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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May 01. 2023

학부모회장의 1년

학부모회 활동 방법과 절차

처음 하는 학부모회장 일이 많낯설 것입니다. 특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진짜 처음으로 학부모회장이 된 학부모들은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학부모회장의 역할이 무엇인지, 학부모회는 어떻게 운영할지 말입니다. 그런데 경험이 있는 학부모회장을 포함하여 대다수 학부모회장과 임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로 의지하며 천천히 하나씩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됩니다.


어떤 일이든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습니다. 학부모회 운영을 잘하면 학교교육에 보탬이 되는 것은 맞지만 학부모회가 활발하게 운영되지 않는다고 해서 학교교육이나 학부모회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설명하는 학부모회 운영방식이 우리 학교와 다르다고 낙담하거나 분노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학교가 똑같이 운영될 수는 없으니까요. 각 학교별 특성, 학부모와 학생들의 상황에 따라 학부모회 운영계획이나 방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설명하는 내용은 참고만 하고 우리 학교 상황에 맞게 운영하면 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시간순서대로 학부모회 1년의 활동 과정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학부모회 활동을 어떻게 하면 될지, 또 나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비교해 보면 어렵지 않게 1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1. 인수인계


학부모 총회가 끝나면 학부모회장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전임 학부모회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아야 합니다. 학부모회 전임임원으로부터 학부모회 활동에 사용되었던 자료를 받고 경험담을 듣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임 임원들에게 인수인계를 받을 수 있으면 학부모회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학부모회에서 인수인계가 잘되지 않습니다. 전, 현 임원들 모두 인수인계가 뭔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냐하면 법적으로 강제되는 사항이 아니고 인수인계를 받은 경험도 없어서 다들 그냥 알아서 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임 임원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다면 올해부터라도 인수인계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후배 학부모들이 겪을 불편함과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고, 학부모회 활동의 연속성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학부모회 예산  확인


인수인계를 받았던, 안 받았던 다음으로는 올 한 해 학부모회에서 쓸 수 있는 예산이 얼마인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학부모회 예산은 학교별로 차이가 많습니다. 전혀 편성되지 않은 학교도 있고 수백만 원의 예산을 편성한 학교도 있습니다. 우리 학교 학부모회 예산을 알고 싶으면 담당교사에게 문의하거나 학교 홈페이지 재정공개 게시판에 탑재되어 있는 올해 세입세출 본예산서를 확인하면 됩니다.


예산은 학교 자체 기본운영비에 편성된 예산, 목적사업비로 교육청에서 교부된 예산, 교육청이나 시청 등 지자체에서 사업 공모를 통해 지원하는 예산 등이 있습니다.


먼저 학교기본운영비에 편성된 학부모회 운영비는 "20**학년도 세입세출 본예산서"에서 확인하면 됩니다. 본예산서 거의 마지막장에 학교운영위원회 예산과 함께 학부모회 예산이 편성된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로 목적사업비는 시도교육청이나 시청 등 지자체에서 학부모 학교참여 활동이나 학부모회 사업비로 쓰도록 목적을 지정해서 학교에 교부된 예산을 말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당수의 시도교육청이 목적사업비 교부로 학부모회 예산을 지원했으나 지금은 많지 않으니 학교 담당교사에게 우리 지역에 그런 사업비가 있는지 물어보거나 교육청 학부모회 담당부서에  문의해서 확인하면 됩니다.


세 번째로 지자체 사업 공모를 통한 예산 지원은 말 그대로 공모에 신청하고 선정된 학부모회에 지원하는 예산을 말합니다. 일부 시도교육청이나 시군구 교육지원청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으니 학교나 교육지원청에 문의하거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하면 됩니다.



3. 학부모회 활동계획 세우기


학부모회 예산이 확인되면 올 한 해 활동계획을 세워야 됩니다. 활동계획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다른 임원과 함께 협의해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각 기능별 대표나 학년대표들과 함께 협의해서 학부모회 산하 기구들이 활동 지원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활동계획은 대부분의 학교가 비슷합니다. 크게  학교교육 모니터링, 학부모교육, 학교참여지원활동 등 세 영역으로 구성됩니다.


