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가격리의 시작. 당황.
며칠 전부터 우리 동네는 뒤숭숭했다.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주변 초등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지방 출장이 잦은 관계로 아이 둘 모두 유치원긴급 보육을 신청하여 보내고 있었다. 올해만 벌써 두 번 정도 유치원 아이 중에 밀접접촉자가 발생했고 원장님이 가정보육을 강하게 권고할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등원시켰다.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의 슬픈 현실이다.
어느날 주말 아침.
아이들과 바다를 보러 강화도로 향했다. 차가 꽤 밀려서 2시간 반이 걸려 도착지에 거의 다다랐다. 바로 그때. 유치원 원장님의 연락이 왔다.
둘째 아이가 오늘 아침 확진 판정을 받은 같은 반 아이와
1) 같은 버스를 타고 등원을 했고,
2) 한 공간에서 낮잠을 잤다고 했다. (마스크를 벗은 채로) 그래서 바로 선제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
올 것이 왔구나...
우리는 강화도에 발 한번 내딛지 못하고 바로 차를 돌려 서울로 돌아왔다. 집 근처 선별 검사소에 도착했다. 겁이 유난히 많은 첫째 아이는 오는 내내 검사가 어떤 식으로 하는 거냐. 얼마나 아프냐...라고 계속 물어보다 지쳐 잠이 들었다.
동네 선별 검사소에는 3살-10살 사이의 아이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소식을 듣고 온 동네 아이들로 보였다. 또래의 모습을 본 첫째 아이는 조금 안심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결국 검사를 받고 두 아이는 모두 울음을 터뜨렸다.
에휴.. 엄마도 4번째 검사인데도 적응이 되지 않는 면봉의 촉감을.. 너희가 어떻게 참아낼 수 있었겠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족 모두 마스크를 모두 착용했다. 가장 안전하고 자유로운 공간인 집에서 마저 마스크를 껴야 하다니. 같이 살던 가족끼리 마스크를 껴고 지내는게 아무 의미 없을 것 같은데.. 일단 하라는대로 해본다.
우리가 강화도에서 서울로 오는 동안 유치원에서는 보건소 직원이 찾아와 역학조사가 끝이 났고, 둘째 아이는 예상대로 '밀접접촉자'로 분류가 되었다.
5살 아이만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
아이는 왜 방에서 밥을 먹어야 하냐고 물었다.
왜 엄마랑 같이 자면 안 되냐고 물었다.
집에서 왜 마스크를 껴야 하냐고 물었다.
사진. 밥을 따로 먹는 첫째와 둘째.
구체적으로 설명도 해줘 보고, 조금 과장되게 설명도 해줘 보고... 다양하게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했지만 아이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유치원을 가지 않는 게 좋은 모양이었다.
우리 가족은 다행히 1차 검사에서 전원 음성이 나왔다. 자가격리 해제 2일 전 또 한 번의 검사가 있고, 그것이 음성이 나와야 자가격리가 해제된다. 1차에서 음성이 나와도 2주간의 자가격리는 해야 한다. 5살 아이는 혼자 격리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이 함께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아이의 아빠가 함께 격리하기로 했다.
드물지만, 1차에서 음성 결과를 받은 아이들 중에 2차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 것. 이번에도 그런 경우였다.
그래. 내가 나가자. 중요한 외부 일정을 멈출 수는 없었다 나는 집과 가장 가까운 숙소를 잡았다. 가족끼리도 화장실을 따로 써야 하고 잠도 따로 자야 하기에 내가 나가서 생활하기로 결정한 것.
아이는 엄마가 왜 집을 나가냐며 같이 가겠다고 했다. 외출 준비를 하겠다며 지갑을 챙기고 신발을 신으려고 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원망스러웠다. 그 누군가가. 원망스러웠다.
원망스러운 사람이 누군지를 모르겠다. 가족을 흩어지게 한 것은 무엇일까. 5살 아이가 집에서 마저 마스크를 쓰고 하루 종일 살아야 하는 이 현실이 너무나 참혹하다.
쌀도 추가로 샀고, 반찬도 많이 만들어 놓고, 밀키트도 넉넉히 주문해놓고 나서 집을 나섰다. 그리고 나중에 사주려고 미뤄두었던 아이들 장난감도 주문했다.
나도 5살 아이처럼 이 상황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단지 코로나에 걸리지만 않으면 되는 거다.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