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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수림 May 03. 2018

Femicide여성 살해, 2016한국과 2018캐나다

오늘의 악몽, 그리고 현실

나는 꿈을 잘 꾸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꾼 꿈이 생생하게 기억나서 놀랬다. 마치 영화를 본 것처럼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나의 절친인 친구가 봉고차에서 나타난 총기에 맞아 죽는 장면을 꿈꿨다. 내가 고등학생인 것도 가상이고 절친도 가상의 인물이었기에 꿈이란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덜 무서웠다. 내가 끔찍이도 무서워하는 잔인한 장면은 안 보였기 때문이다. 꿈의 설정 상, 절친은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활동가였고 그녀는 한 혐오 그룹의 타깃이 되었다. 살해 위협을 받았고 도움 요청을 하러 가던 도중 총에 맞아 죽었다. 내가 꾼 꿈은 총, 내가 고등학생이라는 상황처럼 비현실적인 내용을 담아 그리 무섭지 않다. 더 무서운 것은 현실이다. 


눈을 뜨자마자 나는 꿈의 내용을 각색하여 소설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스토리텔링을 잘 하는 재주가 없어서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성을 타겟팅하는 여성 혐오 살인, 즉 페미사이드(Femicide)를 다루고 싶다. 내가 꾼 꿈보다 훨씬 더 현실 같은 내용을 담은 소설을 쓰고 싶다. 현실은 더 지독하니까.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여성들의 경험 공유 및 운동

내가 차별반대에 눈뜨고 성평등에 겨우 관심을 가지고 난 1년 후, 한국에서 강남역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그 당시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여성 혐오 살인 사건이었는데, 한국 경찰은 살인 사건으로 명명했다. 일면식도 없는 살인자를 맞닥들여서 생명을 강탈당한 여성. 그 살인자는 화장실 안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지만, 여성인 그녀가 오자 범행을 저질렀다. 살인자 역시 평소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발언을 했다. 그렇지만, 한국은 묻지 마 살인 사건 정도로 강남역 살인 사건을 축소시켰다. 이에, 수많은 여성들이 반발하여 들고일어났다. 수많은 여성들이 강남역 살인 사건의 여성 혐오성에 분노했고 그들이 일상 속에서 겪고 감수하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공유했다. 여성들이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들의 운동은 그들의 경험 공유로 널리 뻗어져 나갔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사회가 곧바로 바뀌지는 않았다. 법은 그대로, 경찰도 그대로, 행정도 그대로. 현실은 이렇게 더 지독했다. 

오늘 여성 혐오 살인에 대한 꿈을 꾸었는데, 캐나다에서 강남역 사건처럼 여성 혐오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캐나다라니, 개인적으로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내 마음속에서 캐나다는 트뤼도 총리의 성평등 지향적 임명이 감명 깊었기 때문에 꽤나 호의적이었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말하고 남녀 50:50 비율로 자신의 내각을 구성하였다. 물론, 총리가 이런 생각을 하고 실행을 한다고 해서 모든 캐나다 시민들이 성평등을 지향하라는 법은 없다. 


캐나다의 여성 혐오 살인 사건은 총 10명의 여성이 죽고 14명이 다쳤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캐나다 여성 혐오 살인 사건 https://www.economist.com/news/americas/21741211-mass-murderer-draws-attention-woman-hating-subculture- involuntary-celibate-goes). 이 사건이 여성 혐오 살인 사건이라는 것은 트럭으로 사람들을 치여 죽인 살인자가 involuntary celibate(약자 incel)라는 여성 혐오 그룹의 멤버이기 때문이다. incel단체는 involuntary celibate 비자발적 솔로라는 뜻으로 살인자는 여자가 자신과 섹스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들어냈다고 한다. 


이렇게, 페미사이드, 여성 혐오 살해라고 명명하는 사건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인을 저질렀기에 다른 살인 사건과 구분된다. 여성 혐오 살해가 일어났을 때, 우리는 가장 먼저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가해자는 살인으로 처벌을 받을 것이고 앞으로 이런 여성 혐오 살해가 일어나지 않게 우리는 예방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처벌이 미미한 것 같다면 처벌 강화도 같이 힘써야 한다. 왜 이런 살인자의 사고방식이 생겼는지 고찰할 필요가 있다. 사회 속에서 배제된 남성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자신보다 약한 여성을 살해하거나 또는 자신의 무능력함을 여성 탓이라고 돌리면서 여성 혐오 살해를 저지른 것인지도 모른다. 여성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 여성이 자신을 무시한다와 같은 말 뒤에는 감히 여성 따위가 남성인 나를 푸대접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게 바로, 우리가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이유이다.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생각을 받아들인다면, 인간 대 인간으로 다른 인간을 자신 밑에 두면서 자신의 위치가 높여졌다고 자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성 혐오 살해는 이렇게 일면식도 없는 가해자로 인해 일어나기도 하지만, 데이트 폭력 살인과 같이 사랑하던/사랑했던 남자가 저지르기도 한다. 작년(2017년), 언론 보도된 사건만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남성 배우자, 애인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최소 85명, 살인 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생존자가 103명이라고 한다(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40056.html). 특이점은 바로 언론 보도된 사건들만 집계했다는 사실이다. 신고되지 않은 사건이나 신고되었어도 언론보도가 되지 않은 사건이 있을 거라는 점을 미루어보아 좀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여성 살해가 왜 일어나는지 파악하고 모든 한국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인 문제는 살인자가 문제이므로 살인자가 생기지 않게 사회적 예방을 하고 동시에 처벌 강화를 해서 얼마나 엄중한 죄인지 알려야 한다. 여성 살해 사건도 단지 여성이어서 살해하는 게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안 된다. 왜 이런 비틀린 생각을 하는지 그 원인을 파 해치고 사회에 경각심을 일으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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