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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Apr 05. 2023

학부모 총회와 학부모권리

학부모회법 제정과 학부모 참여 문화 활성화가 필요하다

학부모 총회를 통해 본 학부모 학교 참여의 현실


학부모 총회로 분주했던 3월이 지나갔다.

아마 학부모 총회에 참석한 학부모에게 남아있는 기억은 담임선생님이 누구이며 내 아이에 대해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어떤 교육관을 가지고 있고 경력은 어떻게 되는지 등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조금 더 기억을 떠올려보면 학교의 학사일정과 특색 있는 교육이 있는지, 학교 현안은 무엇인지 등도 어렴풋이 생각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학부모 총회에서 누가 학부모회장이 되었고, 누가 학교운영위원이 되었는지 기억할 학부모는 얼마나 될까. 학부모회장과 친한 사람 외에 대부분은 기억 못 할 것이다. 그게 학부모 총회의 가장 중요한 장면인데도 말이다.


이름만 올리면 된다, 하는 일 없다 등등 감언이설에 속아 자신이 왜 학부모회장이 되었는지도 모르고 당선된 경우도 있다. 학부모들도 누가 학부모회장인지도 모르고 박수부터 친다. 학부모회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학부모 대다수가 모르는 학부모회는 왜 하는 걸까



학부모회는 왜 하는가


일부 사례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학부모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학부모가 많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대다수 학부모가 잘 모르는 학부모회는 도대체 왜 운영하는지 알아보자.


학부모 총회에서 학부모회장을 뽑는 이유는 학부모회가 조례로 정한 법적기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모 총회에 가면 학부모회 조례에서 정한 대로 학부모회장, 부회장, 감사를 뽑는다.


학부모회 조례는 2013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이제 대구를 제외하고 전국 모든 시도교육청에 제정되어 있다.

학부모회 조례는 그동안 후원자. 봉사자, 조력자에 머물렀던  학부모를 교육의 주체로 인정한 제도이다. 학부모를 학교 교육의 동반자이자 중요한 협력자로 보고 학부모가 사적인 참여가 아닌 공적인 참여로 학교교육에 협력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학부모회를 왜 조례로 만들고 시행하는 걸까? 학부모들이 집단적으로 학교를 힘들게 할 수도 있고, 일반 학부모는 모르게 학부모회 임원의 자녀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를 학부모 갑질과 촌지, 불법찬조금 등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1995년 5.31 교육개혁안을 통해 교육주체로서 학부모의 권리를 인정하고 학교운영위원회라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2009년부터는 학부모 학교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원사업도 본격화했다.

이러한 제도와 사업 추진의 결과로 촌지나 불법찬조금 등 부정적인 학부모 문화도 학생들의 성장과 배움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활동으로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학부모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학부모회를 운영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학부모의 집단적 참여권, 학부모회의  법제화


그렇다면 학부모의 학교참여를 정부가 나서서 활성화하려는 건 어떤 이유일까.

학부모가 자녀의 교육에 대한 원천적 교육권자임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학부모의 자녀 교육권에 대해 비록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라 학부모가 가진 기본권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권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학부모의 집단적 참여권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한다. 적어도 공교육인 학교교육에 대하여 학부모가 의견을 내거나 요구를 하는 등 권리를 행사할 때에 집단적 참여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적으로도 학부모의 참여가 활발한 학교일수록 학생들의 자아성취감이나 학업성취도가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그래서 학부모의 집단적 참여권을 보장한 것이 학교운영위원회 제도이고, 전체 학부모의 참여와 자치활동을 위해 학부모회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학부모회가 제도화됨에 따라 학부모의 학교교육에 대한 제도적 참여는 보장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학부모회는 상위법령 없이 조례로 설치하도록 되어 있어 학부모회를 설치하지 않아도 법적 처분을 할 수 없다. 학부모회 임원 자격이나, 학부모회 구성원과 투표 성원 등 기초적인 사항조차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상태로 남아있다. 그래서 법적 근거와 강제성이 불분명한 조례로 인해 학부모회의 임원이 되어도 권리와 책임이 불분명하고 학교에 따라서는 갈등과 분쟁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해외사례를 통해 보면 OECD 국가의 대부분은 학부모의 학교참여가 활발하고 법적 제도도 체계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학부모들에게 학교참여는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학부모 대다수가 학부모회를 잘 모르고 일반 국민의 인식 속에도 학부모의 학교참여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따라서 학부모회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 운영하려면 교육부와 국회가 학부모회 법률 제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한 이러한 법제화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학부모 문화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병행해야 한다. 학부모들도 스스로의 권리 찾기를 위해 적극적으로 청원해야 한다.


학부모회는 학교 자치를 강화하고 학생의 교육력을 향상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민주적인 자치활동 중 하나이다. 더 이상 학부모회를 외면하지 말자. 학부모회는 학부모에게 주어진 몇 안 되는 권리 제도중 하나다.


이것이 학부모가 앞으로 학부모총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이유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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