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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피 Feb 10. 2021

11 우울할 땐 음악 한 스푼

/ 헝가리의 우울

1999년 독일에서 제작된 영화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 제목 그대로 우울한 영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개봉한 후 2003년 재개봉하였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장소적 배경으로 한다.

부다페스트의 세체니 다리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부다와 페스트를 잇는 세체니 다리 근처에서 레스토랑 운영하는 자보와 그의 연인 일로나. 이들의 레스토랑은 맛과 일로나의 미모로 항상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러던 중 피아니스트 안드라스를 고용하게 되는데 그는 첫눈에 일로나에게 반하고 만다. 또 다른 사람, 독일인 한스도 일로나에게 호감을 갖고 프러포즈를 하지만 보기 좋게 차인다. 안드라스는 일로나 생일날 '글루미 선데이'를 직접 작곡하여 선물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다. 한편 청혼을 거절당하고 낙심한 한스는 자살을 시도해보지만 자보 덕에 목숨을 건진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한스는 독일군 장교가 되어 자보의 레스토랑을 다시 방문하게 되는데...'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안드라스, 일로나, 자보

영화의 소재이기도 한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은 헝가리의 레조 세레스가 1933년 만들어 3년 후 발표한 곡이다이곡은 실제로 연인과 헤어진 레조 세레스가 당시의 감정을 표현한 곡이라 한다. 안타깝게도 헤어진 그의 옛 연인은 이 곡을 듣고 자살하였으며 세레스 또한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많은 이들이 이 곡을 듣고 자살 충돌에 휩쓸리게 되어 발표 후 8주 만에 200명 가까운 헝가리 국민이 자살하였고, 이에 헝가리 정부는 음반에 대한 판매금지 조치도 강행했다고 한다.

‘...어두운 그림자 속 외로움에 흐느끼고....’라고 여주인공 일로나 역의 ‘에리카 마로잔’이 부른 노래는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음폭의 변화가 상당히 크다. 마치 우울한 감정으로 인한 침울함과 분노가 반복되듯이.

레조 세레스와 그의 연인

음악은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며 삶의 희망도 안겨준다. 하지만 반대로 슬픔을 후회로 외로움을 고독으로 전이시키기도 한다. 후회와 고독은 치명적인 충동을 일으킨다. 그러나 음악만큼 위로가 되는 존재 또한 찾기 힘들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음악을 통해 스스로 감정을 정화하곤 한다.


감정이 정돈된 사람은 무리 없이 잘 지낸다. 감정의 진폭을 컨트롤하며 조절의 한계 내에서 일상을 영위해 나가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를 유지 못하는 사람은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폭발로 침울과 분노를 반복하며 때론 억제하지 못하고 치명적 실수를 범할 때도 있다

스스로가 이를 인지하고 있다면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약물적 치료가 최선일 것이다. 우울증과 조증은 의학의 힘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 차선으로 음악은 대체재가 되기에 충분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적어도 음악에 휩쓸려 나를 놓치지만 않는다면 고단했던 하루의 감정을 음악에게 전가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어찌하다 LP 100여 장을 모으게 되었다. 먼지만 쌓이는 것이 안타까워 싸구려 턴테이블을 구입 후 때때로 듣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가장 좋아했던 '레오 세이어(Leo sayer)', '포코(Poco)', '알 그린(Al Green)'의 노래들은 여전히 귀를 행복하게 해 준다. 하루 동안 찌들었던 감정을 따뜻한 물로 씻어낸 느낌이라고나 할까?

눈을 감고 오선지 위에 감정의 음표를 들어보라. 침울함과 분노는 공간에 흩어져 제 풀에 꺾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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