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극한의 두 선택지를 놓고 반드시 골라야만 하는 ‘밸런스 게임’을 하는 예능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선택하고 싶지 않은 두 선택지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연예인들의 곤란함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꽤나 그럴듯한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나라면 A라고 선택할 것 같아’라고 생각했다가 ‘아니야, 그래도 B가 낫겠어’라고 갈팡질팡한다.
직장을 다니면 자연스레 ‘밸런스 게임’을 하는 순간이 오곤 한다. 사실 매일매일이 밸런스 게임의 연속이다. ‘술을 좋아하는 팀장과 일할 것인가, 회사와 결혼한 팀장과 일할 것인가’라는 극한의 선택 상황이 생각보다 잦게 찾아오곤 한다.
직장인의 밸런스 게임과 예능인의 밸런스 게임이 다른 점은 실제 삶에 미치는 파급력이다. 직장인은 일단 두 가지 선택지 중 한 가지 선택을 하게 되면 실제로 직장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선택을 하고 놀림 한 번을 받고 웃음 한 번 주는 예능의 밸런스 게임과는 차원이 달라 선택지를 고를 때면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게 된다.
① 모든 것을 공유하고 공유하길 바라는 직장 동료와 일하기 VS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직장 동료와 일하기
개인적으로 근무를 하며 말을 많이 하는 것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나라면 후자의 선택을 할 것 같다가도, 직장인 8년 차가 되니 직장 동료와의 건전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는 사소한 것을 공유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선택지 중 절대적으로 옳은 선택지가 있는 것 같지 않아 시원한 선택을 하는 게 참 쉽지 않다.
그래도 굳이 하나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면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직장 동료와 일하기를 선택하겠다. 나는 약간의 꼰대 자질을 갖추고 있어 직장은 일만 하는 곳이라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직장 동료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일의 능률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직장동료(친구)가 있는 '오고 싶은 직장'을 만든다고 해서 누가 대신 일을 해주는 것도 아니다. '과유불급'. 친목도모는 친구와 가족들과 하면 그만이다.
② 성격은 좋지만 일을 하지 않는 직장 동료와 일하기 VS 성격은 나쁘지만 열심히 일하는 직장 동료와 일하기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나와 있다. 성격이 아무리 좋고 인간성이 좋은 동료라 하더라도 일을 하지 않는 다면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감정이 들 수 없다. 간디가 우리 회사에 취업해 나와 같이 일 한다고 하더라도 회사 테라스에서 명상만 하고 있으면 그 사람과 다른 부서에서 일하게 해 달라고 기도할 수밖에 없다. 성격 좋고 게으른 직장 동료의 일이 나에게 떠넘겨질 것이 보인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옛 기억이 떠올라 약간은 속이 울렁거린다.
성격이 나쁘지만 열심히 일하는 직장 동료와 함께 일한다면 '나의 행동이 저 동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직장을 다니겠지만, 적어도 동료의 일이 나에게까지 넘어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직장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 간디보다 본인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는 고든 램지가 100배 낫다.
③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회식하자고 하는 직장 상사와 일하기 VS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야근하라고 하는 직장 상사와 일하기
나의 소중한 개인 시간을 앗아가는 점에서는 회식이나 야근이나 매 한가지다. 다만 직장의 회식문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회식으로 시간을 보낼 바에 야근을 선택하겠다. 나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 회식 자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마음 맞는 직장 동료와의 회식은 '회식'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로 편하게 느껴진다. 다만 모든 회식이 그렇지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길게 늘어지는 직장상사의 독백에 억지로 반응해야 하고, 자리 옆 상사의 술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체크해야 한다. 회식을 하며 타인이 나의 마음을 지치게 하는 것보다 야근을 하며 주체적으로 남은 일을 해내고 나의 몸을 지치게 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