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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길숙 Feb 28. 2022

길을 잃을까 봐

오늘도 노심초사 

요즘 마음도 몸도 바쁩니다. 길은 거미줄처럼 엉기었고 이정표도 많습니다. 호랑이가 물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제 마음 가닥을 고르고 골라 제 자리에 놓는 오늘 새벽, 절친이 보내 준 '호랑이 연'에 제 생각을 묶어봅니다.  연을 타고 하늘로 날아 오른 제 생각, 심란했던 불안이 말갛게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절친이 보내준 사진 따라 어느새 제 마음은 남녘 땅 '설록다원' 고랑 고랑을 거닐고, 핏줄마다 고여 있어 버거웠던 생애도 조금씩 풀려나갑니다. 엉겨 딱지 앉은 흰피톨 붉은 피톨이 제 길을 찾아 흐르니 혈관이 좀 맑아집니다. 이왕 나선 김에 벗이 내어준 대숲으로 난 길을 따라가 봅니다.

오늘은 이 길 끝까지 가보려고요. 한 걸음 내 디딜 때 코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또 한 발자국 놓을 때 쌓인 한(恨)을 시원하게 입으로 뱉어내면 좀 살만하겠지요. 이렇게 들숨 날숨으로 바람에 제 흔적 남기고 걷다 보면 어느새 노을 진 저녁 제 앞에 펼쳐지겠지요.  

하여, 오늘 하루 참 잘 살았네 안도하며 이불속으로 회귀하겠지요. 70년 동안 제가 몸으로 터득한 세상 이치하나! 불안에 갇혔을 때 저를 허공에 풀어놓기입니다. 

매일매일 널 뛰듯 바삐 사는데도 불안이 우격다짐으로 파고들 때가 더러 있으시지요? 그럴 때는 심신을 바람(風)에 맡겨보세요. 바람이 정인(情人)일 때는 더욱 좋고요. 바람이 스스로일 때는 두배로 좋습니다. 그리고 무심(無心)이면 말할 것도 없고요. 이 새벽 호랑이 연 따라 남녘까지 날아갔던 제 마음이 방금 돌아왔습니다. 

오늘 이 호랑이 꽃방망이 들고 힘차게 뛰어보렵니다. 쫄지 않고 겁먹지 않고 내 맘대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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