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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길숙 Aug 21. 2021

나의 리추얼(Ritual)

옛사랑, 허망하고 부질없는 되새김질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대 여섯 시간 글을 쓰고 수영이나 마라톤을 했다지요. 오프라 윈프리는 매일 20분씩 2번 명상을 했다고 하고요.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은 매일 아침 30분씩 물구나무서기를 했답니다. 이렇게 일상에서 반복하는 행동 패턴을 리추얼(Ritual)이라고 한다지요.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만의 리추얼이 있다고 하네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도록 자신만의 단순화된 행동 패턴을 만들어 반복한다는 리추얼, 문득 영화 <올드보이> 유지태가 생각납니다. 최민식 영화인지 유지태 영화인지 모를 만큼 유지태가 보여 준 메뚜기 자세 물구나무서기는 제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저도 성공한 사람들처럼 단단한 리추얼을 장착하고 싶은데요. 저의 반복되는 행동 패턴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의미 없이 생기는 물집 같은 겁니다.



지리산 친구가 카메라에 담아 보내 준 <달걀버섯>입니다. 이런 버섯이 정말 있나 싶어서 검색해 보니 Daum 백과에 <광대버섯과 에 광대버섯 속에 속하는 버섯. 한국에서는 제주도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 종류에 따라 갓의 색이 빨간색이나 노란색 등으로 화려하다. 독특한 풍미를 가지고 있으며, 식재료로 사용할 때에는 다른 재료와 함께 볶아 먹는 것이 보편적이다>라고 나와 있네요. 습지에 돋아나 하루만, 혹은 잠깐 살다가 흙 속으로 녹아드는 버섯처럼 자취도 없이 사라져 물거품 되는 나의 리추얼(Ritual), 허망한 되새김질이어서 오늘은 붙잡아 말뚝에 매어두었습니다.            


물집, 압박종(壓迫腫)    -  박길숙

  

우리 오늘 밤 야반도주할까?

은밀한 내통보다는 확실한 중량을 느끼고 싶어

순천행 밤 기차에 몸을 싣고 나면 까닭 없이 슬퍼지겠지     


바다가 보이면 명치끝이 아려오고

뼈를 뚫고 자란 물집이 터질 듯 말 듯 더 부풀어 올라

우린 돌아서서 따로 각각 울고 말 거야.     


날이 샐 즈음

책상 서랍에 가둬 둔 법도(法道)가 나를 찾겠지  

서둘러 급행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더는 견딜 수 없는 물집이 짓 뭉개지고  

엇갈리는 행간에 열(熱)꽃으로 피어난 핏발 선 설움

내 토사곽란의 세월 다시 주워 삼킬 거야  


달빛이 자꾸만 발끝에 걸리는 밤

세상은 오래 앓은 기침 소리 가득하고

안아 보고픈 너는 내 목숨 저쪽 외곽의 존재     


아, 짜증 나. 싫어.. 싫어.. 싫어..

피지 마라 물 꽃! 피려거든 독전(毒箭)을 다오            

             

벗이 보내 준 지리산& 섬진강 풍광입니다. 무작정 쳐 들어오는 안개의 말발굽에 이처럼 의연한 지리산은 어떤 리추얼이 있을까요..?  또 꽃샘추위 몰아쳐도 무작정 피는 봄꽃은 어떤 리추얼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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