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끝내 버티기 힘든 날이 있다.
어느 누구한테라도 하소연하고 싶어서 이기적이지만 급하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나도 힘들고 너도 힘들다. 요지 없이 실체 없이 분노의 말들만 공중에 떠다닌다.
그냥 시시콜콜한 대화가 필요했던 건지도 몰라. 심지어 너는 야근 중이다.
고개를 땅에 박고 걷다 정차해놓은 차 트렁크에 머리를 박았다. '퍽'소리와 '악'소리가 동시에 났다.
그 충격에 갑작스레 닫혀버린 입에서는 피맛이 번지고, 등 뒤에서는 차주인과 행인들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괜찮으세요?"
아프고 서럽고 창피하고 당혹스러워 그냥 목놓아 울어버리고 말았다.
이게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전화기 너머까지 울려버리고 말았다.
눈물을 펑펑 쏟으며 눈 깔린 길을 걸어간다.
일단은 이 눈이 다 녹을 때까지 버텨야지.
따뜻한 봄이 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