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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블메이커 Jun 08. 2020

월급 88만 원. 나는 열정을 페이 하지 않았다.  

다시는 이런 대접과 월급을 받지 않기 위해 변화해야 했다.  


나의 첫 직장에서의 월급은 88만 원이었다.


그 시기 많은 회사들이 인턴제도를 도입하고 있었고, 나는 그 제도가 막 도입되었을 때 입사를 했다. 많은 사람들은 인턴제도가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회사-구직자가 서로를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했나 보다.  


결국 88만 원의 월급도 싫었지만, 

그 적은 돈의 가치만큼 대충 일하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인턴들을 이렇게 바라보는 것 같았다.  


'88만 원은 합당한 거야. 여기는 좋은 회사고 너는 인턴이니까'

 혹은 '혹시라도 여기에 정규사원이 될 수도 있으니까 지금은 돈을 적게 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니?'


인턴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이런 암묵적인 합의가 있는 것일까?


왜 88만 세대가 절망인가.. ㅋㅋㅋㅋㅋㅋ


88만원은 뭔가 싸고 효과적인 이미지를 줬었나?? 이런.. 홍보는 또 뭐지.


첫 월급 명세표를 이메일로 받았을 때  88만 원이라는 숫자를 보고 '나는 88만 원의 노동력'이라고 느껴졌다. 내 마음 속. 한 켠에.. 열등감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88만 원 중 교통비와 점심값을 빼면.... 50만 원 남짓 통장에 남았다. 딸의 첫 월급을 기대하고 있을 엄마에게 88만 원을 모두 흰 봉투에 담아 드렸다. 굉장히 좋아하셨지만 조금 죄송했다. 대학을 나와 첫 월급인데.... 나는 점심 도시락을 싸서 다니기 시작했다.    

 

관광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 이후에 부모님의 만류에도 입사한 회사였다. 무엇인가 여기에서 내가 얻어서 나가야 했다. 내가 조금만 오지랖을 떨면 지자체 주도의 문화관광 이벤트가 처음부터 어떻게 누구의 손에서 기획되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인턴의 지위를 최대한 이용하리라.... 차라리 몰라요 권법을 쓰자!!!  


잘하는 거 없는데요


그 당시 나의 바로 위 사수가 나에게 물었다.

"소현 씨는 뭘 잘해요? 잘하는 게 뭐예요?"

"........ 잘하는 거 없는데요."

"............???"

"이 회사는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 그렇구나..."


너무 뻔뻔했다...... 나는 내가 뭘 잘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것이 없었다.     


결국 나에게는 각종 다양한 일이 주어졌다. 나는 관광전략팀에 소속된 인턴이었는데 정말 다양한 전략에 따라 내가 보조하는 일이 달라졌다.


- 각 팀의 주간회의 자료를 정리해서 금요일 퇴근 전까지 준비해서 월요일 주간회의를 준비

  (엑셀과 인쇄 작업)

- 주주총회를 준비하면서 한글 프로그램 문서 작업을 돕기 (애증의 한글 문서...)

- 주주총회를 위한 다과 배치 (거의 매달)

- 임원들이 필요로 하는 통계자료나 보고서를 찾아 드림  

- 각 팀의 프로젝트 예산 엑셀 파일을 검토.


  나는 엑셀을 할 줄 몰랐는데 자존심에 못한 다는 말을 못 하고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가면서 그놈의 엑셀 때문에 야근까지 하면서 어떻게 어떻게 그 파일에 적용되는 수식만큼은 다 외우게 되었다. 내가 실무자들과 예산에 대해 이야기했던 상황은 참 미스터리다. 아마 나를 엑셀 천재로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ㅋㅋㅋ


결국 남은 건. 사람과 한글(HWP)??


인턴 시절에 익힌 한글 문서 기술은 몸이 기억하고 있다. 정말 신기하지...

공공기관의 한글 사랑 덕분에 한글 문서를 제법 다룰 줄 알게 되었다는 건 지금 나에게는 좋은 일이다.

현재 나는 지자체와 많은 일들을 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사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추억을 이야기하는 인턴 동지들.

그리고 내 인생 나의 첫 사수. 존경합니다.


그리고 8개월 동안 수많은 국내외 관광정보를 검색해서 보고서를 만들었던 일. 이 일을 자주 주셨던 부사장님. 감사합니다. 그 보고서들은 허술하고 형편없지만 나는 관광 트렌드에 대해 넓게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나는 그렇게 얻을 것을 얻고, 떠나기로 결심했다.


현장으로 가자


나는 8개월이 될 즈음 관광 현장으로 갈 결심을 했다. 이곳은 현장이 아니었다. 공무원처럼 관광 전략을 짜고, 행사를 주관하는 일은 나랑 맞지 않았다. 나는 현장에서 내외국인을 만나고 소통하고 싶었다. 진짜 현장에서 관광 기획을 하고 싶었다.



관광 현장에서 하는 일이 이토록 힘든 일인 줄 이때는 몰랐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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