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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May 11. 2023

학부모회의 민주적 운영과 소통

나누고 모으고 연결하기

학부모회를 운영하다 보면 활동 하는 것보다 소통이 더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학교와의 소통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체 학부모의 의견을 모으고 소통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학부모회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잘 풀지 못하면 큰 갈등으로 번지기도 니다. 럴 경우 학부모회 운영의 파행뿐만 아니라 학교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결국에는 학부모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빌미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부모회장뿐만 아니라 학부모회 운영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은 학부모회의 민주적 운영과 합리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 학부모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소통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손 놓고 외면하거나 소수의 사람으로만 운영하는 방법을 택한다면 학부모회를 제도화한 목적이 제대로 실현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학부모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소통하는 것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을 "나누고 모으고 연결하기"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나누기


학부모회장이 되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많은 역할을 맡게 되고 계획한 사업도 총괄해야 합니다. 그래서 학부모회장은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어야 하고, 만능재주꾼인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학부모회장은 전체 사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것이 역할입니다. 일이 바쁘고 많기 때문에 때때로 결단력도 필요하지만 참여하는 학부모들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활동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고 잘한다고 해서 혼자 다 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본인이 직접 하고 싶은 사업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라도 실무적인 담당은 따로 맡기는 것을 권합니다.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더라도 믿고 맡겨야 합니다.


반대로 학교에서 하라는 것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  있습니다. "학교에서 요청한 일들도 많은데 뭘 더하란 말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요청한 일도 다할 수는 없습니다. 요청된 일들 중 학부모회에서 꼭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들을 분류하고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기존에 학부모회 자체적으로 해왔던 일들 중 올해 할 일과 하지 않을 일,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을  목록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주변에 함께 할 다른 임원과 도와주겠다는 지원자들과도 협의해야 합니다.


실제 활동하는 학부모들의 협의기구가 임원회의여도 좋고 대의원회여도 좋고 학부모 지원단이어도 좋습니다. 이름이 무엇이 되었던 일단 일을 함께할 사람을 모아야 합니다. 이렇게 지원군이 모이면 회의를 해서 실무적으로 할 일을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할 일이 정해지면 여러 사람이 일을 나누도록 해야 합니다.


가끔 학부모회장 혼자 일을 떠맡는 경우도 습니다. 그러나 학부모회는 절대 혼자 해서는 됩니다. 혼자 할 수밖에 없다면 사업은 최소화하고 학부모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학부모회장이 직접 맡아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는 그 일이 반드시 필요한 일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일이라도 회장 혼자나 소수 몇 명에게 일이 집중되는 사업이라면 과감히 포기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학부모회 역할은 많은 사업을 무리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교육에 필요한 일을 학부모회 전체 역량에 맞게 적절히 하면 됩니다. 그것이 자율이고 자치입니다.



모으기


학부모회 임원을 하게 되면 학교운영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게 됩니다. 다른 학교의 사례도 접하게 되면서 우리 지역의   교육 정보도 자세히 알게 됩니다. 그래서 모은 정보를 참고해 학부모회 사업에 반영하고 싶어 집니다. 그런데 이런 정보는 일반 학부모는 잘 모르는 정보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부모회 임원들은 일반학부모들에게 학교소식을 전달하는 소식통이 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학부모회 임원들은 학부모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인 경우도 있지만, 학교운영에 관한 의견인 경우도 있습니다. 푸념일 수도 있고, 제안일 수도 있습니다. 학부모회 임원들은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적인 주제인지, 공적인 주제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물론 사적인 주제라도 여럿이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면 공적인 주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아이의 학습이 뒤처진 것 같다는 푸념을 했는데 다른 학부모의 자녀도 학습진도가 학교 진도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런 경우가 한 두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라면 학부모회에서 공론화하고 학교선생님들과 협의하여 아이들의 학업 성취 역량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부모회장은 활동 속에서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겪는 개인적 곤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 개별적인 사안인지, 전체적인 사안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그러한 사안을 공론화하여 토론하고 조정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습니다. 논쟁이 되거나 갈등이 될 수 있는 사안의 경우 잘못 접근했다가 일을 그르칠까 두려워 아예 시도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안에 접근할 때 학부모회장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합니다. 학부모회장은 사안의 당사자들로부터 충분히 듣고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소통을 이룰 수 있습니다.


물론 학부모회장도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찬반의 의견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들어야 합니다. 사안의 핵심내용을 정리하여 토론이 필요한 것은 학부모회 대의원회나, 총회, 토론회 등을 열어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 됩니다. 사안에 대한 다른 학부모들의 여러 의견을 수렴하여 다수 의사를 살피고, 필요한 결정을 민주적으로 하면 됩니다.


