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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윤 Aug 26. 2017

각자의 글쓰기

오늘 할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쾌라는 글자를 물어보신다

상쾌하다의 쾌

쾌남의 쾌


-코에 아이를 쓰면 돼!

-코에 에이치?

-에이치??? 애 할 때 아! 이! 

아, 영어 H?


오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감자를 부치러 우체국에 가신다

쾌남나사에 보내는 것이다

옛날에는 양장점을 나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가면

할머니는 나에게 글쓰기를 시키신다

반듯하게 오려놓은 종이 위에

네임펜이 놓여 있다


칙, 고구마쑤냉이, 느름나무, 초코별리, 쓰래기 

라고 할머니가 부르면

칡, 고구마순 , 느릅나무, 초코베리, 시래기

바닥에 무릎을 붙인 채 나는 받아 적는다


이 글쓰기는 어떤 글쓰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기 좋게 크게 크게 예쁘게 써야 한다 

손바닥보다 작은 종이 안에 각 글자의 크기와 높낮이 조화를 생각하며  

그녀의 이야기를 적는다


오늘은 할아버지가 펜을 잡으시고 그들의 글을 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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