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봄. 영화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 2>을 3번 봤다. 처음은 감독 이름이 특이해서 봤다. '오멸'이란 이름이 딱 꽂혀서, 그때까지 내게 '오멸'감독은 듣보잡이었다. (*감독님 미안해요) 순전히 감독 이름에 꽂혀서 본 <지슬>은 엄청 웃겼고 엄청 슬펐고 엄청 화가 났다. 웃다가 울다가 영화는 끝났고, 내겐 뒤풀이가 필요했다. 그래서 또 봤다. 돼지밥을 걱정하는 원식이 삼촌이 내게로 왔다. 그래서 또 한 번 더 봤다. 이번에는 어린 토벌대가 아픈 손을 내밀었다. 붕대를 감아달라고. 아직도 어린 토벌대 부러진 팔목은 제 자리에 붙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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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 2
개봉 201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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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위 神位. 신묘 神廟. 음복 飮福. 소지 燒紙
제사를 지내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영화!
죽은 자에게는 위로를! 산 자에게는 치유가 되다!
영화 <지슬>은 죽은 자와 산 자를 위한 굿 판을 연상케 한다. 첫 장면부터가 알 수 있듯이 카메라의 앵글은 구름 위 하늘에서부터 마을로 지긋이 내려온다. 마치 원혼들이 바람을 타고 내려오는 듯 한 느낌이 들게 하고, 마루 바닥에 흩어진 제기들은 이 영화가 그들을 위한 위령제라는 눈짓을 준다.
감독이 제주 4.3 당시 이름 없이 돌아가신 분들의 제사를 지낸다는 마음으로 <지슬>을 만들었다고 말했듯이 영화는 제의적 형식을 띈 네 개의 시퀀스로 전개된다. 먼저 ‘신위’(神位-영혼을 모셔 앉히다)는 다시 말해 ‘영혼을 부른다’는 뜻이다. 이때 영화는 1948년 11월로 돌아가 군인들부터 마을 주민들까지 모두 현재로 불러온다. 두 번째 ‘신묘’(神廟-영혼이 머무는 곳)의 차례에서는 당시의 삶을 다시금 보여주고 그들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핀다. 세 번째 ‘음복’(飮福-영혼(귀신)이 남긴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은 영화에서 무동의 어머니가 군인에게 살해당해 돌아가실 때 품었던 감자를 동굴 안의 사람들이 나눠먹는 장면과도 일맥상통한다. 마지막으로 ‘소지’(燒紙-신위를 태우며 드리는 염원)에 이르러 카메라는 무당이 되어 개개인의 사연을 놓치지 않으며 이름 없이 사라져야 했던 무고한 사람들의 넋을 정성스럽게 위로한다. 65년 만에 그들의 존재를 기억하고 원한을 조금이나마 씻겨 보내려는 노력이다.
지방지를 태우며 다시 한 사람 한 사람 고이 올려 보냄으로써, 비로소 제사의 시간을 마친다. 이처럼 <지슬>은 죽은 자에게는 위로가 되고, 아직까지도 아픈 상처로 남아 있는 산 자에게는 치유가 되는 씻김의 영화로서 중간 매개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