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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블메이커 Dec 17. 2019

집주인이 물었다

왜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았냐고.... 은행에서 돈은 왜 빌렸냐고 

집 재계약 시즌이 되었다.

벌써 두 번째 재계약이다.


4년 사이에 내가 살고 있는 집의 매매 가격은 2억 이상이 올랐다. 

나의 소득은 변하지 않았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 두 돌을 맞았다.


올해 안에 은행 대출 심사를 위한 계약서 작성을 해야 한다.

집주인을 만나 재계약을 해야 한다. 


집주인이라고 적힌 주소록의 통화버튼을 누른다. 

‘어머니, 저 ** 아파트 애기 엄마예요.’

(나는 어머니가 셋이다. 우리 엄마, 시엄마, 집주인)


'응~그래. 안 그래도 부동산에서 집값이 많이 올라서 지금보다 월세를 30만 원 더 받아도 된다고 하더라고.......' (왓??????? 이 말 듣고 나서 서울 떠날 생각했음)

'그래서 내가 어떻게 그렇게 더 받냐고, 사람이 그 돈 내고 어떻게 사냐고. 그래서 내가 이번에도 10만 원만 올리려고 해.'  (그나마... 다행인지.....)


재계약 시마다 10만 원씩 올라간 월세.

그리고 그녀는 두 가지를 물었다.


 



은행에서 대출을 왜 받은 거야?

왜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은 거야?? 


‘네? 아... 음.....’

머리가 멍해졌다.

그 이유는 그녀는 정말로 대답이 궁금해서 물은 것 같기 때문이었다.

모든 부모가 자식이 결혼할 때 집을 사주는 것이 정상이고 

대출을 끼고 집을 임대하는 것이 굉장히 이상해 보였나 보다..

그녀는 나의 상황을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남편과 나는 결혼 전부터 대한민국에서 집을 사지 않기로 이야기를 했다. 

언제든지 다른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둘은 모두 프리랜서이면서 학생이다.

아이들을 위해 프리랜서로 직업을 바꾸었고,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그녀의 눈에는 둘 다 회사를 다니지 않는 것도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또다시 물었다.

'남편은 도대체 뭐 해????'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 걸까? 

차마 이 질문에 남편은 프리랜서로 살면서 학교'까지' 다닌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어머니, 제가 내일 2시까지 결정해서 알려드릴게요.'  

내 작은 자존심에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말하고 끊었다. 

솔직히 조금 슬펐고, 화도 났다.



 

이 집에 계속 살아야 하는 이유도 떠나야 하는 이유도 많다. 

하지만 지금은 떠나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손해다. 

당장 아이들이 새로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들어가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우리 2살짜리 아이는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어린이집에서 지낸다. 

그리고 올해 유치원에 들어간 5살 아이는 주말에도 같이 놀고 싶은 친구들이 생겼다. 

이렇게 적응해서 잘 지내고 있는데.. 어린이집을 졸업할 때까지는 기다려줘야 한다. 


전화를 끊고 부동산에 여기저기 전화해 봤지만 

아이들의 불편함을 대체할 좋은 환경을 가진 집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최대한 적게 올려달라고 부탁을 드리며 말했다. 


'어머니처럼 능력이 되셔서 대출 없이 자식들 모두에게 집 한 채씩 줄 수 있는 분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대단하세요. (실제로 그러하다) 또 지금 저희가 사는 집도 2억 넘게 올랐으니 더 부자가 되셨네요. 축하드리고 부러워요. (집주인은 이 부분에서 만족한 듯 상당히 크게 웃었다.)  지금처럼. 조금만 더 아이들이 유치원을 졸업할 때까지만 살 수 있도록 조금만 올리시면 어떨까요? 이 집이 너무 좋은 집이어서 저희도 포기할 수가 없네요...' 


최악의 딜은 막았고,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 

다행일까... 답답했다. 

내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헤어진 후에 친구의 문자가 왔다. 

'아이들을 위해 결정했다면 그건 거의 옳은 결정이야. 힘내고, 견뎌.' 

눈물이 났다. 




나는 일도 하고 싶고,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꿈도 꾸고 싶다. 

집이 내 앞을 가로막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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