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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길숙 Jul 15. 2021

뜬금없이 時國을 논하고 싶네

어른을 위한 동시(童詩)

요설; 뜬금없이 時國을 논하고 싶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정치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예술 중에 가장 화려한 것이라고 하면서 정치를 하려면 의리를 버려야 된다네. 뭔가 앞뒤가 안 맞잖아. 어디서 단돈 백 원 우려 먹는 재주조차 없는 우리 눈에 정치판은 역시 대단한 그림이야.      


허접한 시정잡배들이 모여도 거기에 정치란 이름이 붙으면 걸음걸이도 의젓해지고 무엇보다도 말씀 자체가 현란해지거 보면 불가사의해. 코흘리개도 콧방귀 뀔 말들이 지칠 줄 모르고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 정력을 입으로써서 안쓰럽기도 하고. 그리고 상대에게 지지 않기 위해 벌이는 속도전은 얼마나 위대해.  헛발질 헛손질에도 지치지 않고 연일 의무 방어전을 하는 걸 보면서 어느 때 만세삼창을 할뻔했다니까. 너무 웃겨서


그런데 그 현란한 거짓말이 때론 부럽지 않냐? 우린 거짓말을 한댔자 고작 슬픈 애인과 서러운 외박을 한 후 가정 파탄을 막기 위한 눈물겨운 선전 분투! 그것도 거짓말의 꼬리가 드러 날까 겁나 되도록 짧게 끝을 맺는 그런 거 아니겠어. 쓸쓸한 관심도 받지 못하는 우리의 신성한 거짓말은 백약이 무효


그런데 정치판을 맴도는 작자들은 씨가 다른가봐.  곧은 낚시로만 세상을 낚겠다고 하면서도 낚싯대는 꼬일 데로 꼬여 있자나. 그리고 더 웃긴 건 화살이 꽂히는 곳에 과녁을 세워 놓고도 성이 차지 않아 보채는거야. 대단한 시러베 잡놈들, 목숨도 버리지 못하면서 피나는 死鬪를 날마다 벌이는 걸 보면 신기해. 그래서 예술의 극치라고 하는 건가? 정말 그런 거야?    

 

너도 봤지? “난 내가 가야 할 길을 걸어갈 뿐”이라면서 자꾸만 헛 발질을 하는 자들. 오늘도 갈 之 字만 무성하고 그 뒤를 따르는 者 휘어진 낚시를 던지는 이 무정한 세월. 철없는 작자들 정치도 모르면서 폼나게 굴긴. 생존자 증후군이 뭔지나 알랑가 몰러      


그래서 입이 무거운 내가 한마디 하겠는데 정말로 인간 예술의 극치라고 말할 수 있는 정치란 말이야. 스물네 평 아파트 베란다에서 손수 만든 의자에 아내와 나란히 앉아 커피에 빵을 찍어 너 한 입, 나 한 입, 우리 모두 한 입. 맘 편하게 먹을 수 있게 하는 것. 이런 게 정치라고 論하고 싶어. 난.          


새벽에 손에 잡힌 책. 1997년도 제일 재밌게 읽었던 만화책. 모 월간지 부록으로 나온 <윤필 - 신한국기>


요즘 문 밖이 저승인 사람이 꽤 많은 듯하다. 일손은 달리지 시간은 없지 수태를 하려나 몰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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