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없는 목표는 한낱 꿈에 불과하다’ 생텍쥐페리가 한 말입니다. 라디오 프로그램 기획은 라디오 작가 되기의 확실한 계획이라고 봐도 좋을 겁니다. 시작하는 방법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하지요. 라디오 작가가 되려면 기획안 작성 능력부터 길러야 합니다. 임원진은 PD가 제안한 기획서를 보고 편성을 할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기획안이 좋아야 편성을 따내기 때문에 프로그램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PD는 좋은 기획안 작성에 전력을 다 쏟습니다. 기획안은 대개 PD가 작성합니다만 기획 단계부터 작가가 투입되기 때문에 필력이 좋은 작가가 초안을 작성, PD와 협력해서 최종 기획안을 완성합니다. 또 때로는 작가 혼자 프로그램을 기획해 제안하기도 하는데 아이템이 좋고 재미와 의미가 있어서 반향을 일으킬만하다 싶으면 바로 수용합니다.
프로그램의 첫 단추인 라디오 기획안에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방송에 담을 내용, 방송 후 기대효과, 프로그램이 청취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드라마로 할 건지 다큐멘터리로 할 건지 종합 구성으로 갈 건지 방송 포맷 등이 표시되어야 하고요. 방송 목적, 방송 내용, 취재 인물, 방송 포맷, 청취 대상 등을 구체적으로 기획안에 담으면 제작 방식과 목표가 뚜렷해 프로그램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기획에 이런 내용이 들어갑니다.
라디오 작가에게는 함께 일하는 PD는 물론이고 일면식도 없는 모든 PD도 잠재고객입니다. 또 프로그램 편성을 결정하는 부장. 국장. 본부장 등도 고객이지요. 그리고 깐깐한 고객이 또 있습니다. 바로 청취자입니다. 요즘 라디오 청취자의 수준은 전문가 이상으로 높습니다. 사회, 경제, 문화, 정치, 스포츠 등등 전방위적으로 높은 안목을 지니고 있습니다. “뻔히 알고 있는 내용을 뻔한 방식으로 이야기하잖아. 뭐 이렇게 지루해?” 이런 생각이 들면 채널을 돌립니다. 순위 TOP 10 안에 드는 프로그램들은 청취자와 기가 막히게 밀당을 잘합니다. 청취자의 마음을 읽고 밀고 잡아당기기를 잘하는 뒷심은 탄탄한 기획에서 나옵니다.
앞에서 잠깐 말씀드렸듯이 라디오 프로그램 기획서는 ‘청취자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의 정확한 주제. 소재 설정과 그것을 풀어가는 방법, 방송 후 기대효과 등을 고려해 작성합니다. 기획안에 담을 내용과 순서를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프로그램명 (가제)
- 기획 의도
- 방송 포맷
- 방송 일시
- 방송 길이
- 방송 대상 (타깃)
- 등장인물 (취재 인물)
- 비고 (구성안 별첨 등)
이 모든 걸 작가가 작성할 필요가 없습니다. PD와 기획안을 내기로 가닥을 잡으면 작가는 프로그램명 (가제)/ 기획 의도 / 방송 포맷 / 방송 길이 / 방송 대상/ 등장인물 (취재 인물) 정도를 담아 작성하면 됩니다. 방송 일시 등은 편성에서, 제작비 등은 임원진이 결정하니까요.
반면, 라디오 작가 되기에 도전하시는 분은 기획안을 프로 냄새가 나게 작성해야 합니다. 마치 10년 차 작가라고 생각하시고 당장 제작에 들어갈 것처럼 말입니다. 골프 선수가 연습할 때 홀인원을 상상하며 공을 치듯이 청취자의 반응까지 상상하며 기획안을 자꾸 작성하다 보면 감도 좋아지고 실력도 늡니다. 간혹 대본은 아주 잘 쓰는데 기획안이 서툰 작가를 봅니다. 이런 걸 보면 기획안 작성이 만만하게 볼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봉!” “맞다 게보린!”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 드려야겠어요” 같이 크게 히트 친 광고들도 a4 한 장 짜리 기획에서 출발했습니다.
