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열다섯살 소녀가 말했다.
"하나님, 미국에 가고 싶어요. 거기서 공부해서 국제 변호사가 될 거에요. 그런데 우리 집은 가난해요. 그러니 당신이 도와 주세요."
그 기도가 축복의 시작이었는지, 저주의 시작이었는지 그때는 알 수 없었다. 단지, 그 기도로 인해 소녀는 마침내 태평양을 건넜고,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중학교를 다니게 되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 무거워서, 플로리다에서 빌딩 청소를 해야 했던 부모를 봐야 했고, 결국 소녀와 그녀의 가족은 1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한국에 돌아 왔을 땐 가족의 기존 생활 터전이 사라진 뒤였다. 가족이 플로리다에서 1년을 보내는 동안, 소녀의 아빠가 후배에게 맡겨둔 아빠의 일이 후배의 배신으로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 때,
과테말라에서 안정된 사업을 운영하며 여유 있게 살고 있는 소녀의 이모로부터 과테말라로 오라는 제안을 받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소녀의 아빠는 그 제안을 지지했으며, 결국 소녀와 소녀의 남동생 그리고 엄마는 과테말라로 떠났다.
한국에서 플로리다,
플로리다에서 다시 한국,
또 다시 한국에서 과테말라로.
소녀의 인생은 지구를 떠돌았다.
움직이는 인생이었다.
이 책은 소녀가 과테말라를 지나는 부분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