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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애주 Oct 14. 2024

보아(BoA), 이유 있는 자부심.

콘서트에 가도 머글인가요? 그게 세 번이라도?




  아직 모를 세상까지 널 데려갈 테니


After Midnight - 보아(BoA), @THE_BETTER







  덕후와 머글.



  '머글(Muggle)'은 조앤 K. 롤링의 장편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마법의 존재를 알지 못 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다. 해리 포터가 사는 세상에서 처음 등장한 이 말은 이제 마법사 세계관을 넘어 우리의 세상에서도 자주 쓰이는데, 주로 어떤 한 분야에 몰입한 사람인 '덕후'의 반대말로 사용된다.



  덕후들은 '갓반인'으로 머글을 표현하기도 한다. 덕후가 사는 세상에서는 마법, 아니 덕질을 모르는 일반 사람들이 흔치 않아, 마치 갓(God). 신적인 존재처럼 주변에서 보기 어려운 이유에서이다.



  아니 그러니까, 보아 콘서트를 다녀왔는데 왜 이런 말을 장황하게 하고 있는지 설명하자면, 여태까지 스스로를 보아 머글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마법 같은 일이 지난밤에 다시 일어났기 때문이다✨




#보아 #콘서트 #BoA #Ones_Own #원스오운, @핸드볼경기장








  2015년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데뷔 15주년 콘서트, 작년에는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데뷔 20주년 콘서트를 한 데 이어, 올해는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보아의 아시아 투어, 'BoA LIVE TOUR-BoA:One’s Own'이 그제랑 어제 양일간 열렸다.







  공연을 한다는 것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곳과 팬들과 소통하며 무대를 꽉 채울 수 있는 곳을 넘어, 이번엔 많은 관중이 함께할 수 있는 공연장에서 보아를 다시 만날 수 있다니. 이번 콘서트에서 만날 보아는 또 어떨지 공연 시작 전부터 설렜다.



  ➕ 케이팝 덕후의 TMI: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수용인원은 3천여 명,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는 5천여 명, 올림픽체조경기장(KSPO DOME)은 약 만 명 정도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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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시국에 열려 마스크도 써야 했던 작년 콘서트와 달리, 더 큰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진행하는 콘서트라 그런지 일찍 도착했는데도 올림픽공원이 많이 붐볐다. 옆에서 진행하는 다른 공연과 산책하기 좋은 가을 날씨를 탓하기엔 보아의 상징색이자 드레스코드인 '노랑'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번 노랑은 하나둘셋, 다음 노랑은 원투쓰리, 이치니산 또는 이얼싼. 아시아의 별, 보아의 팬이자 보아의 덕후, '점핑보아(Jumping BoA)', 줄여서 '점핑이'들이 공연장 앞에 설치된 포토월에서 콘서트 인증샷을 찍었다. 앞뒤로 줄을 선 점핑이끼리는 아마도 오늘 처음 만날 사이일 텐데 서로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는 걸 보니 벌써 마법이 시작될 것 같았다.








2023 BoA 20th Anniversary 'THE BoA: Musicality', @BoA




  모든 콘서트 티켓팅에 성공한 덕후, 올콘러라면 상관없지만, 첫콘을 못 가고 중콘부터 가거나 막콘만 가게 되면 공연 기간에 세트리스트를 스포일러 당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콘서트, '더 보아: 뮤지컬리티(THE BoA: Musicality)' 땐 보아가 직접 공연 전에 세트리스트 전체를 공개했지만, 이번엔 오프닝곡이 '○○ 원'이라는 것과 엔딩곡이 '○○ 원'이라는 것만 알려줬다.



  한국 정규 10집+일본 정규 9집+미국 정규 1집까지. 그동안 머글치곤 보아의 노래를 많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나에게는 오랜 ❤최애❤가 있기 때문에 보아 덕후가 되기엔 덕력이 조금 부족했다.



