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래블메이커 Feb 23. 2023

아이와의 대화 기록

딸, 엄마가 출구가 보이지 않아 

어젯밤, 남편과 사업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업의 시작은 언제나 희망차고 생각보다 쉽다. 대표.. 사장이라는 직함은 사업자만 내면 누구나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을 접는 건 생각보다 무척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본금도 고려해야 한다. 또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자존심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 이 프로젝트 끝나면 다시 생각하자, 다시 생각하자 하면서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온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먹고사는 일 앞에서 자존심이 그리 중요할까. 적극적으로 사업을 멈추는 일이 자존심을 챙기는 일이 아닐까. 어쩔 수 없이 사업을 멈출 수밖에 없는 시간이 오면 그때는 어떡하나... 두려워진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출장도, 회의도 제약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에 대한 이야기 중에 남편은 '좌절'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나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해지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나는 어제 처음으로 남편에게 이런 말을 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아 


꽤 오래 시간 마음속에 머물러 있던 말을 건넸다. 아이는 옆에서 춤을 추다가 나의 우울한 표정을 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와 볼을 비볐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했다. 


" 엄마, 출구가 보이지 않으면 다시 입구로 가면 되잖아." 


나는 갑자기 울컥했지만 울지는 않았다. 

남편도 '명언이네'라 했다.  

나는 '맞네. 우리 딸 말이 맞네. 입구로 가면 되겠다.'라고 아이를 바라보면 웃어주었다. 


입구로 가는 방법이 뭘까? 

입구로 어떻게 다시 갈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의 말조각(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