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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Jun 12. 2022

직장인의 보고문화

2022년 6월 12일의 기록

2022.6.11 / 우리 집 / sony a7r2 / sony 55mm f1.8


최근 인터넷에서 하나의 기사를 읽고 직장인으로서 부러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새로 취임한 각 정부부처의 장관들이 페이퍼리스 회의를 열고, 내부 보고서는 오타도 용인하며 의전 최소화까지 실무자들에게 주문했다는 기사였다. 소위 ‘보고를 위한 보고서 작성’의 비효율성을 인지하고 정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부처의 장관들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반가운 기사였다.      


지독하게 경직된 정부조직에서 근무하며 어느새 회의감에 찌들어 버린 뛰어난 인재들이 사기업으로 이직하고 있다. ‘공익’ 실현의 큰 뜻을 품고 공직사회에 발을 디뎠지만 끊임없는 비효율을 경험하며 결국은 효율을 찾아 사기업으로 직장을 옮기는 인재들. 이번 조직문화 개선사례들은 공직사회 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점에서 꾸준히  지속되고 검증을 거칠 것 같만 같은 좋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회사에 출근했다. 기계적으로 업무용 PC의 전원을 누르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니 바탕화면에 두서없이 자리 잡은 한글 파일들이 보인다. 지난 며칠간 열심히 작성하던 문서들이 눈에 보이니 본점에서 근무할 당시 보고서 작성과 얽힌 좋지 않았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당시 나의 직무는 보고서 작성을 많이 요구하지 않았던 직무였기에 나쁜 기억들 대부분은 간접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히, 직접적으로 느꼈던 것은 보고를 위한 보고서 작성을 그만둔다면 직원들의 퇴근시간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두나 카톡으로 간단히 보고 가능한 사소한 일도 굳이 보고서를 만들어 페이퍼로 보고하겠다며 반나절을 허비한다. 줄 간격과 글자 크기를 맞추고. 표와 본문에 들어갈 글꼴을 선택하는데 시간을 흘려보낸다. 볼드체로 할 곳과 밑줄 그을 부분을 선택하느라 야근을 한다. 윗분들의 편의를 위해 4장짜리 잘 완성된 보고서를 한 장으로 요약하고, 보고를 위한 원 페이퍼 보고서를 만드는데도 머리를 싸매곤 한다. 이런 보고를 위한 보고문화가 조직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직원들의 근로의욕을 상실시킨다.      


보고서 작성이 비효율적이라며 볼멘소리를 하면 기성세대들은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 하며 젊은 직원들을 닦달하기 바쁘다. 전자결재 시스템 덕분에 보고 절차가 수월해졌다지만 시스템 위에 있는 보고문화만큼은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음을 느낀다.      


주 6일 근무하던 시절, 주 5일제 도입 소식에 관리자들과 사업주들은 ‘그럼 일은 누가 하나’라며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던 때가 있었다. 그 모든 걱정은 기우였고 지금은 주 4일제 시행에 대한 말들이 오가고 있다.      


보고문화를 변화시키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보고서 없이 구두로, 전화로, 문자로 보고하는 것이 ‘너무 예의 없는 짓’에서 '당연한 짓'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윗물이 고여있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물길을 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면 모든 직장인이 바라는 그날을 맞이할 날을 앞당길 수 있다.      


내가 정성스레 작성한 보고서가 쓸데없는 요식 행위로 취급되는 그날을 맞이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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