  그래도 모처럼의 콘서트니까 더 잘 놀기 위해 이번엔 반칙으로 스포일러를 찾아보았다. 첫날 공연이 끝난 직후 SNS에 올라온 세트리스트를 검색해 바로 플레이리스트에 담았다. 이 나이 먹고 하는 응원법 벼락치기는 역시나 머리가 아팠지만, 이런 공부가 내게 재미없던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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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만에 하는 콘서트인데 세트리스트가 확 바뀌었다. 지난 콘서트는 파워풀한 세션이 더 많아서 보아랑 같이 콘서트 뛰는 것 같았는데, 이번엔 보아의 지난 24년을 같이 밟아가는 느낌이 컸다.



  다시 듣고 싶은 노래도 있었지만, 새로 알게 된 노래도 좋았다. 특히 이번엔 아시아 투어도 돌 예정이라 'MASAYUME CHASING', 'QUINCY', 'Every Heart' 등 일본어로 된 노래가 많았다. K-팝이든 J-팝이든 보아가 불러준 노래 중에 안 좋은 노래가 있을까. 어떤 곡을 어떻게 뽑아도 콘서트가 되는 보아의 디스코그래피는 보아 팬들의 이유 있는 자부심이 되어준다.



  두 시간 남짓의 공연에서 보아의 강렬한 퍼포먼스에 어울리는 무대 장치와 발라드 세션의 시각 효과도 좋았지만, 그래도 가장 여운이 남는 것은 콘서트 전후로 띄워준 보아의 인스타그램 계정(@boakwon)으로 만든 화면 연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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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시작 전에 보아의 닫힌 인스타 계정을 배경으로, 작고 여린 나를 세상이 따뜻하게 안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보아가 직접 작사, 작곡한 정규 10집 'Better'의 수록곡 'Little Bird'가 흘러나왔다. 전날 스포를 보고 갔음에도 그동안 악플로 고생한 보아의 마음을 마주하게 된 것 같아 괜히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히 보아의 계정은 공연이 끝나며 팬들의 환호-보! 아! 비! 오! 에이!-와 함께 다시 화려하게 채워졌다. 콘서트 VCR을 위해 팬들이 보아와 함께한 순간을 SNS에 업로드했다고 하는데, 앵콜 할 때도 관객석을 카메라가 많이 비췄다. 역시 보아의 많은 순간을 채워준 건, 24년을 함께한 팬, 점핑보아였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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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히 빛날 우리의 별, 앞으로도 빛날 이 순간✨



  감히 보아 머글인 나는 보아가 아주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콘서트를 멋지게 마치고 포토타임 때 같이 공연한 밴드와 댄서팀에게 술 먹으러 가고 싶다고 한, 나의 아틀란티스, 보아가 더 알고 싶은 성취감이 있다면 그것도 느끼고, 맛있는 거 많이 먹는 소소한 기쁨도 느끼며 건강하게 아시아 투어 잘 다녀오길 바라며.



  보아가 우리 세상에 건넨 위로만큼, 세상이 보아에게 더 많은 힘이 되어주길. 보아 머글, 보아 덕후 모두 밝게 웃는 보아를 오래 볼 수 있길. 보아와 점핑보아의 마법은 이제 'Start Over'​,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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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고 이건 뜬금무. 먹는 것에 진심인 콘서트 맛집 보아가 세상에 건넨, '정말, (맛집) 없니?'의 보아 추천 맛집 리스트:



  ✔ 방이편백 육분삽십 방이원조점(위치) - 편백찜

  ✔ 구리시골식당 송파점(위치) - 동태탕 기본맛

  ✔ 오로라베이커리 성수점(위치) - 소금빵

  ✔ 성수다락(위치) - 다락오므라이스, 가츠산도

  ✔ 탄탄면공방 서울숲점(위치) - 탄탄면



  보아가 여러 번 가도 사람들이 자기를 못 알아본다고 하자, 옆자리에 앉은 보아의 공식 응원봉, '아별봉'-아시아의 별 응원봉-을 든 점핑이가 '너 편하게 먹으라고 모른 척하는 거야!'라고 소리쳤다.



  덕질이란 이 마법 같은 사랑은, 나도 많이 해봤음에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온 사랑스러운 주문을 들으면 이렇게 막을 틈도 없이 당할 때가 있다.




  p.s. 내년엔 체조경기장에서 BoA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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