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작은 호텔을 운영하는 중인데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by 트래블메이커

망하다

[의미] 개인, 가정, 단체 따위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끝장이 나다


요즘 주위에서 자주 듣는 말.

아직 감이 안 오지만, 상상하기 힘들지만,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



여행객들을 위한 깔끔한 작은 방을 팔고 있어요

저는 청계천변에 위치한 슬리피판다라는 작은 숙박업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호텔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비즈니스형 게스트하우스. 깔끔한 호스텔이 맞겠네요.


저는 이 일을 나름대로 재미있게 즐기고 있고요.

여행이든 출장이든 방문하는 분들이 푹 쉬고 가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담고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는 대실을 하지 않아요.

주변에 모텔이 정말 많은데 저희 부부는 대실 운영은 절대 하지 않기로 약속을 하면서 이 일을 시작했거든요. 종로에서 대실을 하지 않고 운영하는 숙박업소는 드물어요.


저희가 이런 고집을 부리는 이유는 저희 부부는 모두 관광 쪽 일을 오래 해 왔고, 관광 쪽 일을 하는 프리랜서로 살고 있거든요.


순수한 열정

서울 여행을 온 사람들.

서울로 출장을 온 비즈니스 여행객들.

서울에 여행을 온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였죠.

순수한 열정이 있어요. 바보같;;;;;


저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서울을 재미있게 여행할 수 있고, 저희가 제공하는 작은 공간에서 푹 쉬다 가시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걱정이 많아요..

외국인들이 아예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 사람들이 여행을 하지 않는 이 상황에서 이 일을 계속할 수가 있는 걸까요?

벌써 이렇게 두 어달이 이렇게 흘렀어요.


대출을 받았고, 임대료는 2달이 이미 밀렸고, 빚이 늘어가고 있어요.

아르바이트생들도 모두 쉬게 했어요. 청소해주시는 이모도...모두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3월 한 달. 문을 닫았었어요.

문을 닫았던 기간 동안 한두 명의 손님이 객실 문의를 주는 것을 보고, 저희는 다시 문을 열기로 고민 끝에 결정했어요.


가끔은 누군가가 오니까..... 힘들지만

다시 슬리피판다 문을 열고 일주일에 한 두 분이 오시는 걸 보니, 차가운 현실이 느껴집니다.


그래도 오시는 분들은 재미있게 계시길 바래서

이렇게 동네 꿀팁도 만들어보고 부루마블이랑 작은 책장도 만들어 보았네요...




휴우. 어쩌지요.


청계천로 97로 골목에 대한 애정

사실 요즘에는 골목에 대한 애정도 생겼어요.

저희랑 옆에 식당과 카페가 이 골목에 들어서면서 최근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점심시간에 제가 이 호텔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걸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 거 같아요. (모텔이라고 생각하시겠죠.)


몇 달 전 익선동에 인싸카페가 이곳으로 들어와서 인지 인싸 카페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어요.


청계천로 97 골목에 있는 슬리피판다. 라크슌. 아마츄어작업실



골목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로서로 윈윈 했으면 좋겠어요.


얼마나 더 버티면 상황이 좀 나아질까요?

그리고 더 버텨야 할까요?

갑자기 모텔로 업종을 변경하기라도... 시도해야 할까요?

매일매일 이 곳에 나와 뭔가 하나씩 만들어 가면서 버티기를 해야 할까요?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는 게 겁이 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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