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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과제

한국 주식시장의 과제: 코리아 디스카운트 #5 정경유착

기업의 주주 환원 정책을 바탕으로

by 박주혁

2-3) 정경유착


정경유착이란 정치와 경제가 밀착되어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 물론 경제와 정치는 상호 의존적인 관계임은 틀림없다. 나라를 운영함에 있어서 국민들의 부를 유치함이나 경제활동을 함에 있어서 법률규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둘의 상호의존적성은 불가피하나, 이 둘의 관계가 과도하게 밀접해짐, 소위 ‘유착관계’가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정경유착은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빈번히 발생한다. 이는 경제 성장, 정치 체계 그리고 사회 구조의 여러 요인에서 기인한다. 개발도상국의 정치 체계는 흔히 권력이 소수에 집중되어 있거나 민주주의가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형태가 많다. 이러한 정치적 불안정성은 정권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국민의 정치적 불만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정치적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권은 경제 성장을 효과적인 지지율 보장의 도구로 삼는다. 급진적이고 가시적인 경제 성과는 국민들에게 있어서 정권의 정당성을 증명해주는 수단이 되고, 민주주의의 결함에 대한 비판이나 사회적 불만에서 시선을 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201003518.jpg [그래픽] 정경유착의 역사

대한민국은 역시 과거부터 지금까지 정경유착의 여러 사례를 보여왔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경제 개발 초기, 박정희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경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의 정권은 1961년 5·16 군사정변을 바탕으로 수립되었다. 이는 곧 그의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저항으로 이어졌고, 정치적 정당성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정권은 이러한 정치적 불안정에서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경제 성장을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당시 정부는 특정 대기업에 대한 저리 대출, 세제 혜택, 수출 촉진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기업 성장을 촉진했다. 동시에 기업들은 이러한 지원에 대한 대가로 정치자금을 제공 및 정권 유지에 협력하는 방식으로 정부와 유착관계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정부와 기업간의 상호 의존은 한국 경제의 급성장을 이끌어냈지만, 동시에 투명성과 신뢰를 해치는 부패와 비리를 동반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정경유착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정치자금법 등 관련 법률이 강화되었음에도, 정치인과 기업 간의 불법 거래는 여전히 존재했다. 2000년대에 발생한 삼성비자금 사건과 국정농단 사태는 이러한 정경유착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경유착은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을 빠르게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그 중에서도 경제 발전 저해, 사회적 신뢰 저하가 주요 문제로 일컫는다.


첫째, 경제 발전 저해이다. 발전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루어진다. 경쟁 과정에서 얻어낸 성과는 경쟁 당사자에게 강력한 동기부여로 작용하며, 이는 지속적인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또다시 경쟁을 활성화시킨다. 그러나 정경유착은 이러한 선순환을 방해한다. 정치계와 유착 관계를 맺은 기업은 불법적으로 이익을 얻고, 경쟁 기업에는 규제나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 이러한 행태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시장의 균형을 무너뜨리며, 결과적으로 전체 경제 발전이 저해된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정치적 고려에 따라 외국 기업의 유입을 방해하거나, 국내 시장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갈라파고스화’ 현상, 즉 외부와 단절된 시장 보호 정책이 그 예다. 이는 국내 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상실하게 만들며, 장기적으로는 경제 전체의 성장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둘째, 사회적 신뢰 저하이다. 정치와 경제의 유착 관계는 일반 시민들로 하여금 공정성과 정의가 침해되었다고 인식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법은 본래 시민들의 안전과 안녕을 보장하기 위해 모두에게 동일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삼성 부회장의 특별사면과 같은 사례를 통해 법의 본래 의미가 퇴색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시민들에게 정치 체제와 경제 구조에 대한 불신을 키우며,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 갈등과 분열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위험 요인으로 작용해 투자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결론적으로, 정경유착은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키며, 궁극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는다.


출처

성혜미 기자, 「역대 ‘정경유착’ 역사①-박정희 정권」, 『주간현대』, 2015.09.11.

최현묵 기자, 「"한국, 유례없는 갈라파고스 규제국가"」, 『조선비즈』, 2018.11.28.

BBC NEWS 코리아, 「이재용: 광복절 특사로 삼성 복귀...'경제' vs '공정' 문제 남겼다」, 『BBC NEWS 코리아』, 2022.08.12.

강영수 기자, 「'삼성 비자금 폭로' 풀스토리」, 『조선일보』, 2007.11.19.

조윤영, 장예지 기자, 「‘국정농단 뇌물’ 이재용에 징역 2년6개월 ‘법정구속’」, 『한겨례』, 2021.01.18.

장준오, 「부패1980-90년대 정경유착」,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2001.12.01, 총162쪽.

김도균 기자. (2016). 6.25 전쟁 중에도…정부별로 살펴본 정경유착의 역사[그래픽]. SBS 뉴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928677&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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