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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Oct 27. 2021

직장인에게 비 오는 날의 의미

2021년 10월 11일의 기록

2020.3.8 / 집 앞 풍경 / Sony a7r2 / Sony 50mm f1.8


비 오는 날을 '날씨가 좋은 날'이라고 부르던 때가 있었다. 비 오는 날 느껴지는 물기 머금은 공기, 창문을 타닥타닥 두드리는 빗소리, 창문을 열면 피어오르는 아스팔트 젖은 냄새, 평소보다 크게 들리는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까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일상과는 다르게 들리고, 보이고, 느껴졌다. 그런 이질감이 참 좋아 '밖으로 나가 사진이나 찍어볼까'하며 비를 맞으며 사진을 몇 장 찍고 돌아오곤 했다. 

 

직장을 다니고 내 몸에서 감성이란 것이 남김없이 빠져나가다 보니 나에게 비 오는 날은 그저 평소보다 성가신 날로 느껴지게 된다. 출퇴근길 차가 막히는 날, 앞이 잘 보이지 않고 불빛이 번져 운전하기 까다로운 날, 종아리 부근까지 다리가 젖어버리는 날, 귀찮게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하는 날. 예전과 달라진 건 나이가 들었다는 것과 직장을 다닌다는 것 밖에 없는데 비 오는 날은 나에게 전혀 다른 날을 의미하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정신이 조금씩 들면서 희미했던 빗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렸다. 희미한 빗소리를 듣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오늘은 밖에서 조깅을 할 수 없겠네'였다. 비를 맞으며 사진을 찍으러 다녔던 과거와는 달리 비 오는 날은 밖에서 활동을 하지 못하는 날로 정해져 버렸다. 물론 그렇게 정하라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의 자발적인 선택일 뿐.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내일까지도 계속 내릴 것 같다. 내일은 조금 일찍 회사를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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