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있는 풍경
아기가 태어난 지 50일이 되었다.
고상하게 꾸며놨던 집은 어느새 피난처로 바뀌었다.
서로의 물건을 한참이나 가져다 버리고 각자의 취미는 당근으로 팔았는데, 아직도 서로의 미련이 방안 가득 남아있다.
새 식구가 집에 오고 우리는 마주 보고 식사 한 번 못했다.
남편은 식은 밥을 싫어했는데, 우리는 차례대로 식은 밥을 먹기 일쑤였다.
하루 종일 손을 바꿔가며 새 식구의 기분을 어르고 달래다가 하루가 간다.
우리는 하루 종일 붙어있는데 서로의 눈 한번 맞추거나 안부 한 번 묻지 않았다.
다만 아기의 양육에 대한 주관이 서로 맞지 않을 때 허공에 볼멘소리를 한 뿐이었다.
온도가 높다. 습도가 높다. 양말을 벗겨야 한다. 신겨야 한다. 이불을 덮여라. 벗겨라...
아이가 생기면 달달했던 신혼도 끝이 나고, 싸울 일도 많이 생긴다고 한다.
우리는 연애에서 결혼까지 여섯 해가 지나는 동안 한 번도 싸우지 않았는데, 이렇게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고 살아가다 보면 모르는 사람보다 못한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바깥출입 없이 집에만 있으면서 예쁜 단장은 잊고 살다 보면 상대방에게 나는 없어지겠지.'
잠시 아이가 우리 사이에 가림막이 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아이는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연결고리인데, 아이만 바라보다가 우리를 바라보지 않고 놓아두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먼저 잠든 우리 아기의 엉덩이 한 번, 내 육아 전우의 엉덩이 세 번 토닥여 주고 잠이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