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무료함... 막막함. 어디서 위로를 받아야 하는 걸까.
오늘은 남편이 저녁식사를 하고 집에 온다고 한다. 이제 두 아이의 저녁식사부터 재우기까지 모두 나 혼자서 해야 한다.
2호(7개월)의 이유식과 1호 (4살)의 반찬을 후다닥 만들고 아이들을 식탁에 앉힌다. 1호를 먹이면서 그 사이에 2호를 먹이기 시작. 아이들이 다 먹고 나면 텔레비전을 보여주고 나의 식사 시간을 번다..
냉장고에서 반찬통을 그대로 꺼내 식탁에 놓는다. 밥은 대충 퍼담아 밥그릇을 손에 들고 먹는다.
첫째의 끊임없는 왜?왜왜? 수다에 답해주며 우걱우걱 밥을 입에 우겨 넣는다. 그렇게 한 끼를 때운다. 오늘따라 매콤한 볶음 반찬이 당기는데… 고춧가루 들어간 반찬은 안 한지… 못 한지 오래다. 쌓여있는 설거지. 오늘 하기는 틀렸고, 내일 아침 일찍 하자고 다짐하며 눈을 질끈 감는다.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일 먼저 설거지를 하자~'

나의 집안일 실력은 빵점이다. 꼼꼼하지 않은 성격인데다 정리 방식도 효율적이지 않다. 1시간이면 끝낼 집안일은 두세 시간이 걸린다. 끊임없이 정리 중인 나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아이들은 장난감을 다시 꺼낸다. 수납 전문가가 절실하다. 빨래, 요리와 청소를 한꺼번에 해야 하는 날이면 나는 멘붕에 빠진다.
집안일은 값어치를 알 수 없는 노동, 무제한 리필이다. 분명 10분 전에 정리한 거실인데, 다시 제자리를 이탈한 책과 장난감들을 마주한다. 청소를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절망적이다.
아이들은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에 보이는 물건을 다시 끄집어내기에 바쁘다.
‘잊고 있던 저 옷은 어디서 찾았담. ‘ 아이들이 어디선가 찾아온 나의 유물을 보며 흠칫 놀라기도 한다.
육아 블로거들을 보면 매일 다른 반찬으로 애들이 맛있게 먹는 사진이 보이던데.. 나는 요리도 잘하지 못한다. 블로그를 똑같이 따라 만들었는데 아이들은 왜 내 반찬을 먹지 않을까.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요리를 시도해왔다. 아이들에게 인스턴트를 먹일 수는 없으니까.
'오늘 첫째 반찬은 뭘 해줄까. ' 생각하며 육아 블로그를 본다.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저리 요리를 잘할까. 버섯과 햄이 들어간 계란말이. 그 모양이 이쁘기도 하다.
양배추에 오리고기를 돌돌 말아 김밥처럼 한 입에 쏙 들어가게 만든 반찬. 캐릭터처럼 만든 오므라이스에. 김으로 눈썹까지... 대단하다. 저렇게 만드니 아이가 좋아할 수밖에.

하아. 이제 씻기자.
아이들을 다 먹이고 나니. 이제 씻기기가 남았다. 내 맘도 모르고 아이의 장난은 끝이 없다.머리를 감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고 감기고 나니 내 옷은 이미 다 젖었다.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이를 닦여본다.
나도 씻고 싶다. 혹시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볼일도, 샤워도 모두 문을 열고 해야 하는 참담한 현실. 나만의 프라이버시라는 건 없어진 지 오래.
아이들이 하루에 엄마를 몇 번 부를까. 500번은 부르지 않을까?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ㅠㅠㅠㅠㅠ 같이 울자. 울어.
'아이가 무탈하게 커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걸까?'
얘들아. 제발 자죠.. 엄마 쉬고 싶다. "호랑이 온대. 망태할아버지 온대. 자장자장 우리 아가 잘도잔다. 우리 아가. 엄마가 섬그늘에~~~" 나의 열창에 보답하듯. 첫째가 가까스로 잔다. 반은 성공이다.
갑자기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남편이 집에 거의 다 온 모양이다. 헉.. 하필... 왜 지금 이냐고. 아이들이 깊이 잠들기 전에 남편이 들어와 아이들을 깨운다면... 오늘밤도 폭망이다. 아이가 깨면 나의 육퇴(육아 퇴근)는 자정이 넘게 되겠지. 어설프게 늦을 거면 들어오지 마라. 남편!!!!!!!

만약 집에 들어와서 아이들이 보고 싶다며 이름을 부르거나 뽀뽀를 하는 행위는 나의 육퇴를 망치는 행위. 문소리 안 나게 문고리 꼭 잡고 들어와라...
이제 육퇴. 휴...
아이들을 재웠다. 하지만 집안일은 이제 시작이다. 아이들의 수면 후에도 이어지는 집안일의 굴레. 이것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
잠이 들기 전.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분명히 몸무게는 큰 차이가 없는데 결혼 전 옷이 맞지 않고 옷맵시가 안 난다.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이렇게 많은 집안일과 청소로 살은 빠지지 않는 절망적인 현실.
내가 뭘 할 수 있지? 뭘 할 수 있었지?
지금 다시 일한다면 어디서 받아줄까?
나 이렇게 한해 한해 늙어가는구나. 이런 생각들로 고민하다 잠에 든다.
또다시 아침이다. 또다시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전쟁을 치르며 어린이집에 보낸다. 그리고 둘째와 시간을 보낸다. 도돌이표.. 같은 육아.
멈춰버린 것 같은 나의 시간..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집안일.
이렇게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되는 것일까. 시간은 흐르고 아이들은 자란다는 사실만이 나를 위로한다.
내 마음도 위로가 필요한데.. 위로받을 곳이 필요한데…가끔은 남편도, 친구도 온전히 위로가 될 수 없다.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에서 타인의 위로는 효과가 없다.
내 마음은 나도 모를 때가 많아서일까. 나를 위한 진정한 위로는 나 스스로 해야 한다는 잔인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마음을 다 잡아본다.
한 여자로서. 자존감을 잃지 말자고. 나는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다고. 더 용기를 내서 꿈을 가져보자고. 오늘 또 다짐한다.
오늘도 엄마 연습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