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에 간다고 나섰던 딸이 강릉으로 갔습니다. 코로나 시국이니 가지 말라고 그토록 말렸건만 밤 새 달려서 기어코 해를 찍어 보냈네요. 사진 몇 장 찍어 보내고 돌아오려니 길이 주차장이라고 합니다. 내일도 쉬는 날인데 서두를 것 없이 쉬엄쉬엄 오라고 했습니다.
지난밤 해가 바뀌는 시간에 딱 맞춰서 절친이 제가 좋아하는 버섯 사진을 보내줬습니다. 다람쥐눈물버섯이 골짜기에 넘실댑니다. 올해도 이렇게 곱게 울어보자는 언약이다 싶네요. 2022년에는 저 말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울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러자면 공부도 많이 하고 좀 더 다정해져야겠지요. 그래서 구불구불 살아보자 마음먹습니다. 올해 제가 걷는 이 길이 얼마나 순탄할지 알길 없으니 마음을 배꼽 아래로 내려놓아 볼라고요. 살아 보니 하심(下心)이 편하더라고요
모난 돌인 제게 엄마가 늘 하셨던 말씀은 “그저 구불구불하거라”였습니다. 엄마 얘기로는 여기서 첫 구불은 사람들 만나면 눈높이를 낮추라는 굴신(屈身)의 구불이랍니다. 그리고 뒷구불은 웃음의 별칭인 구불약(九不藥)의 구불이라고 하셨어요. 웃으면 불안(不安) 불신(不信) 불화(不和) 불손(不遜) 불편(不便) 불초(不肖) 불쾌(不快) 불경(不敬) 불공(不恭) 이 아홉가지가 사라진다고 하셔서 그런가보다했지요.
그런데 요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라고 하네요 ‘신체적으로 가장 강한 최적자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통념에 반기를 들며 최후의 생존자는 친화력이 좋은 다정한 자(者)였다고 말한다'라는 책 소개를 보니 울 엄마 말씀이 맞았습니다.
2022년 첫 일출을 보면서 다정(多情)하기로 마음 먹으니 올 한 해 어떤 길이 펼쳐지더라도 잘 헤쳐 갈 자신이 솟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루쉰의 시 '고향'이 제게 좋은 길을 내주네요.
<희망이란/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 '고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