<라디오 작가 되기>가 목표인 분들은 - 프로그램명 (가제) / 기획 의도 /방송 포맷 / 방송 일시 / 방송 길이 / 방송 대상 (타깃) / 등장인물 (취재 인물) / 구성안 별첨 등을 담아 기획안을 많이 만들어보세요. 기획안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공모전 도전도 수월해지고요. 현업에 투입됐을 때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작성한 <통일 대기획 다큐멘터리 드라마 2부작 - 악마의 손에 입맞춤을> 초벌 기획안을 첨부 파일로 올려놓겠습니다. 이 작품은 6.25 전쟁 직후 북한과 루마니아의 교류와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비극적인 삶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제법 굵직한 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른 작가들의 더 좋은 기획안이 있지만 저작권 문제로 올려드리지 못합니다. 대신 제 기획안을 보시고 “나라면 이런 내용을 넣을 텐데” 고민도 하시고 발전시켜보면 공부가 되실 겁니다.
라디오 방송은 시의성이 생명입니다. 만약에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즉시 반영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지 시간이 흐른 뒤에 뒷북을 치면 김 빠진 맥주나 다름없습니다. 또 설날에는 설날 특집을, 방송의 날에는 방송의 날에 맞는 특집을 해야 합니다. 이런 날이 해마다 돌아오기 때문에 매년 전년도보다 더 신선한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PD들이 “좋은 작가 없어요? 좋은 아이템 없어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겁니다. 생명이 오래가는 작가는 PD가 “내가 이번에 이런 아이템을 해볼 건데 좋은 아이디어 없어요?”라고 물으면 그 즉시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복도에서 잠시 스쳐 가면서 툭 던지는 즉문(卽問)에 기승전 맥락이 있는 아이디어를 그 즉시 제공하면 어떻게 될까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90% 이상 프로그램 제작 기회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순발력 있게 즉시즉시 아이디어를 내놓으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저는 <책>을 권합니다.
아이디어를 많이 비축하는데 책만큼 좋은 보물창고는 없습니다. 저는 방송의 ‘방’ 짜도 모르고 방송작가가 된 1985년 제일 먼저 <새 우리말 큰 사전>을 샀습니다. 틈만 나면 이 책을 봤습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낱말을 누구보다 많이 그리고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작가로 밥 먹고 살 수 있겠구나 싶어서 그랬는데요. <새 우리말 큰 사전>을 보고 있으면 낱말과 낱말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요. 그러면서 많은 상상이 머릿속에서 요동쳤습니다. 딱히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경험인데요. 이 습관은 다른 책으로도 이어져 99권짜리 <민족문화 대백과사전>을 섭렵했고, <조선왕조실록>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2권 합쳐 3854 페이지
요즘 북역판 봅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좋은 아이디어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낡은 요소의 새로운 조합’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낡은 요소는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입니다. 지금 당장 어떤 일이 벌어져서 언론에서 난리가 났다고 칩시다. 방금 벌어진 사건이긴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낡은 정보에 속합니다. 이 낡은 정보가 좋은 아이디어가 되려면 작가의 새로운 시선이 필요합니다. 낡은 정보를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하고 참신한 옷을 입히는 순간 누구나 탐내는 좋은 아이디어가 됩니다. 가장 유능한 고양이는 쥐를 많이 잡는 고양이입니다. 작가님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탄탄한 기획안이 되어 목마르게 아이디어를 찾는 PD를 유혹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는 우선 먼저 프로그램 기획안을 많이 작성해보십시오.
저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피력한 이 말을 좋아합니다. <당신이 할 수 있거나 할 수 있다고 꿈꾸는 모든 일을 시작하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 당신의 천재성과 능력, 그리고 기적이 숨어 있다>는 말이 오늘도 저를 살게 합니다.
다음 회는요
라디오 장르는 시사, 정보, 음악, 토크, 드라마,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다음 7회에는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