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학교입니다]는 2017년에 쓰인 책이다.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보면 현재학교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최근 교권 침해 이슈가 촉발되면서 비교적 목소리를 높이는 선생님을 알게 되면 서다. 저자인 권재원 선생님은 30년 넘게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쳤고 학교 교육의 개혁을 위해 실천해 왔다고 한다. 여전히 교육에 대한 목소리를 멈추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많은 교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이6쇄 본인 것을 보면 저자의 영향력은 아직 굳건한 듯하다.
< 이미지 출처: 서유재 출판사 >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재 학부모들의 모습을 진단하고 제대로 된 학교교육을 위해 학부모의 변화를 요구한다. 저자는 [글쓴이의 말]을 통해 “지금까지 왜곡되고 잘못된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를 극복하고 교육의 협력자로서 관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 모두 과거를 반성하고 달라져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학부모들에게 쓴 약 같은 “쓰라리고 아픈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고 한다.
7년 전 책을 이야기하는 것이 현시점에 적절한 것인지고민 됐지만학교교육에 대한 현재적 진단 측면에서 여전히 유의미한 부분이 있어 함께 공유하고 논의해 봐도 좋을 듯하여 옮겨본다.
공교육은 위대한 평민,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2조에 교육이념으로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저자 또한 책에서 공교육은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공교육은 특별한 재능을 발굴하여 인재로 길러 내는 교육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시민을 길러 내는 교육입니다.”
나도 저자의 생각과 같고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하지만 대부분의사람들에게교육기본법이나 저자의 주장은낯설 것이다. 왜냐하면 공교육이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라는 것을 배운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법에 명시된 교육의 목적과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교육의 목적 사이에는큰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는 우리 사회가 압축 성장하는 과정에서 공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와 합의가 없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지, 미래에 어떤 사회인과 시민으로 살아야 하는지, 꿈꾸는 미래의 삶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지금까지 물질 만능주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는 것이 공부의 전부라고 생각했고, 취업이 잘되고돈이 되는 교육이 무엇인지를 쫓기 바빴으니까.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그러니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일을 통해, 노동을 통해 행복할 수 있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또 시민으로서 공적인 문제에 참여함으로써 행복해하는 삶의 모습도 보여주셔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생업과 관련된 일자리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제도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학부모님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이런 일자리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니, 그 견해가 모이고 모여서 사회적으로 그런 제도와 문화로 굳어 버린 것입니다.”
부모들이 말과는 다르게 실제로는 남들보다 뛰어난 자신만의 재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라고 가르치고 있지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그런데 이런 인식과 문화는 부모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위교육전문가들조차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교육은 계층이동의 사다리여야 한다고말한다. 요즘 교육으로는 그럴 수 없다고 개탄한다.
그런데 의구심이 든다.왜 우리는 개천에서 살면 안 되는 걸까, 꼭 용이 되어야만 하나? 현실에 만족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삶이 잘못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교육이 계층 사다리를 통해 계층이동을 목표로 해야만할까.
다양한 개천에서 살고, 다양한 계층으로 살더라도 각자가 만족하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삶이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조건을 만드는 게 국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적 가치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민주시민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가르치는 게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공교육이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 “부모님처럼 살지는 않겠어요”라는 대답이 나오거나, 부모 스스로 “너는 열심히 공부해서 이렇게 살지 말아라”라고 말하는 상황이라면 이미 그 교육은 절반은 망하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교사는 수업을 통해 가르치지만 부모는 삶을 기울여서 가르칩니다.”
저자는 부모들의 삶의 자세와 교육에 대한 관심과 책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의 말처럼 자녀교육에 대한 절반 이상의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 다만 부모가 자녀 교육을 책임지기에 벅찬 사회 현실의 문제도 짚어야 할 것이다.
