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아이가 있는 풍경
꼬맹이 식구가 우리 집에 오고 나서는 24시간 삶이 돌아가고 있다. 그 덕에 하루의 경계가 없어져서 하루가 가고 있는지 왔는지 갔는지 시간이 멈춰버린 느낌이다.
밤이 오고 9시쯤 아이가 내 품을 잠시 떠나면 그 잠깐의 자유 시간이 아까워서 휴대폰도 보고, 내 할 일들을 정리한다. 자정쯤에 잠이 들고 한 시간 뒤에 아이의 우렁찬 배꼽시계 알람에 출근하는 남편이 깰까 후다닥 일어나 아이를 안고 거실로 나간다. 비몽사몽 삼사십 분 간 수유를 하다 보면 아이는 잠들고 나는 잠이 깨어버린다. 먹다 남은 젖병과 손수건, 중간에 갈았던 기저귀 등을 정리하고 소파에 홀연히 누워서 휴대폰을 보고 있으면 한두 시간은 훌쩍이다.
아침이 오는 5시쯤 또 다시 아이의 울음소리에 깬다. 밥을 달라는 신호다. 이후로 2~3시간 간격으로 운 좋으면 3~4시간 간격으로 밥 주고 기저귀 갈아주기를 반복하며 하루를 채운다. 50일 이후부터는 눕혀놓으면 아기가 경악하듯 울어대서 그 기세에 눌려 하루 종일 안아주고 있다. 하루 종일 어르고 달래다 보면 아이를 케어하고 있는 동안에는 잠자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화장실 가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사정을 알고 친정엄마는 본인 자식 케어하신다고 밑반찬이며 과일이며 시장 손수레에 가득가득 실어 사위가 없는 평일 시간에 우렁각시처럼 출퇴근을 하신다. 올해 칠순을 훌쩍 넘기신 엄마가 매일 한 시간 거리를 오셔서 아기 케어부터 다 큰 자식 케어, 자녀 집 케어까지 하실 때면 감사한 마음도 가득이지만 죄스러운 마음이 더 커진다. 매일 집으로 돌아가는 엄마에게 "내일은 오지 마셔."라고 빈말을 던지지만, 위와 같은 사이클에 엄마 도움이 없으면 하루 중에 한두 번은 아기가 울 때 나도 울게 된다. 왜 나는 '감사하다. 사랑한다. 옆에 있어줘서 감사하다. 안 도와주셨으면 어쩔 뻔했냐. 보고 싶었다.'라는 등등의 마음속에 있던 말보다 '내일은 오지 마셔. 이런 거 해오지 마셔, 사 오지 마셔.' 같은 퉁명스러운 말만 나올까. 여전히.
가끔 노부모들은 손주들을 도맡아 양육하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기도 한다는데, 우리 부모님은 딸의 늦은 출산으로 활력 찾기 전에 골병을 드릴 것 같아서 더 노심초사다.
이 모든 일이 시작되기 전에 '출산휴가'라는 휴가를 보내고 있는 긴 시간이 아까워서 '휴가' 중에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봤었다. 운동을 하거나 자격증 공부를 찾아보고 훌륭히 해내는 사례를 꽤 보았다. 나는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화장실도 잘 못 가는데, 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스케줄을 사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