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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Jun 05. 2023

학부모와 학교운영위원회

학교자치와 학교민주주의의 척도, 학교운영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직원, 학생, 학부모, 지역 주민 등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학교운영의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심의(자문) 기구입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학교자치기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운영위원회가 무엇을 하는 기구인지 잘 모릅니다. 교육의 직접적 당사자라 할 학생과 학부모도 학교가 어떤 체계와 절차를 통해 운영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또 자신들의 의견이 학교운영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래서 학교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해 간략히 소개보려고 합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모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특수학교에 설치 운영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학교장이 학교 운영을 총괄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학교운영위원회도 학교 운영 전반을 심의(자문)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교육공동체의 주체들 즉, 교원, 학부모, 지역주민들에게도 책무성과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교 운영에 대한 심의 권한을 가진 학교운영위원회 제도는 언제부터 실시된 걸까요?


학교운영위원회 도입 전까지 학교는 관료적 조직체계의 최말단 교육행정기관이었습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학생, 학부모의 요구에 부합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며 학교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학교운영위원회는 1995년 김영삼 정부시절 5.31 교육개혁에 따라 1996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 제도는 초중등교육법 제31조에 명시된 것처럼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다양하고도 창의적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각 학교가 자율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하기 위해 학교에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부모의 관점에서 보자면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학부모를 더 이상 지원자, 보조자가 아닌 학교 교육의 수요자, 소비자로 보겠다는 관점이 담겨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관점에 대해서 여러 비판적 의견이 여전히 있지만 중요한 건 학부모를 학교교육의 주체로 받아들였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학부모들은 자신이 교육의 주체인지조차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학부모들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뭘 하는지 몰랐을뿐더러 그런 운영위원을 하기 위해서는 뭔가 학교에 금전적 기부도 하고 시간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학교운영위원회에 일부러 관심을 두지도 않았죠.


그래서 학교운영위원회의 운영이 형식적이고 운영위원들의 전문성도 부족하며, 교육정책에 대한 이해나 연계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교육 현장에서 제기되었습니다.


한편 시간이 흘러 각 시도별로 학부모회 조례가 제정되고 학부모회가 활성화되면서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졌습니다. 학부모들이 학부모회를 통해 열심히 학교를 돕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학교운영에 관한 중요한 결정들이 학부모회 모르게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학부모회 임원들은 소외감과 서운함을 넘어 분개하게 됩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보는 학부모회 임원분들 중에도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다가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회 임원들이 학교운영위원 출마를 하고 학교운영위원회에 들어가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학교운영위원이 되더라도 학교에서 제출하는 운영위원회 안건 내용을 봐도 무슨 이야기인지 몰라 그냥 가결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학교 운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형식적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높죠.


사실 이런 현실을 비판하면서 한편으로 학교운영위원회가 필요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주장은 주장의 의도와 관계없이 과거처럼 소수의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학교를 마음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 운영의 문제점은 제도를 보완하거나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학교운영위원회는 법적 기구이기 때문에 절차와 권한 등에 대해 어렵고 복잡한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또 학교 구성원 대부분이 관심이 없고 법이 자주 바뀌는 탓에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방법을 쉽게 알려주는 강사나 프로그램도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관심과 참여를 게을리하면 당연히 예전의 학교 운영방식으로 되돌리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학교운영위원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곳, 저곳 검색도 해보고 주변의 경험자들에게 물어도 보면서 조금씩 경험을 하다 보면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학교운영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는지 그 절차와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초중등교육법 제31조에 따라 초, 중, 고, 특수학교 및 각종학교에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 운영하여야 합니다.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수는 5명 이상 15명 이하의 범위에서 학교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학교운영위원의 선출 절차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9조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학교장은 당연직 교원위원이 됩니다. 교장선생님이 운영위원회 참석을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지만 학교 운영을 총괄 책임지는 학교장이 운영위원회에 참석하여 논의 내용을 듣고 학교운영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참석이 필요한 부분도 있으므로 불편하게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당연직을 제외한 교원위원은 교원 중에서 선출하되, 교직원 전체회의에서 무기명투표로 선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는 교사들만 있는 게 아닌데 교사들만 위원이 될 수 있는 조항에 대해서 문제제기가 있습니다. 행정직, 교육공무직 등도 운영위원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은 민주적 대의절차에 따라 학부모 전체회의를 통하여 학부모 중에서 투표로 선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학부모 전체회의에 직접 참석할 수 없는 학부모는 학부모 전체회의 개최 전까지 가정통신문에 대한 회신, 우편투표, 전자적 방법(「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정보처리시스템을 사용하거나 그 밖에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는 방법을 말한다)에 의한 투표 등 위원회규정으로 정하는 방법 및 절차에 따라 후보자에게 투표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학부모 전체회의가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 해석이 불분명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학부모회 조례가 제정됨에 따라 학부모총회를 학부모 전체회의라고 생각하지만 시도교육청에 따라서는 학부모회 조례에서 말하는 총회와 학부모 전체회의가 달리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자세한 해석은 각 시도교육청 담당부서에 문의해야 합니다. 관련한 논쟁 상황은 추후에 정리해서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역위원은 선출된 교원위원과 학부모위원의 추천을 통해 선출하게 됩니다. 운영위원이 모두 선출되면 1차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운영위원장을 선출합니다. 운영위원장과 운영위원의 임기는 시도교육청별로 다르니 시도교육청 학교운영위원회 조례를 살펴봐야 합니다.


한편 초중등교육법 제32조에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할 사항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2023. 6.1. 현재)


학교헌장과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 (사립은 요청이 있는 경우 자문)

학교의 예산안과 결산(사립은 요청이 있는 경우)

학교교육과정의 운영방법

교과용 도서와 교육 자료의 선정

교복ㆍ체육복ㆍ졸업앨범 등 학부모 경비 부담 사항

정규학습시간 종료 후 또는 방학기간 중의 교육활동 및 수련활동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 3 제8항에 따른 공모 교장의 공모 방법, 임용, 평가 등 (사립은 제외)

「교육공무원법」 제31조 제2항에 따른 초빙교사의 추천 (사립은 제외)

학교운영지원비의 조성ㆍ운용 및 사용

학교급식

대학입학 특별전형 중 학교장 추천

학교운동부의 구성ㆍ운영

학교운영에 대한 제안 및 건의 사항

그 밖에 대통령령이나 시ㆍ도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


이러한 심의사항 외에도 학교운영위원회는 제33조에 따라 학교발전기금의 조성ㆍ운용 및 사용에 관한 사항을 심의ㆍ의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학교운영위원회는 그야말로 학교운영 전반에 대해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학교장이 운영위원회 심의결과와 다르게 운영하고자 할 경우에는 이를 운영위원회와 관할청에 보고해야 합니다. 만약 학교운영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학교장은 시정명령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정말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권한이 큽니다. 그래서 학교운영위원회는 심의 결과가 학생들에게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이 많으므로 신중하게 심의해야 합니다.



막대한 권한을 가진 학교운영위원회는 그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측면과 한계도 분명히 있습니다. 앞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관련 사항은 다시 정리해서 올려보겠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들도 학교운영위원회 제도에 대하여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거나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이 있으니까요. 따라서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학교운영위원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꼭 학교운영위원이 되어야만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운영위원회 회의 결과는 각 학교 홈페이지 학교운영위원회 게시판에 대부분 올려져 있습니다. 어떤 결정이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또 필요하면 학부모회 임원이나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에게 의견 제안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된다면 학교운영위원들도 형식적인 심의가 아닌 실질적인 심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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