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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Mar 11. 2023

학부모 총회와 드레스코드

학부모 총회에 가야 하는 이유

학부모 총회 풍경


자기 자녀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 신경 쓰이는 게 학부모입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면 신경 쓸 것이 더 많습니다. 학교요청으로 봉사에 참여할 때도 나만 참여 안 하면 아이에게 불이익이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런 일 없다고 선생님이 말해도 찝찝함에 봉사에 참여하게 됩니다. 또 3월이면 학부모총회에도 꼭 가서 아이 담임선생님에게 얼굴도장이라도 찍어야 한다는 주변 얘기에 흔들립니다.

담임선생님이 내 아이에 대해 아직 파악 못했을 텐데 가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옷은 무얼 입고 갈지, 같은 반 학부모들과는 어느 선에서 관계를 맺을지, 봉사라도 맡아달라고 하면 해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학부모 총회 날은 학교에 학부모가 가장 많이 오는 날입니다. 고학년보다는 저학년 학부모가 많고 그중에서도 1학년 학부모가 제일 많습니다. 학부모 총회를 가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학교 선생님들 소개시간에는 눈이 빛나지만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과 형식적인 연수들이 이어지면 지루해집니다연수가 끝나면 보통은 학교운영위원과 학부모회 임원을 뽑는데 출마자가 적어 후보 등록한 사람들이 그냥 당선되는 게 다반사고요. 사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학부모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릅니다. 또 이미 할 사람들이 정해진 게 아닌가 하고 많이들 오해합니다. 그런데 어떤 학교는 경선을 하기도 합니다. 돈 받고 하는 일도 아닌데 서로 하겠다고 하다니 무슨 일인가 싶다가도 나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지 불안해집니다. 사실 이런 불안함은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계속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해되고 해결되는 일이 대다수니까요.


총회가 끝나면 각 학급으로 가서 담임선생님을 만납니다. 사실 대부분의 학부모가 총회에 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녀가 속한 반에 도착하면 대략 예닐곱 정도의 학부모가 모여 있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같은 경우는 한 반에 70~80%가 참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교 교육이 생소하고 아이가 잘 적응하는지 궁금한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6~7명 정도의 학부모가 모였다면 준수한 편입니다. 초, 중, 고를 막론하고 고학년으로 가면 학부모가 한 명도 안 오는 학급도 많습니다. 


학생수가 줄었어도 20명에서 많게는 30명 정도의 학생들이 한 학급을 이루는데 그 학생들의 절반도 안 되는 학부모들이 총회 때 모입니다. 그리고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엄마입니다. 가끔 아빠도 참여하지만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보통은 담임선생님 소개와 함께 학급 운영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대화가 시작됩니다. 학부모들은 통성명하는 중에도 자기 이름을 말하지 않고 아무개 엄마라고만 소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왜 스스로 아이 엄마라고만 할까. 아이엄마라는 말 뒤로 자기 본모습을 감추고 싶은 걸까. 아니면 삶의 무게에 자신의 이름이 눌린 것일까. 


통성명이 끝나면 아이 학습태도나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담임선생님도 아직 아이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얘기는 자칫 겉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 아이가 무얼 좋아하고 잘하는지 담임선생님께 이야기해 주는 게 좋다고들 합니다.


학급별 시간의 마지막 순서는 반 학부모대표와 봉사 담당 선정입니다. 모인 학부모들 모두 눈치를 보다가 가장 쉬워 보이는 것부터 하겠다는 사람이 나섭니다. 정해진 인원을 못 채우면 담임선생님은 이름만 올려달라고 읍소합니다. 그럴 거면 뭐 하려 하는 건지 의구심이 듭니다. 각 반 학부모 대표뿐만 아니라 어떤 일도 그냥 이름만 올려서 되는 일은 없습니다. 일단 이름이라도 올리고 하기로 했으면 무엇이든 가능한 만큼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이름만 올릴 생각이라면 안 하는 게 낫습니다. 안 한다고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학교 운영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학부모 총회에서 학부모가 맡게 될 일들을 할지 말지는 학부모 스스로 정해야 합니다. 그것은 담임선생님이 해야 할 숙제가 아닙니다.



학부모 총회에 가야 할 이유


3월 개학과 함께 학교는 무척 바쁘게 돌아갑니다. 그 바쁜 일정에 정점을 찍는 게 학부모 총회입니다. 그래서 학부모 총회 풍경을 거칠게 스케치해 보았습니다.