사회 구조적 문제 개선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지 않고 개인의 인식만 지적하면 하나마나한 얘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현실적으로 모든 부모가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도덕적으로 바르거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부모는 자신의 삶을 존중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모든 어른이 다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사회적 원인으로, 때로는 개인적 원인으로 원하지 않는 삶의 조건에 처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자녀가 부모를 보고 배우며 성장하는 것은 맞지만, 꼭 부모처럼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모를 거역하고 성장하는 삶도 있을 수 있으니까.
안녕하십니까, 학부모입니다
책 제목을 선정한 것이 저자의 선택인지, 출판사의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책 내용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낸다는 측면에서는 책 제목으로 [안녕하십니까, 교사입니다]가 적절하지 않았을까 하는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책은 일관되게 교사의 관점에서 학교교육과 학부모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를 살아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마음’뿐 아니라 ‘남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것이며, 남의 마음의 입장에서 나의 행동과 말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은 도덕의 기반입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학부모의 관점과 입장에서 학교교육의 문제를 헤아려보면 어떨까.
12년이라는 초중등 교육은 변함없이 오늘도 지속되고 있다. 이제 유치원과 대학도 사실상 학교교육기간에 포함해야 할 것 같다. 유치원 2~3년, 대학 4년을 포함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장장 18년~20년 가까이를 학교에서 보내게 된다.
20년 동안 무사히 교육을 마치길 바라는 것은 학생 본인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아무런 문제나 사고 없이 교육을 마치는 게 가능할까? 사실 아무 문제도 없이 20년 가까이를 보낸다는 게 더 이상할 정도의 기간이 아닌가 반문하고 싶다.
학교를 둘러싼 사건, 사고 뉴스가 매일 끊이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당사자가 아님에도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괜히 주눅이 든다.
저마다 전문가를 자처하며 학교교육에 대해 성토한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한다. 그런데 마땅한 대안도 없다. 시스템과 내용을 개선하자면서 결국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교사가 문제면 교사를 처벌하는 것으로, 학생이 문제면 학생을 처벌하는 것으로, 학부모가 문제면 학부모를 처벌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솔직히 학교교육 개혁에는 관심이 없고 책임을 떠넘겨 비난할 대상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문제투성이인 공교육을 개혁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노력 못지않게 학부모들도 노력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자녀가 다니는 학교를, 또 그 학교가 포함된 한국의 공교육 체제를 가능하면 많이 알고자 하고, 개선을 위해 크건 작건 간에 실천을”하고자 하는 학부모의 노력을 말하고자 한다.
저자는 자신이 근무했던 학교들에서 맹목적 교육열에 매몰된 학부모들을 주로 봐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학부모와의 협력적 관계 맺기에 대해 부정적인 듯하다.
소위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일부 학부모와 학교 관리자가 한통속이 되어 학교운영위원회 등을 형식화하고 학교를 제 맘대로 운영하는 현실로인해의식 있는 교사들이소외되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충분한 정도는 아니지만 저자가 요청한 대로 학교를 알고, 공교육체제를 알고 개선하고자 하는 학부모가 과거보다 많이 늘어나고 있음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의식 있는 학부모와 교사가 협력을 통해 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함께 협력해야 한다.
다만 그 협력이 학교는 교사가 알아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부모는 가정에서만 학생들을 잘 가르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학교 교육에 대해서 학부모가 관심을 가져야 하며, 선생님들이 하고자 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들어야 한다. 또 전체 학부모의 의견을 조율해 학교교육에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가정에서도 자녀를 잘 가르칠 수 있다.
학부모가 학교교육에 대해 발언하고 활동하는 것 모두를 싸잡아 평가절하하거나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학부모의 학교 참여와 협력이 가지는 긍정성은 계속 견인하고, 부정적 영향은 캠페인을 통해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피드백은 학교 관리자나 교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누구도 완벽한 구조와 완벽한 사람임을 전제할 수는 없다. 각자 처한 조건과 의견 차이로 인해 문제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비난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 숙의하고 협력하여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따라 하며 아이들은 자란다. 공교육의 목적이 민주사회의 시민을 기르는 것이라면 어른들이 먼저 민주시민의 모습을 몸소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그리고 다시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모여 공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