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작가 되기(4)

(문 두드리기)

by 박길숙

PD들의 입버릇


방송 작가의 생명은 PD에게 달려 있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특집이든 고정이든 간에 “나랑 일해보지 않으실래요?”라는 PD의 말에서 작가 업무가 시작됩니다. 끝자락도 “이번에 여차 저차 해서 프로그램이 어쩌고저쩌고 됐어요. 다음에 또 같이 일할 기회를 만들어볼게요” 이렇게 해서 마무리된다고 보면 좋습니다. 이렇게 작가의 생명이 PD의 입에 달렸다는 게 위기일 수 있지만 또 기회이기도 합니다. PD들이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어디 좋은 작가 없어?”이기 때문이지요.


PD를 스타로 만드는 사람은 바로 작가입니다. 또 작가를 스타로 만들어주는 사람이 PD고요. 그렇다 보니 PD들은 알음알음 인맥을 통해 참신하고 능력 있는 작가 구하기가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브런치 작가분들 중에서도 방송원고 써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많이 들어왔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아 라디오에 안착한 작가들이 많이 있는데요. 들어오자마자 자리를 잡는 작가들은 마치 제의가 들어올 걸 미리 알고 탄탄하게 능력을 키운 것 같습니다. 들어오자마자 바로 선수로 활약하는 걸 보면 준비된 사람은 역시 다르구나 싶어요. 라디오 작가 되기를 꿈꾸신다면 오늘 당장 현업에 투입해도 될 만큼 내공을 쌓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순수 드라마와 다큐 드라마 공모전


라디오 작가가 되는 가장 확실한 길은 방송사의 공모전에 있습니다. KBS 라디오에서는 해마다 <KBS 라디오 단막극 공모>를 합니다. 순수 드라마만 공모할 때도 있고 다큐 드라마를 병행해서 뽑기도 합니다. 라디오 드라마는 50분 내외 순수 창작 단막극으로 주제는 자유이고 방송에 적합한 내용이면 됩니다. 분량은 200자 원고지 100장 내외, A4 용지 12 폰트 21페이지 정도입니다. 표지에 작의(作意). 등장인물 설명 별도로 기술하면 되고요.


라디오 다큐 드라마는 방송에 적합한 시사를 논픽션으로 구성하되 드라마 형식을 취하는 겁니다. 내레이션 드라마 타이즈 등으로 구성하고 인서트가 필요한 경우 예상 인터뷰이와 예상 내용을 자세히 기술합니다. 라디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분량은 분량은 200자 원고지 100장 내외, A4 용지 12 폰트 21페이지 정도입니다. 라디오 단막 드라마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가들을 보면 텔레비전 드라마 작가와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송 드라마 대부 김수현 작가도 MBC 라디오 공모전(당선작; 저 눈 밭의 사슴이)을 통해 데뷔했다는 사실 잘 아실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라디오 다큐 드라마 공모전을 권하고 싶습니다. 다큐 드라마는 시의성이 중요해서 작가의 날카로운 시각을 기르기에 좋습니다. 또 취재를 통해 얻어낸 인서트를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예리한 질문 능력이 쌓이고요. 드라마 타이즈는 자료의 유기적 연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전문 다큐 드라마 작가는 레귤러 프로그램에도 많이 투입되지만 특별한 날에 빛을 발합니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러리는 제작 기간이 길지만 라디오는 제작 기간이 짧습니다. 그래서 PD들이 수시로 특별기획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때문에 기회가 많다고 보시면 됩니다.


방송 아카데미 활용


최근 방송 아카데미를 이수하고 라디오에 발을 들여놓은 작가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방송작가 협회 부설 작가교육원과 KBS, MBC, SBS 방송 아카데미를 들 수 있고요. 이 외에도 많은 방송 아카데미에서 작가 교육을 하고 있는데요. 방송 아카데미 수강하실 때 강사분을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역 PD와 작가가 강의를 하면 이점이 많습니다. 현장 노하우를 직접적으로 배울 수 있어 좋고요. 열심히 잘하면 입문의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 라디오 작가 되기에서도 통합니다. 해당 강사의 프로그램을 기획도 해보고 자료도 찾아서 전해주면 일단 각인이 되니까요. 그런데 전제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능력이지요. 수강생 답지 않은 프로의 냄새가 나야 훅하고 끌립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은 A4 용지 한 장에서도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좋아하는 프로그램 파헤치기


후배 중에는 방송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다가 작가가 된 경우가 있습니다. 방송사마다 1년 혹은 6개월 단위로 방송 모니터 요원을 뽑는데 대개 방송에 뜻이 있는 분들이 지원합니다. 특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보고 듣고 하면서 정기적으로 평가서를 제출하는데 좋은 점을 칭찬하기도 하지만 단점 분석에 비중을 많이 둬 제작진을 긴장하게 만듭니다. 단순히 시. 청취 소감이 아닌 프로그램 분석하다 보면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안목도 생기고 향후 발전 방향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 작가로 자리 잡기도 합니다.


라디오 작가 되기 방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를 파악해서 해당 프로그램을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청취하면서 오프닝, 브리지, 클로징 멘트를 그대로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적다 보면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라는 의견이 생기고 MC 멘트로 떠오릅니다. 6개월 이상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감과 글 힘이 생겨 공모전이든 뭐든 도전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수준이 됩니다. 저는 PD의 가장 큰 능력이 <작가를 보는 눈>이라고 봅니다. 정확하고 예리하지요. 처음 PD와 대면했을 때 기죽지 않고 자신의 기획안과 원고를 내놓을 수 있도록 기본기를 다지는 것. 이것이 문 두드리기의 첫걸음이라는 점,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다음 회는요


라디오 작가 되기 다음 이야기는 <원고료> 이야기를 할게요. 현실적으로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더 확실한 길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응원할게요 - 지치지 마세요


69년을 살아보니 지칠 때 나 자신을 추스르지 못하는 것에 제일 힘들더라고요. 뙤약볕 아래 먼지 풀풀 나는 자갈밭을 걸을 때, 땀구멍을 통해 몸안의 모든 물기가 빠져나가 한 모금 물이 간절할 때, 비가 올 기미는 보이지 않고 이정표마저 사라져 주저앉고 싶을 때, 믿어야 하는 건 오직 나 하나. 그럴 때 저는 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너 때문에 못 살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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