많은 학부모들이 학부모 총회를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담임교사를 만나는 행사, 학부모봉사자나 학급 대표 뽑는 의례적 행사로 생각합니다그래서 학부모 총회를 가야 할 이유를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도 합니다.


학부모들은 학부모 총회에 대한 정보를 주로 맘카페, 블로그, 유튜브 등을 통해 얻습니다. 총회 갈 때 어떻게 입고 가야 되고, 같은 반 학부모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고, 또 담임선생님께 무슨 말을 하면 좋은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합니다. 사실 학부모 총회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별로 없기도 합니다. 교육청에서 만든 학부모 총회에 대한 안내 교육 자료나 영상은 재미가 없어서인지 조회수가 매우 낮습니다.


물론 신변잡기적 정보들이 학부모가 원하는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 또 대부분 "그래도 학부모 총회는 가라"라고 권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그날 입는 옷에 따라 학부모가 평가된다거나, 담임교사를 만났다는 것만으로 자녀에 대한 교사의 관심이 특별히 높아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 정보 중 일부는 학부모 문화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심어 주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학부모 총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학부모 총회에 꼭 가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학부모가 학교에 가는 것 자체를 못마땅해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알아서 할 텐데 굳이 학부모가 학교에 가서 참견할 필요가 없다거나, 학교에서 시키는 것만 도와주면 된다거나 하는 선입견도 여전히 굳건합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학부모들에게 학교에 제발 좀 가라고 주장한다면 뭐라고 할까요? 왜 학교를 힘들게 하려고 하냐는 비아냥을 듣진 않을까요?  물론 일부 학부모들의 일탈과 교권침해는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전체 학부모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들이 학교에 참여하는 것은 순기능이 많습니다.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은 학교일수록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나 인지발달, 자기 효능감이 높다는 연구결과는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교육부도 전국의 모든 교육청도 학부모들에게 학교에 참여할 방법을 안내하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10년도 넘게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학부모들이 계속 졸업하고 새로 들어오니까 모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학부모들의 생각이나 문화를 바꿀 만큼 교육부의 권장이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면 학부모들이 학교에 참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학부모가 학교에 참여한다는 것은 내 아이에 대한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바로 그 개인적인 문제들을 학부모회라는 공론의 장으로 가지고 와서 학생 전체의 문제로 공식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런 학부모들의 참여도를 측정할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가 바로 학부모 총회입니다. 


사실 학부모 총회는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큰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학부모 총회는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 있는 현안을 안건으로 정해 의견을 모을 수 있습니다. 물론 모아진 내용에 따라 학교 학생들이 영향을 받는 만큼 학부모들은 총회의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나눠야 합니다. 그만큼 학부모 총회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물론 학부모 총회에서 무엇을 결정한다고 해서 학교가 그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총회에서 결정한 사항을 학교에서 마냥 무시할 수는 없겠죠. 


지금 전국의 대부분 시도교육청에서 조례를 만들고 모든 학교에 학부모회를 설치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래서 조례에 따라 학부모 총회가 개최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 열리는 학부모 총회는 '학부모회 총회'입니다. 


많은 학부모들이 학부모 총회를 학교설명회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학부모 총회가 총회답게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지금도 많은 학부모들은 학교설명회의 끝자락에 학교운영위원과 학부모회 임원을 뽑는 게 학부모 총회의 전부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동안 많은 학교들이 학부모 총회를 그렇게 운영해 왔으니까요. 


학부모회가 조례로 제정된 지 8~10년이 넘은 서울이나 경기도도 그런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나마 학교 참여에 앞장섰던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변화해 왔던 학부모회 문화도 코로나19로 인해 많이 사라졌습니다.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모두가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다시 학부모가 학교에 참여해야 할 이유와 방법을 알려야 합니다. 학교에 제대로 참여하여 학교와 교육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자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일부 학부모들의 문제들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부모들에게 학교에 관심을 갖고 찾아가라고 광고를 해야 합니다. 학부모들이 학교에 가도록 독려하는 회사들에겐 인센티브를 주어야 합니다. 학부모들이 학부모회 총회에 참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야 합니다. 아무개 엄마, 아빠가 아니라 학부모로서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 학부모회라는 공론의 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직장인 학부모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기 권리를 행사하러 학부모총회에 갈 수 있는 문화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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