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업계를 구분할 때 보통 AM(투자 관점의 자산관리), PM(자산관리), FM(시설관리), LM(임대관리)로 구분을 합니다. 그중에서 PM(Property Management)은 부동산 자산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마다의 역할이 나누어져 있는 부동산 업계에서 허리를 담당하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게 PMer입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PMer가 점점 귀해지고 있는 것을 체감합니다. 오랫동안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또 주변에 적합한 사람을 찾아달라고 말씀들을 해주시는데 그런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최근 부동산 자산운용사들도 계속해서 많이 생기고 있고 새로운 이름의 회사들이 늘어나 이름을 외우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게다가 리츠 겸영이 허용되면서 부동산 자산운용사들도 리츠 AMC를 설립하면서 많은 PMer들이 자산운용사로 이직을 했기 때문에 인력난은 더 가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PMer 들의 업무 환경이나 대우는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는 듯 보입니다. 예전부터 PMer를 3D 직종이라고 자조섞인 농담을 하던 선배님들도 계셨습니다. AMC의 요청사항에 대응하고, 임차인들의 민원과 관계 관리 업무, 신규 임대차나 재계약을 위해 임대 에이전트의 응대, 각종 공사나 수선을 위해 FM 팀들과의 협업 등 다양한 업무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종종 주말에도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퇴근 후에 연락을 하는 일도 빈번합니다. 이러다 보니 마음 놓고 길게 휴가를 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래저래 어렵고 힘들고 때로는 더러운 일들을 해야 하다 보니 3D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물론 어느 영역이나 고충은 있겠지만 PM 영역은 실제로 해야 할 일들이 생각보다 넓고 얇게 분포되어 있어 많은 일들을 마주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왜 PMer가 부족한 업계가 되었는지 알아봐야겠습니다. 도대체 그 많던 PMer는 다 어디로 갔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경쟁이 부른 악순환
PM 회사들은 부동산 투자회사들이 투자한 자산을 관리하는 명목으로 PM 수수료라는 것을 받습니다. 대개 평당 단가를 기준으로 계산을 합니다. 이 PM 수수료의 사용처는 PMer의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런 PM 수수료가 자산관리회사들의 경쟁과 부동산 투자회사들의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하에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수수료는 평당 500원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15,000평 수준 빌딩에 평당 500원이면 월에 750만을 자산관리 수수료로 받게 됩니다. 그러면 잘해야 PMer 1명 정도를 배치하면 되는 정도 수준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자산관리 업무를 하려면 최소 팀장, 팀원, 회계 인원 각 1명 정도로 구성이 돼야 업무가 가능합니다. 자산관리회사들은 수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수료를 낮추고 그러다 보니 적정한 인력을 배치하지도 못하고 그 수준에 맞는 인력도 현장에 파견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처리하다 보니 품질은 떨어지고 업무 강도는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직장인이라면 어쩌면 당연한 선택
자산관리회사의 연봉 수준은 부동산 자산운용사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자산관리 업무를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으면 그 배경을 바탕으로 더 나은 대우를 해주는 자산운용사나 부동산투자회사로 가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입니다.
같은 시간을 일하면 조금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에서 업무를 하는 게 직장인에게는 현명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신생 운용사들도 많이 생기고 리츠 시장이 확대되면서 PM 경력으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자산운용사로 많이 가고 있습니다. 당연히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이직을 하는 것입니다.
노력해도 돌아오지 않는 성과 배분
자산관리회사에서 PMer의 업무는 부동산 운영을 안정화 하고 가치를 높이는데 많은 기여를 합니다. 실제로 자산운용사에서는 PMer의 역량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원을 교체 요청을 하기도 하고 PM사 선정을 할 때 PMer의 역량을 보고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PM 사에서 열심히 일을 해도 나중에 자산이 매각이 되거나 펀드나 리츠가 청산이 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지는 못합니다. 그런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면 허탈하기도 하고 내가 차라리 그 자리로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동산 매각 차익이 워낙 크고 최근에는 투자회사들이 성과 배분을 기여한 실무자들에게 많이 해주는 분위기이다 보니 PM 사에 머무르는 게 손해라는 인식을 주기도 합니다.
근본을 배울 수 있는 직종
앞서 말한 것처럼 PM 업무는 부동산 업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일들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고 실무적인 업무들을 직접 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크게 키울 수 있는 직종입니다. 부동산에 대한 근본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취업 준비생들이 어떤 것에서부터 부동산 업무를 하면 좋겠느냐고 질문하면 항상 PM을 추천합니다.
처음부터 투자회사 쪽으로 가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부동산이 돌아가는 근본 원리를 PM에서 몸소 체험하고 나서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더 낫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제대로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리한 지시를 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PMer의 중요성
지금이야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이 좋고 수익을 내는 일이 더 많아 큰일이 없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도 항상 좋은 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경기 사이클의 변동으로 침체기가 오면 그때 PMer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지 않을까 예상을 해봅니다.
수익형 부동산 자산관리에서 PM의 역할이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문제가 아직 생기지 않았거나 생기더라도 임기응변으로 넘어가서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악의 상황이 도래했을 때 자산규모와 종류에 맞는 적정한 PM 인력을 보유한 자산과 그렇지 못한 것들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부동산 업계가 성장을 하고 체계적인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부동산 업계가 되려면 PM 직종에 많은 인력들이 고루 분포해야 합니다. 투자하는 사람보다 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인원이 더 많아야 하는데 지금은 그 분포가 역전이 되어 있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결국 돈의 문제이겠지만 제대로 된 PMer를 구하고 싶으면 그에 맞는 수수료를 줄 수 있어야 하고 또 회사도 PMer가 업무 강도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