공론화 과정에서 일부는 강하게 주장할 것이고, 일부는 침묵으로 회피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합의된 전체 의견이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학부모회장이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거나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구체적인 의사를 물어야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전체 학부모 설문을 통해 의사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처럼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듣고 모아내는 것만으로도 학부모회 활동의 절반은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와 소통으로 연결하기


가족이나 친구처럼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소통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잘 안다는 것과 소통이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서로가 잘 맞는다고 느끼는 것이 취향이 같아서인지 상대의 생각을 제대로 알고 있어서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가끔 서로의 본심을 알고 크게 배신감을 느끼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됩니다. 그래서 부부나 연인처럼 가까운 사이라도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반대로 의식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할 때도 있습니다. 주로 서로의 필요에 따라 소통을 해야만 하는 대상이 있을 때 그렇습니다. 이런 경우는 사적인 관계보다 공적인 관계일 때가 많습니다. 학교와 학부모 사이가 그렇습니다. 학교와 학부모는 의식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관계입니다.


학부모회 임원이 되면 이런저런 학교 관련 정보를 듣게 됩니다.  여러 가지  민원과 제안도 받게 됩니다. 때로는 듣기 힘든 얘기, 어려운 제안도 받게 됩니다.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소통하려고 하지만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무엇하나 하려고 해도 학교에서는 절차가 복잡해 안 되는 게 많고, 학부모들끼리의 소통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소통 없는 학부모회 활동은 활동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학부모들의 의견은 듣지 않고 학교가 시키는 일만 하거나 학교와의 소통과 협력 없이 학부모회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활동은 공허합니다. 그래서 어렵더라도 소통을 해야 합니다.


학부모사이에서는 민주적 의사수렴 절차로 소통해야 한다면 학교와의 의사소통은 공적인 의사소통 절차로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다. 전체 학부모들과의 의견수렴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학부모회장 개인의 의견 또는 일부 운영위원의 의견으로 전체 학부모 의견인 것처럼 전달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는 학부모회장 개인의 문제로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면 가급적 학부모회 내 민주적 의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전체 학부모의 수렴된 의견이라는 합리적 결과물이라야 학교에서도 공적인 문제로 사안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학부모회는 모아진 전체 학부모의 의견이 학교에 잘 전달되고, 학교의 입장과 답변이 학부모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가교가 되어야 합니다. 이때 의견 전달 방법은 문서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구두로 전달될 때 생길 수밖에 없는 전달과정에서의 곡해를 방지하는 의미도 있고, 공적 조직 간의 소통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학부모회는 제 역할을 다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학부모의 의견에 대해 학교가 소극적으로 응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실망하지 말고 정확한 학교의 답변을 다시 '공식적으로' 요청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학교가 처음에는 불편해 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학교가 학부모회를 공적 조직으로 인식하게 되는 소통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학교에서 학부모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법률적 문제로 인한 것이거나, 학교의 권한밖이거나, 재정적 어려움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학부모회에서도 학교의 입장과 답변에 대해 이의제기 하기 전에 학교가 처한 상황에 대한 고려와 이해도 필요합니다. 학교의 사정을 살피지 않고 요구만 할 수는 없습니다. 가능한 방법을 함께 찾고 때로는 대안도 제시할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학교와의 소통은 쉽지 않고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학교가 학부모회의 제안이나 의견에 협조적이고 소통이 잘 되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특정한 사안에서는 학교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감정적 대응이 되는 경우가 있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학교와 학부모 사이의 갈등이 심할 때 학부모회 임원들은 무척 곤란해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전체 학부모를 대표하여 앞장서 싸우는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갈등에서 비켜서서 중재자로서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어느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만 분명한 건 학부모회 임원들이 절대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토론을 보장하되 절차를 지키고, 소모적 논쟁이 되지 않도록 토론과 협의 결과에 따르도록 하는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참고로 요즘 합리적 의사결정이나 토론 기법에 대한 연수도 많이 하고 있으니 조금만 찾아보면 학부모회의 민주적 운영에 도움이 될 연수를 기획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어떤 경우라도 학교와 학부모회가 소통하는 목적은 학생의 성장과 배움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 모두가 학생들을 위해 학교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갈등이 깊어지면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학생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대화할 수 있다면 학교와 학부모회가 소통으로 연결되고 협력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학부모회의 민주적 운영과 소통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사실 이런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쓴 글이긴 하지만 어렵고 부담되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민주적 운영과 소통이라는 주제는 명쾌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의 상황은 다양하기 때문에 제시한 방법론을 참고자료로 삼아 소통의 원칙을 정하고 우리 학교에 맞는 방법을 찾아보실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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