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록소가 없어도 괜찮아. 쫄지 마. 울지 마)
카톡으로 오는 버섯
지리산에서 야생화와 버섯을 연구하며 토종씨앗을 갈무리하는 눈 밝은 친구가 종종 버섯을 보낸다. 오늘도 버섯이 왔다. 난 이 <긴 송곳 버섯>에게 물었다. 니 정체가 뭐냐고? 버섯은 묵묵부답이다. 내가 답할 수밖에...
버섯은 몸체에 뿌리·줄기·잎의 구별이 없고 대개 균사(菌絲:팡이실)로 이루어지며, 엽록소가 없어서 다른 생물이 만들어 놓은 양분을 받아 생활한다. 그리고 번식은 포자(胞子:균씨, 홀씨)로 이루어진다. 즉 포자가 살포되고 발아하면 균사가 생기게 되고, 이 균사가 만연하면 다시 포자를 만드는 자실체가 생기는 것이다. 버섯의 발생은 온도, 습도, 흙의 습도, 빛, 흙 속의 양분 등이 적정해야 가능한데, 버섯의 종류에 따라 조건의 범위·한계가 서로 다르다. (다음;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에서 발췌)
맞다. 엽록소가 없으면 다른 생물이 만들어 놓은 양분을 받아 생활하면 된다. 그렇다고 거저먹으면 안 된다. 더 좋은 양분을 만들어내는 착한 버섯이 돼야 한다. 독버섯이 되었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 독버섯이 되지 않으려고 이 새벽에 나는 또 용을 쓴다. 장대높이 뛰기 선수가 장대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장대를 버려야 하듯 나를 버리고 또 가냘퍼진다. 착한 버섯처럼
새벽안갯 속에서
당신 알아요?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빈 가지 끝에 초록만 풀어놓고
꽃이 피기도 전에
총총히 사라지는 안개 바람
그 화두(話頭)를?
지금 세상은 정답이 없어요.
곧은길은 절벽에서 끝이 나고
굽은 길은 진구렁 속으로
한없이 뻗어갑니다.
그 끝에는 언제나 멀미 앓는 꽃바람뿐.
이 진구렁 속 굽은 길에
꼭 발을 디뎌야 하나요?
아니면 저 절벽 끝에서 치마를 뒤집어써야 하나요?
우리
옳은 길을 낼 수 있지 않은가요?
모두 아우성치며
먼지 탈탈 털어 내고 뒹굴어 볼 수 있는 그런 길
오늘 나
한 발은 곧은길로
또 한 발은 굽은 길로 놓았어요.
헛기침... 헛 디딤...
헛 말이 자꾸 혀에 감겨요.
이 안개가 걷히면 나
곧은길을 걸을 수 있을까요?
굽어 있는 길에서는 눈물이 흐르지 못하네요
때론 눈물을 비워내고 세상을 보고 싶어요
눈물로 안개에 갇힌 미명을 걷어 내고 싶네요
30년 전쯤 팔팔한 청춘이었을 때 <지리산> 특집 준비로 1주일 정도 지리산에서 살았다. 썩어 드러누운 나무를 밟고 넘어서며 골짜기와 산등성을 헤집고 다녔는데 그때는 몰랐다. 이렇게 찬란한 구름버섯이 있는지를.
이 구름 버섯에서 적자생존의 세상을 건너는 가냘픔과 측은지심을 배운다. 그러고 보면 나는 복(福)이 많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