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투자는 그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일반인보다는 기관투자자들이 펀드나 리츠를 통해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구조가 많습니다. 오피스 빌딩이라는 부동산의 특성상 기업이나 법인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산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게다가 입지가 좋은 빌딩은 임대료를 꾸준하게 받을 수 있고 지속적으로 지가가 인상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배당을 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빌딩은 대체투자 전문가들이 선호하는 투자 수단이었습니다.
저금리 시대와 Cap. Rate 하락
이렇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자산이다 보니 빌딩의 매각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우상향 곡선을 보여왔습니다. 게다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빌딩 투자를 할 때 대출을 활용한 레버리지가 가능하여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경쟁적으로 빌딩에 투자를 하게 되면서 가격이 오르게 되었고, 빌딩의 수익률을 나타내는 지표인 Cap. Rate는 하락하는 추세를 보여왔습니다. 보통 서울 주요 권역에 있는 오피스 빌딩의 투자 수익률은 운영 기간만 보면 보통 3~4%대 수준입니다. 저금리 기조에서는 그나마 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어서 그래도 시장에 매물이 나오면 가격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강남 권역은 스타트업들의 성장으로 사옥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각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갔습니다. 임대면적당 매각가가 평당 4,000만 원을 논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규모가 작은 건물들은 평당 5,000만원 수준에 거래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실제 사례로 역삼동에 있는 삼성 멀티캠퍼스 빌딩의 매각을 들 수 있습니다. 임대료 수준이 높지 않고 당장 사옥으로 쓸 수 없는 상황임에도 게임회사가 사옥으로 사용하기 위해 매입을 하기도 했습니다. Cap. Rate은 2% 초반대로 추정이 되는데 이는 운영 수익보다는 실제 사용 목적과 추후 매각 차익을 염두에 둔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급격한 금리 인상 시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오피스 빌딩 투자 시장에서 매각가는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여기는 분위기였습니다. 다만, 금리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는 말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 펀드나 리츠를 활용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부동산 투자 시에 보통 65% 내외로 담보 대출을 활용하게 되는데, 이 담보 대출의 이자율이 4%를 넘어서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Cap.Rate와 이자율이 역전되는 상황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일반적인 투자 구조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글을 쓰는 오늘이 2022년 6월 마지막 주입니다. 주변에 있는 분들이 농담으로 '오늘이 금리가 제일 싸다.'라고 말씀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하루하루의 변화가 느껴지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들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매매 시장의 분위기는 하루라도 빨리 매각을 마무리 짓는게 주요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 시장의 불안정성을 만회하기 위해서 투자자들은 보통주 투자자의 유치나 변동 이자율의 활용 등 다양한 금융 구조화를 통해서 투자 수익률을 맞춰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된다면 전문 투자자들도 다른 방법이 없어 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될 것 입니다.
이렇게 금리가 인상되다 보니 자산을 매각하는 쪽도 적절한 선택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과연 언제 팔아야 옳은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상황에서 매각을 하게 되면 높은 매각가를 받을 수 없는 경제 환경이라고 판단은 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더 나아지라는 예상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적정한 수준에서 매각 차익을 향유하고 투자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매각된 자산들이 대부분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더욱 망설여지는 것입니다. 주식의 손절매 타이밍을 잡듯이 부동산 자산도 매각가에 대한 기대를 어느 정도 낮춰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Full equity 투자자라면
고금리의 환경이 지속되면서 어떤 사람들은 임대료가 올라가면서 투자 수익률을 어느 정도 개선해 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물론 임대 시장이 견고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끌어올려 주기는 하겠지만 계약이 갱신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차가 존재하고 이자율처럼 신속하게 반응을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대출을 활용하지 않아도 되는 투자자에게 정말 유리한 상황이 전개가 될 것입니다. 즉, Full equity 투자자라면 좋은 자산들을 매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입니다. 대출 없이 자기자본만으로 투자가 가능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남들이 투자할 수 없는 여건을 활용하여 자산을 매입한 뒤에 나중에 경기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대출을 활용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습니다.
해외 투자자들 가운데 그런 Full equity 투자를 하는 곳들도 있고, 국내 자산가들 중에도 대출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자기자본만으로 자산을 매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 상황이나 금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경쟁자들 보다 훨씬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금리 상승기에는 전문 투자자들이 높은 매각 가격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 될 것이고 더욱 보수적인 투자의 관점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매도자들도 금리 변화에 취약한 투자자보다는 확실한 매수를 할 수 있는 투자자를 더 선호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런 금융 시장 환경의 변화가 당분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해 하반기의 최대 변수는 금리의 향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금리가 지속되면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들이 채권이나 대출 시장으로 더 많이 이동할 것이고 그만큼 투자 자금이 고갈될 것입니다. 아마도 사고팔고자 하는 거래 수요들도 얼어붙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투자를 바라보는 간극도 더 커질 수 있을 것입니다. 눈높이가 달라진 상황에서 이를 중간에서 자문을 하는 매입매각자문사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시장에 매각이 나오면 쉽게 잘 팔리는 시대는 저물어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자산이 필요한 실수요자를 발굴하거나 금융 구조화를 통한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는 투자자들을 잘 찾아내야만 매매가 성사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어두운 전망도 있지만 언제나 시장은 어려운 시기를 타개할 만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마련입니다. 지금까지는 쉬운 숙제를 많이 풀었다면 앞으로는 어려운 문제 몇 개만 풀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동산 매입매각자문 업무를 하고 있는 저도 이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넘어가야할지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혼돈의 시기가 누군가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여기고, 저도 그런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