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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밥 짓는 사람 Mar 30. 2023

책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것

책의 제목과 콘셉트 입히는 일

출판사에서는 책을 기획할 때, 분야라는 것을 선정한다. 예스24를 기준으로 가정 살림, 건강 취미, 경제 경영, 에세이, 어린이, 자기계발, 수험서 등등 많은 분류가 있다. 이 분야는 책의 정체성인 동시에 타깃 독자까지 설정되는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그런데 요즘은 분야를 넘나들고, 명확하지 않은 범주의 책이 많다. 오히려 분야를 넘나들며 헤치는 제목과 콘셉트의 책이 더 주목 받을 때가 있다.      


편집자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아진다. 분야를 명확히 알려주는 제목과 콘셉트를 입혀야 하는지, 분야를 넘나드는 독자에게까지 주목받을 수 있는 제목과 콘셉트를 입혀야 하는지.

    

둘 중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첫 번째가 정석이지만, 이미 출판 시장에는 우리가 알고 싶은 내용의 책은 모두 출간되어 있다. 새로운 생각과 내용이 담긴 책은 나오기가 아주아주 어렵다. 그래서 첫 번째를 선택하면, 똑같은 내용의 새로 인쇄된 또 다른 책을 서점에 깔아버리는 셈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첫 번째처럼 분야를 명확히 상정한다고 했을 때, 책 만들기는 너무 쉽다. 예를 들어, 과학 책의 제목을 지어야 할 때, 있어 보이고, 어딘가 그럴 듯한 제목을 짓기는 쉽다. 책 어딘가에서 나온 용어를 활용할 수도 있고, 책의 핵심 메시지를 담아서 쓸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원하는 독자는 매우 한정적이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독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 마음을 이끌만한 카피와 제목을 쓰면서도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분야를 상정하는) 책을 만드는 일이 훨씬 더 어렵다. 설상 그렇게 나온 제목이 다소 동떨어지거나 있어 보이는(?) 제목과 다를지라도 그걸 고민한 편집자의 머리는 훨씬 더 많은 생각 끝에, 그리고 나름의 도전으로 나온 책이다.      


독자들은 이 책이 저 책 같고, 저 책이 이 책 같은데, 그중에서 ‘오 요거는 왠지 끌려서 읽고 싶은데?’라는 마음이 들어야 구매를 한다. 편집자는 그래서 오늘도 고민을 거듭하며 카피를 쓰고, 부제를 쓰고, 제목을 쓴다. 독자들의 귀한 시간을 아껴줄 수 있도록, 독자의 삶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유혹의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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