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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윤 Jun 18. 2023

한 달간 이어폰 금지


한 달간 이어폰 금지 처방을 받았다

달리기 금지

배에 힘주는 운동 금지

카페인 금지

단백질 많이 드시고요


어제부터 귀가 멍멍했다

친구는 야옹이라 했다

헤어지고 이어폰을 꽂고 오는 동안 생각했다

아! 귀가 확실히 이상하구만


다음날 눈을 뜨니

귀는 더 깊은 물속에 빠져있었다

고민도 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나는 요즘 잠도 편히 자지 못하고

밥도 거르고 갑작스레 운동만 했으니

무리였나 보다

문제는 내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약을 먹으려면 삼시 세끼를

잘 챙겨 먹어야 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당장 내일 아침밥부터 무리인데요


언젠가 지나친 통닭집에 앉아

눈앞의 광경을 들여본다

횡단보도 앞에 서로의 냄새를 맡는 커플을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들을

펼쳐진 산을 본다

아직 밝은 저녁하늘을 바라본다

나도 모르게 떴다 떴다 비행기를 흥얼거린다


예전에 한 손 커피를 들고

한 손엔 꽃다발을 들고

라는 시를 적어 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종이 버려서 다시 읽어볼 수 없다

중학생 때 쓴 글인데

어린 나는 그러고 싶었나 보다

지금의 나는

한 손엔 새로 산 책을

한 손엔 옛날통닭을 끼고 걷는다


노래를 듣지 못하니

마음에서 노래가 일어난다

신날일이 없는데 콧노래가 나온다

책상에 앉아서도 흥얼거린다


별일이 다 있다

비어진 귀에는 어떤 것들이 담기려나




https://m.youtube.com/watch?v=8EiSEcJBOV0&pp=ygUhd2FzaWEgcHJvamVjdCBwZXRhbHMgb24gdGhlIG1vb24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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