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의자에 부는 바람

by 빡작가

빈 의자에 부는 바람


이따금, 마음에 빈 의자 하나가 놓입니다. 화사한 햇살이 방 안 가득 스며드는 오후에도, 사랑하는 이들의 온기 가득한 보금자리에서도, 어찌 된 일인지 그 자리는 늘 서늘한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세상의 모든 정겨운 가구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터인데, 마음이라는 이 아득한 방 한편은 영문 모를 허전함과 쓸쓸함으로 채워지는 것이지요. 마치 텅 비어 버린 잔처럼,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감정의 골이 깊게 패일 때가 있습니다.

요즘 들어 자꾸만 낮게 깔리는 마음의 그림자는 흐릿한 안개처럼 시야를 가립니다. 오래된 상흔이 되살아나는 듯 아릿하고, 멜랑꼴리 한 기운이 발목을 잡아챕니다. 별들이 총총한 밤하늘 아래서도 단잠은 멀리 달아납니다. 지친 몸과 마음은 파도에 밀려드는 조약돌처럼 하염없이 부서지는 듯합니다. 병의 재발을 염려하는 마음은 새벽. 안개처럼 스며들어, 잔잔해야 할 일상에 불안을 덮어씌웁니다.

삶의 작은 위로였던 오롯한 미각마저 왠지 모르게 흐려지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꽃잎 향 같던 달콤함도, 바다 내음 같던 짭짤함도, 그저 한없이 씁쓸하고 시큰한 맛으로 느껴집니다. 입안의 작은 변화가 세상의 풍미를 앗아가 버린 듯, 모든 것이 흐릿하고 단조로운 빛깔로 변해버린 듯한 쓸쓸함이 마음을 잠식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공허감을 흔히 ‘정서적 공백’이라 부릅니다. 연구에 따르면, 만성 피로와 수면 부족은 전두엽 기능을 떨어뜨려 정서 조절 능력을 약화하고, 작은 불편감에도 불안과 허전함을 증폭시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내 마음은 텅 빈 의자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으면서도, 아무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그 의자 곁에 서서 조용히 나를 관찰합니다.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기록하며, 숨 고르듯 하루를 견디고, 균형을 찾는 날을 기다립니다.

이 모든 감정의 섬세한 물결과 몸이 보내는 조용한 신호들은 어쩌면, 나의 내면이 나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텅 빈 의자가 그저 공허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여백이자, 손길을 기다리는 따스한 자리일 수도 있다는 것을요. 이 순간들을 언어의 옷을 입혀 글로 풀어내는 일은, 어쩌면 그 빈 의자에 따스한 햇살 한 줄기를 드리우는 가장 아름다운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마음의 빈 의자 곁에 조용히 앉습니다. 바람이 스치고, 햇살이 번지면 언젠가 그 자리에, 나 자신이 다시 앉을 수 있기를 바라며.


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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