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가격리. 적응기
자가격리. 5일째
아이들이 다니던 유치원은 폐쇄되었다. 유치원 주변 초등학교는 이번 일로 또 한 번 휴교가 연장되었다.
다행히 1차 검사에서는 가족 모두 전원 음성으로 나왔다. 하지만 자가격리는 계속된다. 나를 제외한 가족 3명은 밀접접촉자로 구분되었다. 따라서 나는 자가격리 대상자는 아니다.
아이들은 각 방에서 밥을 따로따로 먹고, 따로따로 놀고, 따로따로 잠에 든다. 집은 아침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모든 창문을 열어놓는다. 환기는 기본이자 필수이다. 수건. 쓰레기통도 따로 쓴다.
나는 저녁에만 집에 들어가서 잠깐 아이들 얼굴을 본다. 아이들이 밥을 다 먹고 나면 간단하게 밥을 차려 부엌에서 밥을 먹는다. 아이들은 내가 밥을 먹을 때 방에 들어가 있다. 그리고 아이들과 다시 눈인사를 하고 집 앞에 숙소로 잠을 자러 간다.
5살 아이는 여전히 매일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엄마 어디가? 왜 가? 언제 가?
엄마 집은 두 개야? 한다. 안아주지를 못한다는 게 너무나 슬프다. 아마도 아이는 자가격리 해제 전까지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지금 가장 고생하는 사람은 남편. 남편은 일을 모두 재택근무로 돌리고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일을 한다. 아이들의 하루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시댁과 친정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자가격리를 시작한 다음 날과 그다음 날 각각 일주일치 아이들 반찬이 배달되었다.
나는 남편이 좋아하는 요리를 밀키트로 5종류 이상 구매했다. 순댓국. 떡갈비. 스파게티. 쌀국수. 소고기... 등등... 먹는 것으로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대왕 팝잇. 레고. 색칠놀이. 보드게임 등등
손으로 주물럭 거려야 하는 슬라임만 빼고. 아이들이 평소에 사달라고 졸랐었던 장난감도 5개 이상 구매했다.
아이들 간식도 잔뜩 사놨다. 과자. 아이스크림도 매일매일 한 두 번 먹을 수 있도록 잔뜩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생활쓰레기가 엄청 나온다.
플라스틱. 택배박스 생활쓰레기가 엄청나다...
보건소에서 매일 전화가 온다.
음식물쓰레기도 자가격리 해제 전까지 배출하지 말고 냉동실에 얼려놓으라고 했다. 하......... 이것만은 못할 것 같다. 음식물 쓰레기를 최대한 되도록 아예 만들지 말자.
넷플XX와 쿠팡XXX를 통해 아이들이 볼만한 영상들도 리스팅 해 놓았다. 마음껏 그림을 그리도록 종이도 충분히 구비해놓았다.
정신이 없다.
이렇게 아이들의 자가격리의 시간은 지나가고 있다.
하. 시간이 빨리 가면 좋겠다.
애들아.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