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래블메이커 Jul 30. 2022

그 사람도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야.

나는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고 싶지 않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겪어보게 된다. 되도록이면 첫인상으로만 그 사람을 단정 지으려 하지 않으려 한다. 다음에 다시 만나보면 첫 만남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가끔 ' 그 사람 어때?'라는 질문에 ' 거래를 하기에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또는 ' 친해지기에는 아직은 조금 부담스러운데...'라는 나의 말에 상대방이 ' 그 사람도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나는 이 말이 조금 불편하다. 



왜 그 사람과 함께 일하지 않아? 


일은 일. 사람은 사람. 

'그 사람도 알고 보면 불쌍해..' 

'그 사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지내다 보면 착한 사람이에요. 사연 없는 사람 없어'

'털어보면 하자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좀 더 만나봐. 그냥 같이 해봐.' 


나는 이런 말들이 그다지 좋게 들리지 않는다. 물론 누구나 첫 만남, 첫인상으로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으로 어필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한번 경험하고 사람에 대해 속단하고 함부로 말하려 하지 않는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분명 다르다. 



그 사람도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야. 


그렇다. 한 사람 한 사람 깊게 이야기를 나누고, 개인적인 사정을 듣고 나면 막상 첫인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사람이란 참 무서워서 나도 평소의 나의 모습과 일을 할 때의 모습과 불안할 때와 우울할 때의 내 모습은 다르다.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이 있다. 누군가는 나를 따뜻하고 유쾌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어떤 이는 나를 냉정하다고 느끼고, 친해지고 싶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누구나 한결같은 모습은 유지할 수 없다. 


나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상대방을 만나고 싶기는 하지만, 그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 직장 동료와 있을 때, 거래처와 있을 때,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일 때 모두 다른 나의 자아가 튀어나온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떻게 판단하고 사귀어야 할까?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고 싶지는 않은데 


나는 누군가가 나와 일을 하거나, 친분을 쌓아야 하는 상황일 때.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주었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나를 '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볼 때, 저 사람의 다양한 모습 중에 그저 하나라고 봐주었으면 좋겠다. 알아가다 보면 나쁜 사람일 수도 있고, 좋은 사람일 수 도 있는 건 그저 그 사람의 기준일 뿐. 내 기준은 아니니까.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사람 일은 점점 더 어렵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빠는 2억이면 되냐고 물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