄 것 같은 그녀는 ‘황제’ 답게 능력치 또한 높다.





3. 메이저 4번 카드 - 황제


이번에는 남자 황제다. 현실적이며 물질적인 세계의 제왕이다. 그가 정한 규칙 안에서 그는 리더십과 카리스마와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러나 황제는 불안한 표정이다. 그의 뒤에 보이는 붉고 황량하며 거친 땅을 지켜내고자 언제든 싸울 수 있게 갑옷까지 갖춰 입었다. 힘을 상징하는 산양의 머리 네 개가 장식된 크고 딱딱한 의자에 홀로 앉아 있다. 권력과 권위의 정점에 앉은 황제이지만, 그가 목숨 걸고 지키려는 것들이 지킬 만한 가치가 없어 보여서 도리어 측은하다. 그도 그걸 알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더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4. 메이저 5번 카드 - 교황


메이저 아르카나 5번 카드의 주인공은 교황이다. 왼손에 십자가를 들고, 머리에는 삼중으로 된 관을 썼다. 교황은 하늘의 뜻을 땅에 전하는 존재이니, 이 카드는 집단의 전통과 권위와 가르침의 상징이며, ‘결혼’이라는 전통적인 제도를 뜻하기도 한다. 권위를 가지고 전통을 가르치는 사람인 ‘스승’이나 ‘어른’을 상징하는 카드이기도 하고, 나아가 ‘조언’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교황의 앞에는 두 개의 열쇠와 둥글게 정수리를 깎은 사제들이 있다. 교황은 신의 권능을 빌려 사제들에게 열쇠가 되어줄 해결책을 조언할 것이다.





5. 메이저 6번 카드 - 연인


THE LOVERS. 사랑하는 이들. 연인 카드에는 아담과 하와를 연상시키는 여자와 남자가 벌거벗고 등장한다. 고귀한 보랏빛 옷에다 날개까지 단 천사 라파엘도 보인다. 천사의 가호 아래, 연인이 나란히 섰다.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저 위를 보는 여인은 상대방 대신 자신의 이상을 보는 중일지 모른다. 여인 뒤로 지혜의 상징인 뱀과 선악과가 보인다. 청년은 여인을 바라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청년 뒤의 나무에 가지마다 모조리 불이 붙었으므로 그도 그녀를 차분하게 보기는 글렀다. 많은 연인들이 이러할까. 카드의 연인은 각자 다른 지점을, 다른 온도로 보는 중이다.



똑같은 카드라도 사람마다 눈이 가는 지점이 상이할 수도 있다. 대부분은 연인들이 먼저 보이겠지만, 천사에게 유독 눈길이 간다면 연애 자체보다 연애를 ‘둘러싼 상황’이 신경 쓰이는 중일지도. 가운데 산봉우리에서 눈을 뗄 수 없다면 ‘성(sex)’적 문제를 되돌아보자.



만약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아닌 상황에서 이 카드가 나왔다면 매력적인 제안 또는 책임져야 하는 일을 뜻한다. 연애란 그런 것이지.





6. 메이저 7번 카드 - 전차


메이저 7번 카드의 주인공은 전차를 타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그는 목표를 향해 치고 나갈 수 있는 충만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추진력 있게 승리를 거머쥘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자세히 보면 전차를 운전하는 게 쉽지 않다. 일단 전차를 끄는 검은 스핑크스와 흰 스핑크스를 잘 다독거려야 이동할 수가 있다. 그러나 전설의 동물을 둘이나 다루는 게 쉬울 리가. 어깨는 또 어떤가. 내 속의 수많은 얼굴을 죄다 짊어지고 있는 어깨다. 너무도 많은 나의 목소리에 일일이 현혹되다가는 목표한 곳에 제대로 도달할 수가 없다. 번뇌와 고뇌를 숨기고 싶었는지 전차를 별 모양으로 현란하게 장식한 것 좀 보라지. 그렇게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주위를 돌아보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쾌속 전진할 수도 있다. 자신 안의 추진력을 발휘하되 여러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7. 메이저 11번 카드 - 정의


메이저 2번 카드의 고위 여사제처럼 두 기둥 사이에 앉아 있는 정의의 여신이 보인다. 고위 여사제의 기둥이 직관의 영역이라면 이 카드에 그려진 기둥은 이성의 영역이다. 그녀는 단단한 의자에 앉아 수평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 순간에 바로 칼을 내리치려고(=판단을 내리기 위해) 한 발을 미리 빼고 칼을 높이 들었다. ‘정의’라는 이름처럼 올바름, 합리성, 균형이 필요한 상황을 말하는 카드이다.



