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동산 회사에 다니는 만 15년 차 평범한 직장인이다. 대학교 시절까지도 나는 책을 가까이하지도 않았고 글을 자주 쓰는 사람도 아니었다. 제대를 하고 캠퍼스를 거닐던 어느 날 도서관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책을 읽기 시작했고, 직장을 다니면서 자기계발을 위해 우연히 읽었던 책쓰기 책 한 권이 내가 책을 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2015년 12월 첫 책 <한국부자들의 오피스 빌딩 투자법> 그 뒤로 <부동산 자산관리 영문용어 사전>, <부동산 직업의 세계와 취업의 모든 것>, <나도 회사 다니는 동안 책한권 써볼까?>를 썼다. 그리고 2019년 9월 <부자의 계산법>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을 내는 동안 휴직을 한 적도 없고 계속 직장을 다니면서 출간을 했다. 그리고 내 돈을 들여 자비출판을 한 것이 아니고, 출판사에 투고를 해서 출간한 책들이다.
책을 쓰는데 자격증이 있어야 하거나 학위 또는 엄청난 경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책을 쓰는 게 꽤 힘든 일이어서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할 목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책을 쓰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없을만큼 엄청나게 힘든 일은 아니다.
책을 쓰려면 무엇보다 책은 아무나 못쓴다는 편견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책을 쓰겠다는 결심을 하는 일에서 부터 시작하면 된다.
내가 어떤 지식을 남들보다 조금 더 알고 있으면 전문가라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남들보다 잘하는 부분이 분명 있고, 조언을 해 줄 능력을 가지고 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데 하물며 사람인데 굴러도 크게 구를 능력이 있을 것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책을 쓰겠다는 결심만 하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나는 내가 직업으로 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업무를 컨텐츠로 정했다. 매일 접하고 있고 내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게 당연히 내가 지금 하는 일이다. 그래서 처음 책을 쓰려고 마음을 먹고 나서 서점에 나가봤다. 일반 주거용 부동산을 주제로 한 책은 많았지만 상업용 부동산을 다루는 책이 많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내가 가진 콘텐츠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 확신을 했다.
좋은 컨텐츠를 찾더라도 이를 잘 구성하고 조화롭게 만들어야 한다. 책을 쓰겠다고 어떤 주제를 정했다면 다음은 번뜩이는 글감과 아이디어를 차곡차곡 모아야 한다.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짧은 글을 쓸 수 있도록 정리하면 하나의 꼭지를 완성할 수 있다. 책의 뼈대를 이루는 목차는 이런 글감과 아이디어를 잘 모아서 논리 정연하게 정리하면 완성할 수 있다. 그러면 책을 써내려가는 지도를 완성할 수 있다. 그 지도를 따라 꾸준히 따라가면 된다.
평소 깊이 있게 생각한 주제라면 어느 정도 이야깃거리를 꾸밀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남들과 다른 관점의 신선한 책을 만들기 위해서 시시각각 떠오르는 생각들을 잘 메모해야 한다. 아이디어는 생각한다고 샘물처럼 솟아나지 않는다. 시도때도 없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떠오르는 게 글감이다. 그래서 그 순간을 잘 포착하고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나는 평소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워크플로위>라는 메모 앱을 활용해서 단어나 짧은 문구를 적어놓는다. 자기 전이나 출근길에 생각나는 좋은 아이디어를 메모한다. 그렇게 짧게 적은 글들이 한편의 글이 되기도 하고 며칠 뒤 다시 보면 더 나은 글감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재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메모가 그런 창구 역할을 해준다.
책을 쓰는 데는 분명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초보 작가라면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 할 것이다. 게다가 직장인이라면 시간의 제약은 더 크다. 업무 시간 후 퇴근을 하고 나면 남는 시간은 평일에 고작 1~2시간 정도다. 오로지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이나 휴일뿐이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남들 하는 일 다하고 쉴 것 다 쉬면서 책을 쓰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짧고 굵게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관리를 해야 한다. 책을 쓴다는 목표를 잡았다면 동료들과의 술자리 횟수도 줄여야 한다. 주말 시간에 골프를 즐기거나 등산을 갔다면 집에서 가볍게 운동을 하고 책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출퇴근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휴대폰으로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퇴근하고 나면 그 글감들을 정리하면서 책을 써 내려갔다. 물론 휴일도 책쓰기에 전념을 했다. 그렇다고 가정을 내팽개치고 책만 쓴 것은 아니다. 조금 일찍 일어나 가족들이 잠든 시간에 글쓰기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아들과 시간을 함께 보냈다. 주말 일과의 대부분은 아이와 함께 잠자리나 매미 잡기 또는 자전거 타기를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운동까지 할 수 있었다.
결국 책쓰기는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실행만이 답이다. 책을 끝까지 완성해야겠다는 목표를 잡고 그것을 지속시키는 게 핵심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하는 일이기에 쉽게 포기하거나 해이해지기 쉽다.
그래서 중간중간 동기부여가 될 만한 이벤트들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서점에 나가서 새로 나온 책들을 보면서 경쟁 도서도 분석하고 아이디어도 얻어보자. 그 책들의 저자도 나처럼 고민하면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다가 진열된 책들을 보면서 뿌듯해했을 것이다. 그렇게 주기적으로 스스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일들이 있어야 끝까지 마무리를 할 수 있다.
책의 초고를 다 완성했다고 해서 순조롭게 출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고를 가지고 출판사에 내 책을 투고해야 하는 일이 남아있다. 출간 제안서를 작성하고 나에게 맞는 출판사를 찾아다녀야 한다.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된다. 힘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흥미롭고 도전적인 일이다. 그런 재미를 맛보려면 우선 초고를 완성해야 한다.
요즘은 출간을 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졌고 좋은 컨텐츠를 찾으려는 곳도 많다. 그만큼 확률이 높은 게임을 하는 것이다. 전문 작가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자고 일어나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게 바로 내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힘든 직장 생활이지만 다들 책쓰기에 도전해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