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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Oct 22. 2021

급하지 않아도 괜찮다

2021년 8월 31일의 기록

2021.12.23 / 청도 / Sony a7r2 / Sony 55mm f1.8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항상 마감이 급박한 일들을 마주하게 된다. 담당 팀장의 급한 성격 때문일 수도 있고, 상대 업체의 요청 때문일 수도 있다. 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누군가 나를 떠밀지 않더라도 항상 일을 급하게,  빨리빨리 끝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예를 들어, 상대 업체에서 요구하는 업무처리 기일이 9월 10일이라면 나는 9월 2일, 일주일 전까지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노력한다. 아무도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이것은 나의 만족감, 또는 미래의 내가 짊어질 일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일을 급하게 마무리 지을 때마다 생각한다. 미래의 내가 조금 덜 쫓기며 일하기 위해 현재의 내가 조금 더 힘들게 일하는 것이라고. 


'지금 일을 빨리 마무리지어 놓아야 미래에 급한일을 마주했을 때 그 일을 처리할 여유가 생기게 돼. 지금의 내가 서두르며 스트레스받는 것은 미래의 내가 짊어질 짐을 덜어주기 위함이야. 현재의 게으름으로 미래의 나에게 짐을 지우지 말고 항상 부지런히 행동하자.' 


이렇게 7년 동안 일을 하다보니 명백한 장단점을 발견하게 된다. 동료들로부터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세상 모든 일을 떠맡게 되는 부작용을 마주하게 된다. '일은 하면 할수록 쌓여만 간다'는 것은 모든 직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절대 진리 같은 것일 수도. 


업무를 하다 보면 직원들 개개의 성격이 업무 스타일에 모두 묻어 나온다.

느리지만 꼼꼼하게 업무처리를 하는 사람, 빨리 대충대충 일 처리를 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 내 의견이 모두 옳다며 타 직원들의 의견은 모두 무시해버리는 사람, 너무 우유부단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까지.


모두 같은 형태의 시험과 면접을 통과하고 입사했음에도 일 처리 방식은 참 다양하구나, 싶다.  

나는 급한 성격 탓에 일을 빨리빨리 처리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 쌓인 일은 나에게 곧 스트레스다. 빨리 처리한 일이 결국 꼼꼼하게 마무리될 때 희열 같은 것도 느낀다. 내 성격이 변하지 않는 한, 나의 업무 스타일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다만 요즘 들어 '조금 느리게 해도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직원들이 많아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느리게 해도 괜찮다'라는 동료들의 말은 큰 위안이 되지만, 


과연 내가 그 말들을 들어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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