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작가 되기 (3)

기회를 맞을 준비

by 박길숙

라디오 시장 얼마나 클까요?


라디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라디오 작가 시장이 얼마나 큰 지 알아야겠지요? 지금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만 짚어볼게요. KBS 1FM, KBS HappyFM, KBS 3 라디오, KBS Cool FM, KBS Cool 클래식, KBS 한민족 방송, MBC 표준 FM, MBC FM4U, SBS 파워 FM, SBS 러브 FM, CBS FM, 서울 교통방송 TBS, 지역 교통방송 TBN, 국군방송, 교육방송, 국악방송, 지역 민방 경기방송, 부산방송, 광주방송, 대전 방송, 인천방송 등이 있네요.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방송들이 하루에 송출하는 프로그램 양은 얼마나 될지 감이 잡히십니까? KBS 라디오를 예로 들어볼게요. 총 6개 채널에서 하루 24시간 방송되고 있으니 프로그램 당 시간을 1시간으로 잡는다면 144개 프로그램이 나간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 프로그램 당 작가가 1명 이상 포진되어 있으니 KBS 라디오 작가가 몇 명쯤 일지는 짐작이 가실 거라 봅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놓고 본다면 그 숫자는 상상 이상입니다. 이렇게 라디오 시장은 무한히 크고요. 앞으로 또 얼마나 시장이 넓어질지는 모를 일입니다.


라디오 구성 요소는요?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라디오 프로그램은 무엇으로 채워질까요? 라디오 작가가 되려면 라디오의 기본 구성 요소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라디오 기본 구성 요소는 말, 음악, 음향 효과 이 세 가지로 보면 됩니다. 요즘은 보이는 라디오가 대세입니다만 보이는 라디오라 하더라도 기본 구성은 <소리>입니다. 말, 음악, 음향 효과로 청취자를 울고 웃게 만드는 것이 바로 라디오입니다.


라디오 작가는 이 세 가지 구성 요소 중에 <말>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MC. 아나운서, 성우, 출연자 등을 통해서 청취자에게 전달되는 <말>을 쓰는 사람이 라디오 작가인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말>이 <음악> <음향 효과>와 매끄럽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프로그램에 따라서 리포터의 취재물 인서트와도 유기적으로 잘 연결이 되어야 하고요. 라디오 작가 되기를 꿈꾸시는 분들은 라디오 기본 구성 요소를 꼭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말>을 잘 쓰기 위해서는요?



라디오는 수많은 청취자를 대상으로 공적(公的) 매체입니다. 그러면서도 청취자와 1;1로 마주 앉아 조근조근 대화하는 사적(私的)인 특징이 있지요. DJ가 진행하는 음악 프로그램을 연상하시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텔레비전도 마찬가지지만 라디오 작가는 <글>이 아니라 <말>을 써야 합니다. 문어체로 글을 쓰면 마이크 앞에 앉은 사람의 말이 자꾸 꼬이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 글이 아닌 말을 쓰되 <말>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어야 청취자에게 울림을 줍니다. 메아리가 만들어지는 좋은 말을 쓰는 일 쉬운 것 같지만 참 어려운 일입니다. 오랜 시간 <말>을 쓰고 있지만 어느 순간 탁 막힐 때가 수없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편지 쓰기로 <작가 되기> 연습을 합니다.


제가 했던 준비운동은요


방금 편지 쓰기로 <작가 되기> 연습한다는 얘길 했는데요. 저의 <편지 쓰기>는 1970년도쯤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1970년 제가 고1 때 불어 선생님이 부임하셨던데 첫눈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영어 수학 때문에 점수를 깎아 먹어 꼴찌에 가까웠던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한들 불어 성적이 좋을 리가 없지요. 선생님 눈에 들키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웠습니다. 불어 성적으로 선생님 눈에 드는 건 애초에 그른 일이라 편지로 제 마음을 전하기로 맘먹고 매일매일 편지를 썼습니다. 정말 열심히 썼고 편지 안에 담을 자료를 엄청나게 찾았습니다. 그때 편지에 담는 자료는 짐작하셨겠지만 시(詩)였습니다. 편지를 쓰기 위해 매일매일 시집을 펼쳤고 좋은 시를 발견하면 선생님께 전달이 잘되도록 앞뒤에 살을 붙였습니다. 이 편지 쓰기는 고3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하던가요. 3년 동안 일주일에 서너 번 편지를 쓰다 보니 저는 편지의 달인이 되었습니다.


제 또래들은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그 시절엔 얼마나 많은 위문편지를 썼는지를요. 매월 파월 장병과 국군 장병에게 위문편지를 썼던 거 같은데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저의 반 편지 대필 작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줄 잡아 20명쯤 되었을 겁니다. 20명 친구의 각각의 사연을 담아낸 편지는 꽤 큰 울림을 주었던지 장병들의 답장은 무척 진지했습니다. 그에 대한 답장 또한 제 몫이었습니다. 친구들이 얼굴도 모르는 국군 장병에게 받은 답장에 가슴 설레는 걸 보면서 <글 힘>을 느꼈지요. 그때 그 시절에 맛본 <글 힘>이 제 앞길을 밝혀주는 청사초롱이었음을 믿기에 라디오 작가 되기를 꿈꾸는 분들에게 감히 권할 수 있습니다. <라디오 작가 되기>를 통해 라디오 장르에 맞는 글 힘 키우는 방법은 차차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음 회는요


라디오 작가 되기 다음 이야기는 <문 두드리기>를 준비해보려고요. 입문 통로를 알고 거기에 맞게 준비하면 효율적이거든요.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는 지금 시간이 2021. 5. 31. 아침 7시 20분. 월요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골목길을 채우기 시작하네요.


눈 맞은 진달래 - 작가, 추위를 잘 견뎌야


2021.2.17 지리산에서 찍었다고 친구가 보내준 사진입니다. 이제 갓 피어난 진달래가 추위를 견디느라 애를 쓰네요. 라디오 작가도 이렇습니다.


늘 서둘러야 하고, 늘 촉(燭 )을 밝혀야 하며 늘 스스로와 싸워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저는 이 경지에 이르지 못했어요. 그래서 눈 맞은 진달래를 여기에 걸어두고 매일매일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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