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로컬잡지 제작에 도전했다.
창업을 시작한 지, 이제 11개월.
코로나 시대에 여행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싸매던 나날들..
더운 8월 어느 날. 불쑥 들어왔던 제안
'로컬콘텐츠랩이 전통시장과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코로나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전통시장.
뭘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로컬 잡지를 만들기로 했다.
아니지, 잡지 만들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통인시장 속의 사람들 이야기를 담아보기로.
기획, 내용 편집, 사진 촬영, 디자인, 인쇄까지.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일들.
그저 로컬콘텐츠가 핵심이라는 로컬랩(로컬콘텐츠랩)의 가치 하나와 '할 수 있다. 뭐든 해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시작했다. (*진짜.. 나는 뭐든 해야 했다..ㅠㅠ)
인터뷰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해 조심스럽게 진행되었다.
당연히 시장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지만 귀찮아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당연했다.
이런 인터뷰가 그들의 장사에 도움이 될리는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래도 약간의 확신(?) 같은 게 있었다.
이 잡지는 전통시장에서 나왔던 잡지들과는 완전히 다른 콘텐츠가 될 거라고.
분명 인터뷰를 거절했던 상인들도 결과물을 보고 부러워하게 될 거라고.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스토리가 있으니까.
시간은 그냥 흐르지 않으니까.
*인터뷰 준비
나는 인터뷰 전, 노련한 인터뷰어들이 사용하는 인터뷰 방정식 같은 걸 공부했다.
공통 질문을 뽑아 놓고
처음 만났을 때는 어떤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야 하고,
어떤 질문을 하고,
대상에 따라 어떤 제스처를 하고, 주제가 벗어날 때는 어떻게 하고,
흐름이 끊길 때는 어떻게 하고... 등등등
그리고 인터뷰 전 느낌, 기?? 같은 걸 받기 위해서 시장을 몇 차례 방문했다.
사람은 예상할 수 없는 존재니까.
최대한 그들의 목소리와 생각을 고치지 않고 넣어보려고 했다.
*인터뷰
그들은 나를 기자라고 부르기도 했고, 잡지사 직원으로 부르기도 했다.
즐거웠다. 내가 어떤 배경에 사람인지 알려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들이 나 자체로서 나의 눈을 바라보고 (왠지 부담....) 인터뷰를 하길 바랬다.
명함은 인터뷰가 끝나고 주었다.
어떤 상인은 '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라고도 말했다.
또 어떤 이는 ' 이런 말을 해주면 좋을까?' 라면서 인터뷰를 해봤던 노련함도 보여주었다.
먼저 떠난 배우자를 그리워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지난날을 회상하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50년 동안 대박 한번 없었을까...
돈도 많이 벌어봤다. 그렇게 지난날의 영광을 이야기하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도 알고 있었다. 그건 이미 예전의 과거라는 걸.
그런 세상이 다시 오기 힘들고, 지금도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걸.
우리도 이미 예전의 우리가 아니니까.
통인시장 사람들의 통인시장
좌판을 깔아놓는 장사부터 시작한 통인시장 상인들.
한 자리에서 50년 동안 그들을 머물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상인들에게 묻지는 았았다.
뭔가 그들이 위대한 무엇인가를 지어낼까 봐서 두려웠다. (...ㅋㅋㅋㅋ)
그들은 그들이 여기에 머물어야겠다는 어떤 기운찬 동기가 있어서라기 보다
오늘도 살아나가야 한다는 인간이 가진 가장 순수한 삶의 동기..
아침점심저녁 세끼를 해결하고,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던 하루하루가 쌓였다.
우리는 가끔 그런 순수한 동기의 끈을 놓고 있지는 않나...
앞이 보이지 않아도 계속해야 한다는 그 순수한 동기.
지금까지 그들은 정말 잘 해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 지금처럼 잘해나갈 것이라는 걸.
인터뷰에 담고 싶었다.
그들에게도 느껴지기를.
물론 이번 잡지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도무지 만족이 잘 안 된다.
하지만 자신감이 생겼다.
해보자 했던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졌다.
인터뷰에도 자신감이 생겼다. (멋진 인터뷰어가 되고 싶다)
Special Thanks to...
전체적인 매거진 운영을 책임져 준 @yoonk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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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멋진 사진을 찍어준, 최고의 포토그래퍼 다경 언니 @jejuful_life
매거진 디자인 기획 박 과장님,
초스피드 인쇄해주신 한 번도 못 본 인쇄소 아저씨...
협조해주신 통인시장 상인 분들
모두.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