淑아
우리가 벌써 노인 축에 들었다.
너랑 나랑 열여섯 살쯤인가 이런 얘기를 했어
오래 살지 않겠다고. 마흔이 넘으면 징그러울 것 같다고.
그때 너는 33세에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난 마흔 살까지만 살 거라고 했어
네가 33세라고 못 박은 건 김소월 시인 때문이었을 거야
그이가 그 나이에 세상을 떴으니.
그리고 내가 마흔이라고 콕 집어 말한 건
전혜린 때문이었어. 그녀가 40에 생을 마감했으니
나도 그만큼만 살아야 아름다울 것 같아서.
그런데 그 나이를 훌쩍 지나
지금 우리는 여전히 건재하고 팔팔하다.
자연 나이로는 '노인'이지만
마음 나이로는 여전히 서른셋. 마흔에 살고 있는 우리
淑아. 달래 마늘처럼 작고 귀여운 淑아.
지금도 잘 우는지 궁금하고
너에게 신세계를 선물했을 분신도 참 많이 보고 싶다.
건강 잘 챙겨서 곱게 늙어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