학교교육모니터링은 학교와 학부모간 원활한 협력 관계가 되도록 상호 소통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교교육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활동입니다.


모니터링 사업은 주로 전체 학부모 설문 후 학교와 간담회를 하거나, 급식과 같은 특정 주제에 대한 점검 형식으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각 학교별로 상황에 맞게 활동계획에 포함하면 됩니다.


학부모교육은 학부모들의 수요조사를 통해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로 진행해야 합니다. 주제, 교육참여 인원, 예산에 맞는 적절한 강사, 교육일정 및 방법(온라인 또는 오프라인)등을 정하면 됩니다. 물론 처음 계획에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으니 흐름을 이해했으면 대략적인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것은 실제 교육을 진행할 때 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학교교육 참여지원활동은 학교에서 요청한 지원활동과 자체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활동을 계획에 포함하면 됩니다. 


학교교육 참여 지원 활동은 학부모회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목적이 분명한지 검토하고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합니다. 학교에서 요청한 지원활동이라도 우리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인지, 또 학부모들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일인지 검토 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학부모들이 필요하다고 제안되는 활동들도 학교교육에 필요한 일인지 꼼꼼하게 검토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4. 연간 일정 계획하기


각 영역별 계획뿐만 아니라 연간 일정표를 만들어 1년간의 사업 일정을 완결적으로 세우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체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간혹 학부모회 운영 경험이 없어 1학기 계획만 세우고 2학기 계획은 미정으로 남겨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2학기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연간 일정 계획을 미리 만들어 두고 운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간 일정을 정할 때는 학교 학사일정을 참고하여 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학교 일정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활동이 됩니다. 또한 담당교사도 학부모회 활동을 지원할 때 일정계획을 보고 미리 지원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대의원회에서 사업 확정하기


임원회의에서 활동 계획을 세웠다고 해서 바로 계획대로 집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학부모회 활동계획은 총회나 대의원회에서 의결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학부모회 임원들은 작성된 활동계획 초안을 적어도 대의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토론을 거쳐 의결해야 합니다.


임원들 협의로만 결정한 사업계획보다 대의원회에서 결정한 사업계획이 추진력이나 학부모 참여도가 훨씬 높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학년대표나 반대표들도 학부모회 사업계획에 의견을 내고 같이 결정한 것이므로 사업에 참여해야 하는 책임감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많은 학부모들이 학부모회 사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하기 위해서 학부모회 조례에서 정한 민주적 의사 결정 절차를 충분히  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6. 전체 학부모 소통 및 홍보 채널  만들기


대의원회에서 사업계획이 확정한 후 실제 활동이 시작되면 학부모회 사업을 알릴 방법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학부모회 임원과 학년대표, 반대표까지 함께 있는 단톡방은 많이들 운영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 일반 학부모들에게 사업 내용이 전달되려면 반대표가 각반 학부모단톡방을 만들어 안내하거나 학교의 협조를 얻어 가정통신문으로 안내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절차에 대한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학부모회에서 직접 일반 학부모들과 소통과 홍보를 하고 싶다면 학부모회 독자적인 온라인소통 채널을 만드는 걸 추천합니다.


요즘 많이 쓰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도 좋은 소통채널입니다. 그런데 우리 학교 학부모들만의 온라인 소통공간을 만들고 싶다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네이버밴드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각 앱별 장점과 단점이 있으니 우리 학교에 맞는 앱을 이용해 소통채널로 활용하면 됩니다. 이때 온라인 소통채널에 학부모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전체 안내가 되어야 합니다. 학교의 협조를 통해 가정통신문이나 문자로 가입 링크주소를 일반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게 좋겠습니다.


