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문득 고개를 드니
건너편 건물 창이 보인다
왼편에는 불안
오른편에는 치유가 쓰여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그 창을 열고 닫는다
집요하게 고개 숙인 사람들 너머 바라본다
펼쳐지는 바깥
이내 기분은 들떠라
하지만 그런 것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검은 창에 얼굴이 비치운다
그 얼굴은 십 년 전에도 본 적 있는 얼굴이지
나는 모든 창을 활짝이 열어두고 싶어라
어디선가 바람이 들어오고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날린다
닫히는 문 사이 우두커니 서있는 자를
구하기 위해 나는 팔을 뻗는다
검은 창에 얼굴이 비치운다
내가 구하려던 것은 언제나 변함없이 나였다
감은 두 눈 위로 쏟아지는 빛은
그것도 구원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