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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파리 Aug 25. 2020

04. 국가적 신화 버리기

-이곳은 학생들의 도시 Cité Universitaire-

나와 아내는 기숙사에 산다. 매달 집세의 40프로를 환급받는다. 아직까지 프랑스는 학생들이 살기 좋은 나라이다. 한국에서, 중산층 이상이면 별 상관없겠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아르바이트하다 보면 진득하게 앉아 인문학 서적 한 권 읽을 긴 호흡이 없어진다. 학비까지 대출했으니 졸업 후 딴짓할 겨를도 없이 바로 취업해야만 하는 더러운 구조임은 틀림없다. 적어도 학생들이 대학 졸업 후에 빚 없이 시작할 수 있도록 나라가 도와줘야 한다. 빚 없이 시작해야 쫓겨 살 질 않고 그나마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국가는 공통의 국가적 신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중-


아니 이 신화가 얼마나 위대하길래, 서로 만난 적도 없는 군인들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거는가. 대한민국의 존재를 함께 믿기 때문이다. 더욱이 실체도 없는 법이 강력한 의무를 부과해버린다.


극단적인 법이 극단적인 불법이다 Summum ius summa iniuria _ 키케로

군대 안 가면 사람 구실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이다. 그렇게 의무가 제도화되고 불평등이 구조화되고 세습화 된 이 신화뿐인 나라가, 대학생들에게 빚까지 얹어 주는 건 사실 들고 일어서야 할 문제다.


여자는 또 어떠한가. 직장 생활에다가 아이들까지 잘 키울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생활의 문제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나라는 분명 '신화'가 맞다. 그런데 여기와서 보니 가르치는 선생 모두가 마담Madame이다. 1년 동안 남자 선생을Monsieur 본 적이 없다. 




여기는 남자가 아이들을 키우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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