아무도 불만이 없고 모든 게 좋기만 한 결정을 내리려다 보면 지나치게 오래 저울질하게 된다. 그래서 이 카드는 그만 재고 이제 행동할 때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8. 메이저 12번 카드 – 매달린 사람


메이저 아르카나 12번 카드에는 머리 뒤에서 후광이 나는 남자가 그려져 있다. 이 카드의 키워드는 ‘스스로 선택한 고행’이다. 묶인 게 아니다. 스스로 자기 발목을 묶어 매달린 것이다. 나무에 한쪽 발목을 묶고 거꾸로 매달려서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다리까지 꼬고 있다.



왜 이러는 걸까요. 대의를 위해 희생을 택한 것일까. 아니면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시선의 방향을 바꿨는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 때문이든 거꾸로 매달려 있으니 힘은 들겠지. 그러나 그가 발목을 묶은 나무는 살아서 잎이 무성하다. 와신상담과 심사숙고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는 부활할 것이다. 그전과는 다른 안목을 장착한 채.





9. 메이저 13번 카드 - 죽음


메이저 아르카나의 13번 카드는 ‘DEATH’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갖고 있다. 카드를 뽑아보다 DEATH 카드가 나오면 타로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진다. “죽나요?” 그때마다 나는 웃으며 말해준다. “죽음만큼 큰 변화란 뜻이에요.”



이 카드의 키워드는 ‘마침내 찾아온 변화’다. 갑옷을 입은 해골 기사가 탄 말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다. 아마 네 사람은 저 멀리서부터 기사가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예상했던 파국이라 해서 고통스럽지 않을 리 없다. 오히려 비극이 어디까지 왔는지 재면서 화를 내고, 도망가려고도 해 보고, 불안해하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지쳐버린 상태로 죽음의 기사를 맞았을 것이다. 부질없는 노력을 하던 시간에도 기사는 착실하게 뚜벅뚜벅 다가오고 있었겠지. 그리고 네 사람은 각기 다른 태도로 기사와 맞닥뜨렸다.



검은 옷의 기사는 마지못해 끌려가기보다는 내가 앞장서서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집단 안에서 쓸모 있는 존재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바닥에 쓰러진 왕은 변화를 싫어한다. 잃을 게 많은 사람이니까. 상황이야 어떻게 변하든 나는 못 한다고 드러누워 버렸다. 쓰러진 왕 옆에서 왕관이 바닥에 뒹굴고 있다.



신나서 구경하는 아이는 새로운 변화에 흥미를 가진 얼리어답터다. 낙관적인 성향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비교적 잘 적응할 것이다.



못 본 척 외면하는 여인은 대놓고 변화에 저항할 힘은 없지만 사실 내키지는 않는다.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몰라도 굳이 먼저 나서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변화된 상황이 안정화되어 도저히 하지 않을 수 없게 될 때까지 일단 기다려본다.



기사를 설득하러 나선 주교는 아직은 변할 때가 아니라고 변화를 주도하려는 인물을 설득한다. 지금까지도 잘 이겨왔으니까 앞으로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고. 전통과 안정을 중시하는 인물상이다.



검은 깃발을 든 기사와 네 명의 사람 중 누가 가장 나와 닮았는가. 나는 변화에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는 사람인가.





10. 메이저 18번 카드 - 달


달 카드의 주인공은 전갈이다. 전갈은 물에서 뭍으로 나가서 푸른 산 너머로 가고자 한다. 길고 먼 길이 앞에 펼쳐져 있는데, 길 양옆에서 개와 늑대가 짖으며 전갈의 넋을 빼놓을 것이고, 달은 매일 모습을 바꾸며 변덕을 부린다. 멀리 두 개의 탑도 마치 자신이 목적지인 양 버티고 서서 전갈을 혼란하게 한다. 속임수, 변덕, 혼란, 의심, 구설수 등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전갈은 자신을 현혹하는 것들을 무사히 지나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11. 메이저 20번 카드 - 심판


거대한 천사가 나팔을 불고 있다. 시체들이 관 속에서 되살아나 환호한다. ‘되살아난 시체’라는 단어에서 좀비를 떠올린다면 당신은 좀비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이다. 이건 엄연히 《요한계시록》 중 ‘최후의 심판’의 한 장면이니까. 심판 카드는 심판의 날에 시체들이 부활하는 장면을 그린다. 성경에 따르면 마지막 때에 나팔 소리와 함께 대천사가 등장하고 죽은 자들 모두가 부활한다. 그리하여 그동안의 업보와 노력에 대해 최후의 심판을 받게 된다. 앞으로 영원히 천국으로 갈지, 지옥으로 갈지 진짜 진짜 최종 버전의 심판. 과거의 행동에 따라 보상, 책임, 용서, 부활 등이 기다린다. 기다리던 소식을 듣게 되거나 미루던 결정을 최종적으로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