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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피 Feb 11. 2021

12 데카르트가 우울증을 만들었다고?

/ 데카르트의 경우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로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1596~1650년)'. 그는 서양 근대철학의 출발점을 제시한 인물이다. 중세 스콜라 철학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철학 체계를 바꾼 인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은 스콜라 철학은 종교를 철학적으로 해석하려 했지만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하며 절대적 진리를 찾고자 하였다.

우리는 데카르트를 철학자로서만 알고 있으나 사실 그는 철학보다 수학과 과학에 더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미적분에 대한 연구도 그의 것을 기초로 탄생했으며 기하학과 방정식에도 많은 수학적 성취를 이루었다. 또한 자연을 정신세계에서 분리한 유명한 물리학자이기도 했다.      

르네 데카르트

데카르트는 마음과 몸은 각기 다른 체계로 움직이는 이원론 철학을 주창하였고 이는 현대 철학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는 정신적 작용에 대해 깊이 연구하였으며 이전과는 달리 육체와 정신을 완전한 별개의 것으로 보았다. 실체의 자연에 의한 육체적 경험과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의심하고 사유하는 이성을 독립적 개체로 구분하였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육체의 고통은 물리적으로, 마음의 고통은 정신적 치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여기게 된다. 이후 우울증은 ‘마음의 병’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정신 질환과 육체 질환을 별개의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 체내 화학적 반응이 뇌 활동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그 결과로 심리적 불안정은 불규칙적으로 신경물질을 분비하게 만들어 정신 질환이 발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이 ‘맞다’ ‘틀리다’를 논하는 것은 차치하고 ‘우울증 탄생’의 기원은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한다.      

중세 시대 정신질환 치료행위('광기의 돌'을 추출하기 위해 두개골에 구멍을 내는 장면), 보쉬- <광기의 돌 제거>

데카르트는 매우 쇠약하여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으며 홀로 사색을 즐겨했다. ‘자발적 외톨이’의 삶을 즐긴 셈이다. 만 1살을 지나 어머니를 여의고 유모의 손에서 성장한 그는 성장 후에도 주로 도심 외곽 지역에 살았다. 그런 그의 성장 과정은 지적이었으며 감성적이었다.       

그의 마지막 저서 <정념론(情念論)>에서, 이원론의 한계를 인정하며 인간의 육체와 정신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타인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감정에 상처 받기보다 자유의지에 따른 능동적 삶을 권유하고 있다.

 

어쩌면, 우울이라는 것은 '스스로의 탈'을 쓴 자학적 감정의 결정체 일 수도 있다. 만연한 '내 탓'으로 인한 죄책감과 불안감. 이런 소화하지 못한 감정들이 쌓여 심신을 번잡하고 고단하게 만든다. 우리는 흐려진 감정에 메스를 가할 용기가 필요하다.

현대인들의 최대 단점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애쓰면서도 진정한 자신에 대한 분석이 없다는 점이다. 더해 자신의 존재감을 숨기려 늘 위장 전술에 몰두하기도 한다.

    

<고독한 군중>을 말한 '데이비스 리스먼(1909~2002년, 미국)'은 '타인 지향형'을 현대인의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무리 안에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찾으려 하고 무리가 없으면 나의 존재도 사라지고 마는 집단형 개인주의를 말한 것이다. 타인과의 관계에 집중함으로써 자칫하면 자신의 영역은 철저히 파괴될 수도 있는 인간형이기도 하다. 의식한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를 지키지 못한 채 타인의 시선만을 두려워한다면 감정은 끊임없이 상처 받게 된다. 결국 내가 나를 버리고 마는 것이다.    


때론 우리의 부모 세대처럼 독불장군의 모습도 필요하다. 타인에 대한 무시가 아닌 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공포를 걷어내고 나만의 생각을 관철할 시간이 간절히 필요하다. 어차피 삶은 나의 몫이고 누구의 핑계로도 과거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것이 사라지면 타인과의 관계 또한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나를 지키는 이는 오직 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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