맞벌이 등으로 인해 학교에 관심은 있지만 참여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에게 학부모 관점에서 궁금한 것들을 학부모회 채팅방이나 밴드에서 안내하게 되면 학부모회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학부모회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 소통 채널 운영은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학부모회에 꼭 필요한 소통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7. 예산 집행 시 주의할 점


학부모회 운영 예산이 있다고 해서 학부모회의 통장으로 예산이 직접 지급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학교에서 예산을 관리하고 학부모회의 필요에 따라 학교가 예산 집행에 협조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따라서 학부모회 활동과정에서 예산을 집행할 사항이 있으면 적어도 사업 집행 2주 전까지는 담당교사와 집행 예산 금액을 협의해야 합니다. 또 담당교사는 내부결재를 통해 예산 집행 절차를 승인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사업 당일 예산이 집행되지 못해 사업을 망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예산 집행 방식은 시도별로, 학교별로 조금씩 다르므로 담당교사나 행정실과 상시적인 소통 관계를 형성하는 게 좋겠습니다.



8. 새학년도 활동 준비 및 예산 요구하기


이제 막 학부모회를 시작하고 있는데 내년 활동을 준비한다는 것은 감이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내년 학부모회 임원이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미리 내년을 준비해야 합니다.


적어도 11~12월 경에는 올해 활동에 대해 평가하고, 내년 활동의 큰 방향에 대해 정해야 합니다.  임원들만 협의하지 말고 대의원회를 개최하여 함께 협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래야 대의원들도 내년 활동 방향을 보고 자신의 활동 참여 방법과 수준을 정할 수 있을 테니까요.


또한 차년도 활동에 꼭 필요한 학부모회 활동 예산을 학교에 요구하는 절차가 있어야 합니다. 거의 대부분 학교에서 12월에 각 부서별로 내년 사업비 요구액을 받아서 예산안 편성을 하기 때문에 학부모회도 시기에 맞춰 담당교사에게 필요한 학부모회 예산을 제안하고, 담당교사는 학교에 학부모회 예산 요구액을 제출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학부모회에서 아무런 요구나 제안이 없으면 대부분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제출되거나, 사업비가 남은 경우에는 감액하여 제출할 수도 있습니다. 올해 학부모회 활동하면서 예산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근거로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올해 사업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이런 절차를 잘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학부모회가 연속성을 갖고 신임 학부모회가 힘들지 않게 활동을 이어가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9. 새학년도 학부모 총회 준비하기


년 예산과 활동 준비로 올해 모든 활동이 끝난 게 아닙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년 학부모 총회를 준비해야 합니다. 많은 학부모회장들이 학부모 총회는 3월 개학 이후 준비하면 되는 게 아닌가, 혹은 학교에서 준비하는 게 아닌가라고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글에서 이미 말했듯이 학부모총회는 학부모회장이 소집하고 진행하는 전체 학부모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입니다. 따라서 학부모회장이 중심이 돼서 준비하는 게 맞습니다. 물론 실무적인 부분은 학교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학부모 총회의 내용은 학부모회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 진정한 자치기구로서 학부모회의 권한이자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1~12월에 개최될 대의원회에서 총회준비위원회와 임원선출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총회준비위원회는 학부모회 규정 개정안 마련,  활동보고 사항 준비,  감사보고 준비,  총회 일시 및 장소 등 사전 확인 등 활동을 합니다. 임원선출관리위원회는 새롭게 선출할 임원에 대한 선출절차를 확인하여 선거 세부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일들을 3월 개학 이후 준비하려면 학부모 개인이나 학교 모두 바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준비를 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12월부터 미리 준비를 하면 당황하지 않고 학부모총회도, 임원선출도 절차와 내용이 충실한 총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다시 겪지 않도록 차기 임원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학부모회장의 일 년 활동을 살펴보았습니다. 글을 읽다가 부담감을 느껴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처음 하는 학부모회 운영의 방법과 절차에 대한 도움을 주고자 제시된 안내일 뿐 꼭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정해진 지침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그러므로 제시된 내용 중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해볼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합니다.


아무튼 학부모회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몰라 인터넷을 검색하던 학부모회장과 임원들의 고민을 해소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에는 학부모회장이나 임원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겪게 될 소통의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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